녹색평론 100호 발행 기념 김종철 선생 초청 강연회

11일 오후7시 광주 월산동 성당... '공생공락 - 고르게 가난한 사회로 가는 길' 모색   

ⓒ이민철 기자 

<녹색평론> 100호 발행을 축하하는 광주사람들이 발행인인 김종철 선생을 초청해 6월 11일(수) 오후 7시, 월산동 성당에서 강연회와 축하행사를 갖는다.

<녹색평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공생적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의 재건에 이바지하려는 의도로 발간되는 잡지인데 1991년 5월 창간호를 낸 뒤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격월간 잡지를 발행해왔으며, 수십권의 사상서를 단행본으로 발행하는 등 한국사회의 생태-녹색 담론을 이끌어왔다.


<녹색평론>의 발행인인 김종철 선생은 창간사(1991년 11-12월호)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진실로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현대 기술문명의 기저에는 정복적 인간의 교만심이 완강하게 버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자연의 도를 따르는 순리의 생활을 우습게 여기면서,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의 통제와 조종 속에 종속 시키려고 하는 야만적인 폭력이 끝없이 창궐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연적 환경이든 인문적 환경이든 나날이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와 우리들의 자식들이 살아남고, 살아남을 뿐 아니라 진실로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협동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상부상조의 사회관계를 회복하고, 하늘과 땅의 이치에 따르는 농업중심의 경제생활을 창조적으로 복구하는 것과 같은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조직하는 일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생활의 창조적 재조직이 가능하려면,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겸손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정신적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17년이 지난 오늘, 91년의 창간사와 <녹색평론> 100호의 발간사를 비교해 읽어보는 것도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 녹색평론은 지난 17년동안 일관되게 공생공락의 고르게 가난한 사회로 가는 길을 주장해왔다.

여러 기술적 방식이 논의되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분열을 치유하고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주장이자 외길일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김종철 선생도 이 길이 무책임하고 미숙하고, 미친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지 반문하고 있다. 하기야 책임 있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지금 이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야 말로 얼마나 무책임하고 미숙하고 미친 사람들인가?


김종철 선생의 100호를 내면서 글의 일부를 읽어보자. <녹색평론>이 계속 말해온 ‘공생공락의 가난’은 결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적 논리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공존공영’이라는 개념을 포함하여, 무릇 모든 형태의 물질적 ‘번영’이라는 개념 자체가 공생의 논리와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는 근본적 인식의 공유일 것이다.

이것은 인간다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물질적으로 부유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광범위하게 뿌리깊이 퍼져있는 맹목적인 믿음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러한 해방이 결코 쉬운 것일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 국가와 자본이 일체화된 세계에서 살고 있고, 국가와 자본은 본성상 끝없는 경쟁논리와 자기 확대의 욕망으로 움직이는 메커니즘이다.

그러므로 ‘고르게 가난한 사회’를 말한다는 것은 자본의 지배에 대한 저항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국익’을 포함한 일체의 근대 국가적 가치에 대한 반역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일찍이 간디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자신도 “무책임하고, 미숙하고, 미쳤다”는 비난을 기꺼이 받아들일 각오를 하지 않는 한, ‘가난’을 옹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책임 있고, 성숙하고,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어리석은” 이 시대를 주도해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녹색평론>을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무책임하고, 미숙하고, 미친” 사람들과 함께 한층 더 우리의 입장을 비타협적으로 견지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으로 100호 기념호를 펴낸다.


이번 행사는 녹색평론 100호를 축하하는 사람들 100여명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종철 선생의 이야기처럼 녹색평론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무책임하고, 미숙하고, 미친" 사람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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