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치를 위한 우리의 입장 
                   - 광주전남 총선출마자에게 드리는 촉구-


총선을 한달 여 남겨둔 시점에서 광주전남 시민사회의 우려의 목소리를 담아 다음과 같이 정치권에 촉구합니다.

1. 총선을 앞둔 호남 민심은 참담합니다.

마침내 이명박 신자유주의 정부가 출범하였습니다. 민주화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낸 민주정부는 10년이란 짧은 시간을 뒤로하고 단명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과거보다 더욱 강력해진 보수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지금, 총선을 맞는 우리의 참담한 심정은 가눌 길이 없습니다.

먼저 우리는 참여정부와 당시 여권이 보여준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치 행태에 대해 한없는 실망감과 배신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다수 국민의 절절한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거듭된 독선과 아집, 분열과 대결의 정치는 마침내 이명박 한나라당 세력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민주정부에 대한 정당한 가치가 오도되고, 민주개혁세력 전반에 대한 불신을 확장시킨데 대해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여정부가 통째 내려앉고,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하도록 현재의 정치권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지역민들이 정치적 절망과 허탈감에 빠져있을 때 오직 정치적 안일만 쫓던 자신들의 과거 행적에 대해 고백해야 합니다.

지금, 18대 총선을 앞두고 호남에 입지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심각한 정치적 좌절과 허탈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호남에 또다시 총선 공천장을 얻기 위해 정치과열이 일고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도 없고 새로운 정치 비전도 없이 오직 개인의 영달과 출세의 발판으로 선거에 출마한 수많은 후보자들 때문에 호남 민들은 또 한 번의 참담한 심경에 쌓여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선거가 책임 정치에 근간을 둔 유권자의 주체적 선택과정이 아니라 특정인의 출세와 명예 획득의 장식물로 변질되고, 권력의 이합집산을 위한 요식적 절차로 전락되고 있는 현실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2. 광주전남 총선 출마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첫째, 현역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무능과 무책임한 정치행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호남지역에서 불출마해야 합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호남의 95% 지지는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위한 열망이자 시대적 명령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7대 국회에 진출한 우리지역 현역의원들이 이러한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참여정부가 국민의 기대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호남민심의 이반이 실망을 넘어 분노로 타오르고 있을 때, 과연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만 합니다.

‘민주개혁세력의 기지’를 상실한 책임을 지고, 호남이외의 지역에서 분전하여, 그동안의 무능을 반성하고, 호남민의 자긍심을 조금이라도 되살리는데 일조하실 것을 촉구합니다. 

둘째, 전직 장∙차관 출신 후보들의 자성을 촉구합니다.

국정 경험을 두루 거친 중량급 인사가 우리지역의 총선 출마에 나선 것이 법적 시비 거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지역을 대표하는 참여정부 출신 고위 관료로서 당당하지 못한 정치적 행보는 도덕적으로 지탄 받아 마땅합니다. 당선 가능성만을 노렸다는 정치적 비난을 피할 수 없으며, 동시에 양지만을 쫓는 전형적인 정치인으로 비춰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앙정치에 익숙한 정치인이 갑자기 지역의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점에서 지역 정서상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잘나가는 우리 지역의 대표적 관료로서 당당해야 합니다. 참여정부의 핵심 관료로서 정치적 심판을 받겠다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했습니다. 동시에 우리 정치에 있어서 지역민들과의 ‘지속적 소통’의 과정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세 과시에 의한 줄 세우기 방식으로 몰고 가고 있는 정치행태에 대해 자성을 촉구 합니다.

셋째, 부패비리 전력자는 자진해서 사퇴할 것을 촉구 합니다

우리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벌였던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이후 계속된 정치개혁운동으로 인해 부패비리 정치인에 대한 청산이 꾸준히 이루어져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영역에 있어서 아직도 정치 세력간 이해관계나 계파별 나눠먹기에 의한 비리정치인의 온존은 정치개혁을 무력화 시키고 정치 불신만을 가중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이번 총선 상황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광주전남 지역에 출마한 총선 후보자 중 과거를 불문하고 부패비리 전력자와 낙천․낙선의 대상자는 정치발전을 위해 마땅히 사퇴 할 것을 촉구합니다.

넷째, 정치신인들의 새로운 정치를 위한 통찰을 촉구합니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 때 보다 정치 신인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청신호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구태의연한 정치를 답습한다면 또 하나의 정치 불신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자신의 출마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접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호남 민들의 의사를 대변하겠다고 하는 결의에 찬 출사표가 없다면 정치 신인으로서 의미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3.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응한 정치재편이 필요할 때 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신자유주의 전면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주의가 사회 양극화를 확대하며 비정규직 확산은 보다 더 많은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모든 분야에 걸친 시장 논리의 확산과 보수주의의 득세로 우리사회의 건강성과 가치가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작금의 현실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거듭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에 의한 인본주의의 파괴와 가치의 혼란을 막아서는 것입니다. 정치 또한 과거 DJ의 영향력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새롭고 창조적인 정치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한나라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야당 인사가 결코 신자유주의에 대처하는 시대정신의 구심점이 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정치를 개인 출세의 발판으로 여기는 낡은 정치인을 청소해야 합니다. 과거의 낡은 정치적 사고로 이번 총선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치신인들을 위해 과감히 용태를 결정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4.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을 간절히 원합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적 배신감의 근저에는 정치권력의 국민과의 ‘소통 부재’가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특히 호남지역민이 느끼는 지역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의 표시는 역시 ‘지역과의 소통’ 부재가 사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해 심각한 좌절감에 빠져있을 때 지역을 대표한 정치인으로서 변명조차 없었습니다. 지역민의 삶과 애환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정치, 지역사회의 요구와 현실 앞에 무기력했던 정치가 지역대표에 대한 회의를 낳고 민심의 이반을 낳았습니다.

정치가 지역사회와 소통에 소홀하면서 어찌 제대로 된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겠습니까. 지역과 소통하는데 무능력한 자를 어찌 진정한 대표라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가 느끼고 있는 정치적 허탈과 배신감 속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한 정치의 실패를 뼈아프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진정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민생과 국가적 난제를 진솔하게 풀어갈 진정한 지역의 대표를 원합니다.
                     2008. 3. 4.
    광주시민단체협의회․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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