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이해찬의 관악을로 가닥잡히면서 지도부 도미노 현상 

[데일리서프라이즈- 최한성 기자] 약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과 관련,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서울 관악을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통합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정 전 장관은 한때 총선불출마를 심각히 고려했다. 지난 대선의 패장으로서 재기의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최전방에서 뛰어야 한다는 당 안팎의 한결같은 여론에 따라 최근 지역구에 출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정 전 장관 주변에서는 ‘종로’와 ‘관악을’ 그리고 ‘구로을’이 예상 출마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종로의 경우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이 있고, 구로을은 현역인 김한길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입성이 쉬운 까닭에 언급된 케이스다.

두 지역을 제치고 관악을이 부상하는 건 정 전 장관의 당선가능성이 그 어느 곳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의 약 40%는 호남출신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 지역을 전통적 텃밭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진보개혁 진영은 지난 20년간 이 지역을 놓치지 않았다.

정 전 장관은 이 지역과의 인연도 가지고 있다. 서울대 출신으로 학창시절을 이 지역서 보낸 것. 서울 출마를 결심한 그에게 꼭 알맞은 지역인 셈이다. 그러나 정 전 장관측은 이곳서 출마할지 여부를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초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뒤 지역구를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물려준 이해찬 전 총리와 미리 상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이로 인해서 당 주변에서는 정 전 장관이 관악을 출마를 결심할 경우 이 전 총리를 찾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장관은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심할 것이다”라며 당과 협의를 마치는 대로 출마를 공식화 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정 전 장관이 사실상 서울 지역구 출마를 굳힘에 따라 손학규 대표와 강금실 최고위원을 비롯한 나머지 당 지도급 인사들의 총선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지난 주 한 라디오에 출연, “당원들은 쇄신의 대상이 되는데 자기는 편하게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당 지도부가 지역구 승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손 대표는 아직 결심을 못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 석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지역구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당 대표로서 각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인지 고민이 길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일단 당 안팎의 여론은 ‘수도권 지역 출마’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다. ‘비록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당 대표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서야 진정 당 전체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전하는 공통된 논리다.

강 최고위원도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와 관련해서는 “비례 1번으로 원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총선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 전 장관, 손 대표와 함께 수도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효석 원내대표의 경우 현 지역구(전남 담양·곡성·구례)를 포기하고 서울 지역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3선을 노리고 있지만, 당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지역을 바꿔 수도권 바람을 일으키는 데 헌신할 거라고 강조한 것이다.

반면, 박 위원장으로부터 서울 출마를 요구받은 박상천 공동대표는 전남 고흥·보성에서 지역구를 옮기는 문제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지역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당 지도부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를 버려야 한다는 건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2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공천면접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공심위는 박 대표가 다른 일정으로 인해 참석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그가 공천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허나 박 대표를 비롯, 아직 총선 거취를 정하지 못한 당 지도부의 선택지는 점점 줄아들고 있다. 전날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맞붙겠다고 선언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야당은 지역주의에 안주해 ‘견제론’만 말하고 있다”며 이들을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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