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입당·정부조직 개편 협상 등 곳곳서 매파 역할 톡톡

[데일리서프라이즈 최한성 기자] “어서 일어나서 박수 받으세요.” 지난 11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신당-민주당 합당에 일조한 유인태 의원에게 한 말이다. 신당은 이날 의총전 민주당과 합당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 대통합민주신당 유인태 의원 ⓒ2008 데일리서프라이즈

당초 양당은 신계륜-김충조 협상 라인을 가동하며 통합작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공동대표 선관위 등록 문제로 양측의 협상은 벽에 부딪쳤다. 이에 유 의원은 구원투수로 등판했고, 설 연휴를 반납하며 노력한 끝에 범여권의 지형을 4년 5개월 전으로 돌려놨다.

손 대표의 말 끝에 유 의원은 멋쩍게 웃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나서 동료의원들의 박수에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랜 정치적 과제를 풀었다는 안도감이 그의 얼굴에 스쳤다.

그의 활약은 다른 영역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회 행정자치위원장인 유 의원은 김효석 원내대표 등과 한나라당에 맞서 정부조직 개편 협상에 임하고 있기도 하다. 의총 도중에 손 대표가 “여기에도 유 의원의 이름이 나오네”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처럼 유 의원이 크고 중요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폭넓은 인맥을 갖고 각 이해당사자간 긴장을 원만히 해소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졸아 ‘잠수석’이라 불렸다. 국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에, 유 의원을 보면서 웃는 이들을 제법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특정한 과제가 주어졌을 때 정반대로 돌변한다.

정계의 주요 인사들도 한 번씩은 그의 신세를 졌다. 손학규 대표는 작년 한나라당을 떠난 뒤 범여권 합류 여부를 놓고 고민했고, 이에 유 의원과 만나서 조언을 구했다.

이 자리에서 즉각 범여권에 합류하라고 했고, 당내 386 의원들을 잡으라는 말도 건넸다. 손 대표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벌이던 대선 후보경선서 져 뒤로 밀려났다. 허나 대선패배 후 신당의 수장이 돼 386의 호위를 받으며 총선정국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해 대선불출마 선언을 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성사시키는 등 대통합에 나서라고 독려해 김 전 의장의 명성을 높여주기도 했다.

유 의원의 이런 조정능력을 잘 알고 있는 이명박 당선자는 지난달 28일 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7분 정도 통화를 하며 정부조직 개편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자신의 처남 김재정 씨의 20년 친구인 유 의원에게 “여고 야고 서로 도울 건 돕고 했으면 좋겠다”며 오는 총선에서 그가 생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런 유 의원의 역할과 관련, 신당 내부에서는 “막후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는 이가 있어서 일하기 훨씬 수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사형수 출신으로 매사에 여유를 갖고 조정자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도 전해지고 있다.

물론 한편에서 “큰 일을 풀어내기 위해 숨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당이 특정인에 대한 의존도를 너무 높이는 건 좋지 않다”며 시샘하는 목소리도 일부 들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 의원은 이런 목소리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 신당 최고위원과 국회 행자위원장이란 날개를 달고서 여전히 종횡무진 활약하는 데 따른 평가다.

지금도 유 의원은 “윗옷을 벗으면 ‘국회는 더럽게 난방을 잘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게 아니냐”(5일 신당-한나라당의 첫 6인회동 중 양복 상의를 벗고 회의를 하자는 제안에 대해)는 식의 유머를 던지며 정가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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