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어린이날에도 어김없이 장흥읍 중앙로가 ‘차 없는 거리’로 변신했다. 오늘 만큼은 중앙로가 아이들이 맘껏 뛰노는 놀이마당이자 호기심 어린 눈빛과 손놀림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는 교육문화마당으로 변신한 것이다.

동무들과 함께 뛰는 줄넘기, 가족 얼굴 그리기, 아빠와 어린 딸이 함께 굴리는 굴렁쇠를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 날 특히 눈에 뛰는 장면이 몇 가지 있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준비한 고향나라 사진전과 거리의 도서관 풍경이 그것이다.

이미 가까운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과 아이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 대해 아직 우리가 잘 모르거나 따뜻한 배려가 부족함을 느꼈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나 문화활동공간 속에서 이들과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공명하는 기회나 시간이 거의 없었던 까닭일 것이다.

그리고 이날 ‘차 없는 거리’에서 편안하게 누워 책을 읽는 아이들,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야기에 한없이 즐거운 표정을 짓는 아이들을 보았다. 참으로 거리에 펼쳐진 신나는 도서관 풍경이었다. 단순히 책읽는 풍경만을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다. 거기에는 부모와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활동과 교육활동이 있었던 것이다.

책읽기의 지적 활동과 함께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신체적, 미적 활동이 함께 어우러진 광경. 그것은 조용한 책읽기라는 오래되고 관습적인 도서관 이미지를 벗어나 아주 넓게 펼쳐진 새로운 도서관 풍경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도서관은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이용하는 이른바 평생학습망의 허브로 지역의 교육문화센터가 될것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일년 중 단 하루만 볼 수 있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우리들이 생각한 것이 어린이 도서관이다.(장흥에는 지금 교육, 문화, 사회단체들로 조직된 <장흥어린이도서관건립추진위가 활동 중이다.>) 장흥에도 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이 있어 나름대로 역할을 해오고 있긴 하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다양한 지적, 신체적, 미적 활동이 펼쳐지는 교육문화센터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공간적으로 협소하고 운영시스템이 경직되어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장흥지역의 특성을 담은 교육문화발전소로서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도서관의 많은 부분을 당연히 차지해야할 어린이들의 독서문화활동공간을 제외한 몇 가지만 간단히 얘기해 보자.

먼저 부모와 아이들이 손을 잡고 즐겁게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 되는 도서관. 이는 접근성과 쾌적한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두 번째로 현대문학의 거장들(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등)을 배출한 문림의 고장으로 장흥문학과 이를 텍스트로 제작된 영상작품들을 전시하고 상영할 수 있는 문학관 배치.

세 번째로 장흥동학과 독특한 장흥의 자연, 인문, 역사자원 등으로 구성된 전시관 배치. 이를 통해 외부 관광객이 편안하게 장흥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여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관광지원센터의 역할까지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로 결혼이주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들의 출신국 문화와 우리문화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문화공간 구성. 여기에서는 다양한 교육활동이 진행되는 한편 다문화 전시와 공연이 펼쳐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민간전문가들과 도서관운영자들이 참여하는 교육문화 관련 싱크탱크팀 운영. 더불어 장흥지자체의 여러 담당부서와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창의적인 지역정책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이날 차 없는 거리 행사를 확대, 심화하여 중앙로 거리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교육문화정책을 가지고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인근 도시는 인구가 줄어드는데 순천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꿈이 아닐 것이다. 열악한 교육문화환경을 이유로 젊은 가족들이 장흥을 떠나는 일이 줄어들고 장흥의 교육문화환경이 좋아서 귀농하는 젊은 가족들이 늘어다는 일이 정녕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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