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연과학대학장 협의회가 올해 대학에 입학한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기초 실력을 평가한 결과 평균 50점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이는 상당수 대학이 이공계 모집시 문과생을 위한 수리 나형 응시생에게까지 문호를 열어놓은 결과라지만 결국 대학의 ‘돈벌이 행태’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학교육이 위기라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초중고 내내 사교육을 받으며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들어간 대학이지만 대학교나 대학생의 수준과 질은 오히려 예전보다 떨어졌다.

어떤 교수들은 개론서로는 도저히 수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탄할 정도로 대학생들의 학력수준이 크게 저하돼 과거의 학사과정이 오늘날에는 석사과정으로 비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학력저하는 대학과 교육당국에 책임이 있다. 교육부는 무차별하게 인허가를 내줘 자격미달인 대학들을 양성한 한 책임이 있으며, 대학 역시 치열해진 신입생 유치 경쟁으로 질적 향상에 노력하기 보다는 장사에 치우친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학력저하 현상은 비단 학사과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학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최근의 석.박사 학위 남발은 이미 90년대 초반에 시작됐다. 석.박사 학위가 일자리를 보장하는 시대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경제가 불안해진 2000년대를 기점으로 직장인들과 주부들이 대거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석.박사교육의 수준까지도 떨어지고 있다.

요즘은 어느 대학원에서나 40~50대의 만학도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보통 70년대 후반과 80년대 학번인 이들의 입학사연은 다양하다. 물론 만학도의 학문적 열정은 제도적으로 마땅히 지원해야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진 현 세대를 반영하듯 고용불안 때문에, 현 직장의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서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기 위한 자격증(학위)을 따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한 경우도 있으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심지어 밖에서 놀면 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고상하게 놀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왔다는 주부도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석.박사과정에 들어온 이들은 대부분 컴퓨터 활용능력이 떨어지고 학습능력도 뒤쳐져 면학분위기를 해친다. 제대로 열심히 해서 실력을 키우기보다는 적당히, 대충 때우다 정치적으로 학위를 따려 든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전 대학에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며 지나친 비약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현상에 비추어 볼 때 제대로 된 연구논문 한 편 쓸 줄 모르는 석.박사가 넘쳐나는 오늘날의 대학교육을 바로잡을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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