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초등학교 교사 6년째

교사가 되고 나서 아이들에게 배우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내공이 쌓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내가 무심코 한 작은 행동이 아이들의 작은 가슴에 멍이 들게 할 수도 있고 커다란 희망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작은 행동은, 때론 큰 파장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체험학습을 가게 되면 대부분의 교사들이 판단하는 장소 선택의 기준은 학년 교육과정과 연관은 되는지, 아이들이 얼마나 좋은 체험을 하고 올 수 있는지, 거리는 적당한지, 위험요소는 없는지, 안전사고가 났을 때 보험은 되는지, 이전 학년에서 다녀온 적은 없는지 여부다. 때문에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기는 하지만 여러 위험 부담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그 선택의 기준에서 업체에서 촌지를 주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대개가 무신경하다는 것이다. 업체가 홍보비를 책정해서 교사들에게 촌지를 줄 리는 없기에 아이들의 체험학습비용의 일부분이 우리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임에도 그저 관행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별일 없었다는 생각에 학년부장을 제외한 대다수의 교사들은 무신경했고 그 비용으로 학년 친목 회식을 했음에도 개인별로 친목회비를 각출하지 않은 학년부장의 능력을 믿음직스러워했다.

어느 해에는 체험학습을 6번 갔었는데 그중에 한 군데 ○○리조트에서 교사 1인당 만원씩을 들려주었다. 부끄럽지만, 그것에 문제의식을 가지는 교사는 거의 없었다. 원래 이 업체는 그런다는 것! 전에 이곳을 와 본 교사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체험학습 장소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필요한 활동이라고 판단해서 정했는데 그 촌지로 인해서 우리의 교육적인 판단과 행동이 돈을 목적으로 하는 부도덕한 행위로 치부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학교와 교사를 포함하여 공교육이 불신 받을 수 있음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돈의 액수가 크던지 작던지 간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업체는 다시 그 장소를 방문해주기를 바라는 의도로 그 돈을 주는 것이다. 게다가 그 돈은 아이들과 관련되어 있다.

만약 그 업체가 잘못된 서비스를 하더라도 촌지로 인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더 이상 무신경해서는 안 된다. 그 돈을 다른 방법으로 다시 아이들에게 돌려주었다는 것은 옹색한 변명일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이 촌지에 멍든 세상을 살기 원하지 않으려면 예민해져야 한다. 촌지를 주는지를 감시하고, 받는지를 감시해야 한다. 교사들은 스스로 촌지를 주는 업체의 의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며, 교육활동이 촌지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것을 반성하고 분노해야 한다.

사회도 교사들이 촌지에 고민하지 않고 당당하게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정화하는 일을 해야 한다. 촌지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촌지를 주고받는 일을 경계하고 감시하여 촌지를 길들여야 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

더불어 지금의 체험학습 방식도 많이 바뀌어져야 한다. 사실 광주지역에서 갈 만한 체험학습 장소들은 뻔히 정해져 있다. 여러 체험학습 장소가 생겨나고, 새롭게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곳도 여러 곳 나타났지만 학교에서 선뜻 결정하기에는 고려해야할 점이 너무나 많다.

더구나 광주지역 대부분의 학교가 학년단위로 체험학습을 가기에 2-300명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장소는 태부족이다.

이번 기회에 학년별로 이루어지는 체험학습을 학급별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 학급별로 가면 보다 다양하게 폭넓은 체험을 할 수 있음에도 학년단위라는 큰 덩치로 움직이다보니 실질적인 체험학습이 되지 못하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학교 행사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갯벌체험이나, 염색체험, 도예체험, 농촌체험, 공예체험, 봉사활동, 역사 문화 탐방 등 학급단위로 움직여야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체험학습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도 말로만 체험학습을 강조하지 말고 보다 폭넓은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교육청이 나서서 체험학습 장소를 찾아 나서고 검증하고 학교와 교사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기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