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희 (초등 5년 학부모. 광주 서구 풍암동)

선생님 안녕하세요?
새학년이 시작된지 벌써 두어달이 되어갑니다. 창밖엔 앞다퉈 폭죽처럼 몽우리를 터뜨리는 봄꽃들이 갓 입학한 1학년 우리 아이들 웃음만큼이나 환하고 싱그럽네요.  첫아이의 졸업과 동시에 막내를 입학시키고 이러저러한 바쁜 생활을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로 글을 올립니다.

사실 사랑으로 치자면 굳이 열손가락을 꼽잖아도 첫째와 막내가 누군들 덜 하겠습니까 만은 아무래도 막내는 첫아이에게 쏟았던 관심과 열정으로부터 한발짝 물러나 지켜보는 여유가 생기게 되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예전엔 첫아이 부모들의 관심과 열정이 아이로부터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로 이어지면서 아이를 중심에 두고 부모와 교사가 서로 소통하고 공유 해야 할 교육적 부분에 쏟아지기 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굳이 내 아이를 잘 봐달라고 해서가 아니라 왠지 다들 그렇게 하니까 분위기상 선생님께 학교에 물질적으로 아니면 몸으로 청소라도 해서 뭔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보여야만 했던거지요. 저 또한 예외는 아이었을겁니다. 물론 제가 첫아이를 학교 보냈을 무렵의 이야기란 말입니다.

첫아이가 6년의 학교생활을 보내며 여러 친구들과 부대끼고 힘든 상황도 극복하며몸도 마음도 부쩍 커 왔듯이 엄마인 저도 제가 가졌던 아이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서 학교와 학교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이런 말씀을 드리면 참 반가워 해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때론 부담스럽게 생각 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겠지요. 선생님은 어떤분이신가요?

저는 학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내아이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학교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학교 운영위원 활동도 하게 되었지요.

또 엄마들의 잘못된 정성(?)이 오히려 학교와 선생님들의 명예에 누가 되는 경우들을 보면서 학부모들이 돈걷고 촌지 주고 식사 대접하는 것을 반대해왔습니다. 물론 선생님들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6년이 지난 지금, 첫아이를 학교 보냈을때와는 참 많이 학교현장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과의 잘못된 만남인 촌지도 사라지고 잘못된 정성인 불법 모금도 없어져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첫아이나 막내나 소중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때와 같은 열정(?)으로는 따로 인사 한번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며칠 사방에서 다시 봄꽃처럼 터지는 학교에서의 돈꽃이야기에 저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 물론 선생님과 우리 학교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또 일부 몇몇 학교이겠지만 불법 찬조금(임원회비), 금품수수, 향응접대등 수십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돈봉투가 학교 현장에서 다시 휘날리는것을 보고 6년의 내공도 부질없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는데 왜 새 부대에는 새 술을 담지 못하고 구태만 담아가는지 그 새 부대의 주인을 쫓아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네요.(선생님은 무슨 말씀인지 아실겁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선생님, 인사도 못드리고 찾아 뵙지도 못한채 이런 말씀드리는게 참 죄송스럽기도 합니다만, 막내로부터 다시 시작해볼려구요.

첫아이때의 열정과 관심으로, 우리 막내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와 아이들의 학교와 그리고 학교교육에 대해서 또다시 6년 내공을 쌓으며 관심을 가져 볼랍니다.학부모와 학교가 제자리를 찾아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아름다운 동행 함께 할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선생님 혹시 부담되시는것 아니시죠?

참, 저희 첫아이가 중학 입학을 했는데요, 제가 오늘 그 학교 홈피를 뒤지다 선생님께서 어느 졸업생이 올린글에 답글을 달아 주신것을 봤어요. 짧은 답글이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이 가슴으로 전해져왔습니다. 선생님께도 조금 전해드릴께요. 선생님도 부디 이와 같은 선생님이시길 간절히 빌면서 막내 엄마 올립니다.

진아.. 고마워.. 샘이 네 담임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조금씩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려움을 알게 되면서 뭔가 해보겠다는 자세와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래서 내가 승자가 아닌 패자가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모두가 더불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노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장 보이는 세상은 서바이벌 게임장과 같아 보이겠지만 인생은 게임이 아니니 우리는 서로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 시험 결과가 잘 나와서 바로 대학 공부를 시작하기를 샘이 기원할께..

너를 이 세상에 있게 해준 세상에 감사하고 부모님께 감사하고 동생에게 감사하고 네 주변의 자연과 생명 모두에게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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