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초 광주시교육청이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소속 직원들 책상위에 부착한 '청렴실천다짐' 내용. ⓒ줌뉴스 |
광주전남지역 일부 초등 교사들이 오랜 관행처럼 여기며 받아온 ‘떡값’이 떡메를 맞게 됐다. 놀이공원으로 소풍 온 초등학생 10명 기준 1명의 비용을 선생님께 드린다는 것이다. 참 쉬운 계산법이다. 업체 관계자는 “물건 살 때도 여러 개 사면 1개 덤으로 주듯이...”라며 해명했고, 해당 선생님은 일체의 사실을 부정하며 ‘대질심문’을 운운했다.
황사보다 더 뿌연 세상이다. “뭐, 그깟 몇 푼 안 되는 ‘떡값’가지고 호들갑이냐”고 반문 할 줄 모르나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업체 측에서는 “그 한 명의 비용은 불우학생소풍참여의 명목으로 할인됐고, 그 금액이 지급된다는 사실은 모든 선생님들이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불우학생돕기 명목의 금액으로 선생님들이 떡(?)을 사 드신다는 것인가? 불온한 상상의 날개가 거침없이 돋아 오른다.
광주 시내 학교는 입장료가 1만 천 원씩이고, 시외 학교는 9천 원씩이니, 매 소풍철마다 수천 명의 학생이 입장한다면 그 액수는 누가 봐도 더 이상 ‘코 묻은 돈’이 아니다. 올해 봄철 소풍기간에 이 업체로부터 교사들이 받아간 ‘뒷돈’의 합계를 게산해보면 된다.
학교운영위원장을 지냈던 한 학부모는 한 술 더 뜬다. 비단 소풍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체험의 이름으로 위탁되는 상당수 학습프로그램과 수련회 같은 것들이 바로 그 ‘쉬운 계산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 학부모는 “(학생 수 대비로 돈을 챙기는)그런 것 좀 하지 말아 달라”고 누차 지적했다며 통화말미에는 “내 이럴 줄 알았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일부 선생님들은 “돈으로 주지 말고 차라리 깍아 달라”고 했지만 일관된 업무처리를 위해 업체에서 거절을 했다고 한다. 그나마 몇몇 선생님들은 그 돈으로 아이들 먹거리를 사줬다고 했다.
업체의 상술에 선생님들이 걸려든 것 같아 안쓰러운 맘 그지없지만, ‘남의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瓜田不納履)’고 가르쳐주신 옛 은사님의 말씀과 은사님의 ‘신발’이 자꾸 오버랩 되는 이 불경함을 어쩌란 말인가! 얼마 남지 않은 ‘스승의 날’은 또 어떨까?
유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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