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필 금구중 교사, (사)광주교육연구소

최근 지역사회의 중심화두는 문화중심도시이다. 그 가운데 경제적인 측면에서 문화중심도시는 크게 환영받고 있는 반면 ‘문화예술교육’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여전히 특수시책의 하나로 책정하고 있지만 최근 시교육청의 행정업무재편성과정에서도 전담부서 하나 없는 구호로 구색만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에도 북치고 장구치며 악기다루는 방과후활동을 문화예술교육인냥 이야기하는 것이 현실 아닌가. 취미활동을 문화예술교육이라고 포장만 달리한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교육과정 개발과 문화예술교육담당자양성 등 중장기적인 종합계획이 체계적으로 세워지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시교육청의 행정라인에는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고민과 이정표가 없다.

그동안 지역교육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낯선 문제해결능력보다 대학진학을 위한 실력교육이 우선이라는 논리에 사로잡혀 학생들의 문화예술적 창의성을 감금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시교육청과 문화중심도시건설추진단이 적극적으로 연계되지 못하면서 학교현장에서는 행정업무를 관리할 ‘문화예술부’는 특별활동부가 명칭만 바뀌었을 뿐 문화예술교육을 원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전히 학교교육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교육전문성’이라는 울타리로 외부와 경계를 긋고 외부의 학교출입을 막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고질적인 측면도 문제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 교육현장은 음·미·체 실기교육의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는 문화적 감수성과 문화향유 능력을 키워 교육적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교육으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제안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교육철학을 담는 교육학적 관점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독서교육을 도서관 운영으로, 영어교육을 어학실 운영으로, 도덕교육을 예절실 운영으로 가둬두었기 때문에 실패했듯이 “문화예술교육” 마저 문화교실로 연장시키려는 밑그림을 그려서는 안 된다. 이는 문화중심도시의 구체적인 인력과 컨텐츠를 산출해 낼 교육계가 문화예술교육에 대해서 심도있는 원론적인 문제로 풀어갈 때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고민하자. 문화예술교육 앞에 우리는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예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교육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교육방법론의 채택은 어떤 입장에 중심을 두어야 하는지, 하나하나 짚어보자. 

첫째, 문화예술교육활동의 중심에는 철학적 고민이 담겨야 한다. 그 철학적 고민은 대체로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이 어떻게 세워져야 할 것인가, 어떻게 살게 할 것인가, 어떤 가치를 담을 것인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프랑스대혁명기 때 M, Schiller는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미학적 교육’을 주장한 적이 있다. 아니 우리 선조들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세울 때 ‘율려(律呂)’와 같이 음악으로 세상을 풀었다. 다시 말하면 문화교육과 문화철학에 바탕을 둘 때 정치 사회 경제적 위기를 문화적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범교과적이고 종합적인 시스템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은 문화의 일부이지만 교육을 통해 문화를 전달하거나 생산한다. 따라서 문화적인 방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 미래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문화교육론은 궁극적으로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먼저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어떻게 담을 것이며, 그것을 통해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내용들은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하고, 그것을 교육과정에는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특히 매개활동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은 새로운 교육방법의 시작일 뿐이다. 얼마전 한 민간단체에서 ‘역사교과와 문화예술교육’을 접목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실현가능성을 시사해 준 적이 있다.

이처럼 다른 교과 또한 문화예술교육의 매개방법을 탐구해 가야할 것이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의 범주 안에서 문화론, 예술론, 문화철학론, 교육방법론 등이 고려되면서 적절하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 문화예술교육연구시범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연구가 전통문화기능의 전수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획 인력조차 없는 학교현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은 버거울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지식이나 기능교육과 달리 문화예술교육은 개별 프로그램만의 운영으로 얻을 수 있는 교육적 가치와 효용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예컨대 해설이 있는 공연, 예술을 매개로 한 학습, 예술치료, 관련 종사자의 직무향상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성과는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넷째, 5·18 광주 역사에 대한 '추체험 학습'에서 자기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성찰을 강화하는 쪽도 보완되어야 한다. 역사는 문화라고 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시간으로 묶는 것이 문화이다. 교과서의 역사가 아니라 생활 속에 살아 숨쉬는 문화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래는 디지털과 에코문화가 지배하는 시대이다. 전통적인 농경문화와 수공업적인 아날로그문화가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디지털은 첨단문화를 이끌고 에코는 전통문화를 복원할 것이다. 그 새로운 이정표 앞에서 문화예술교육이 민족과 세계가 함께 하는 문화부흥(르네상스)의 중심에 서있어야 한다.

끝으로 문화예술교육론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정책적 연구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시교육청의 인력과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외부용역을 통한 지역사회와 정책협력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조직을 만들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배치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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