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자율형공립고 확대에 대한 전교조 전남지부 입장

- 자율형공립고 정책은 철지난 MB시절 특권과 경쟁교육
- 전국 40개교 중 11개(27%) 선정 부끄러운 일

- 교육여건 좋은 학교에 예산 추가지원은 빈익빈 부익부 확대
- 교사 100% 초빙과 교사 추가 배정은 심각한 부작용 예상
- 자율형공립고 사업 중단, 전남 모든 고교를 자율학교로 지정 요청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2월 29일(목), 지역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024년 ‘자율형 공립고 2.0’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8개 교육청은 참여하지 않았고, 전남을 포함한 9개 교육청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 40개교가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되었다.

이로써 혁신학교를 빠르게 지우고 그 자리를 MB시절 특권과 경쟁교육으로 회귀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준비반이 만들어져 심각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그 광풍을 잠재우는 대신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등은 특권과 경쟁교육으로 교육생태계를 파괴하고 공교육 시스템을 붕괴시킨 주범 중 하나였다.

자사고 열풍으로 전국의 중학교가 입시경쟁으로 몸살을 앓았고, 영어유치원 광풍까지 몰아쳤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었고 들불처럼 혁신학교가 만들어지는 결과를 낳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반성은커녕 이미 실패로 판명난 철지난 경쟁교육, 특권교육 정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 5년간 매년 2억 원(교육부-교육청 대응투자)을 지원받으며, ▲ 교육과정 자율성 부여, ▲ 교사 정원의 100%까지 초빙, ▲ 교사 추가 배정 허용 등의 혜택을 미끼로 전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자율형공립고 2.0 정책은 사실상 지자체와 교육청이 앞장서서 입시명문고를 만들어 경쟁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수직서열화된 대학체제와 입학증을 따기 위한 입시경쟁체제는 내버려둔 채, 판돈을 올려서 모든 국민에게 게임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교육부판 오징어게임이다.

개 교육청이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업에 전라남도교육청이 앞장 서서 11개교(전국 40개교)가 선정되었다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결코 자랑할 일도 아니다)

더군다나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와 충분한 논의도 없이 방학 기간을 이용해 신청을 받는 등 그 과정도 매우 비정상적이고 파행적이었다.

학령인구 감소, 지역소멸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율형공립고 정책은 군 단위 고등학교의 소멸 및 통폐합을 낳을 위험이 크다.

자율형공립고가 아닌 전남지역의 고등학교가 갖는 상대적 박탈감, 학부모의 불안감만을 자극하여 전남의 교육생태계를 큰 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전남의 11개 학교를 살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나머지 89개의 공립고등학교와 44개의 사립고등학교는 어쩌란 말인가?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교육재정이 매년 악화되는 상황에서 일반학교에 투입되어야 할 교육예산을 11개교에 2억원씩 지급하는 것은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된 대부분 학교는 전남에서 교육여건이 좋은 학교이기 때문이다.

자율형 공립고에게 교사정원 100% 초빙과 교사 추가 정원 배정의 혜택을 주는 것도 큰 문제이다.

현재 전남의 중·고등학교는 2년 연속 교사정원이 감축되어 교사들이 부족하고, 퇴직교원까지 기간제교사로 채용한다 해도 기간제교사를 채용하지 못하는 학교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1개 고등학교에 초빙으로 교사를 우선 배치하거나 추가로 배정한다면 교육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300여개 넘는 공립 중·고등학교 교사배치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줄 것이다.

교육과정에 자율성 부여도 허울 좋은 말이다.

이미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시행되기 때문에 지역과 기업과 연계된 교육과정 운영이나 교육과정의 자율화는 어차피 시행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현재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보한 자사고나 특목고의 경우를 보면, 교육과정을 대학 입시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육과정의 자율성은 국영수를 중심으로 한 파행적 교육과정과 입시학원화를 낳을 것이 뻔하다.

진정 교육 발전을 바란다면 전남 모든 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하여 1억원 이상씩 추가 지원하고, 학생과 지역의 여건에 맞게 학교가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수백억을 들여 단 5일 동안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 같은 행사 하나만 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지방소멸,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경쟁교육에 특화된 지역명문고를 육성해야 한다는 말로 도민을 기만하지 말라.

과도한 경쟁교육체제가 저출생과 지역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가?

교육부와 김대중교육감에게 촉구한다.

학부모와 학생의 입시 불안감에 기대는 얄팍한 교육정책을 당장 중지하라.

학교구성원의 의견 수렴없이 진행한 자율형공립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

학교현장의 실태를 깊이 이해하고, 학생을 위한 교육, 가치와 철학이 있는 정책으로 전면 전환하라.

2024. 3. 7.

전교조 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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