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여년 동안의 역사가 담긴 고문서 1천여점,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

한국학호남진흥원은 기탁 중인 장성 행주기씨 기효간 종가 고문서 1,074점이 전라남도 유형문화재(373호)로 지정되었다고 밝혔다.

장성 행주기씨 기효간 종가는 기묘사화 직후 기원(奇遠, 1481∼1522)이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아치실에 터를 잡은 이후, 현재까지 이곳에 세거해 오고 있는 가문으로 호남을 대표하는 명문가이다.

1448년 기건 고신. ⓒ한국학호남학진흥원 제공
1448년 기건 고신. ⓒ한국학호남학진흥원 제공

기묘사화는 1519년(중종 14) 11월 조광조·김정·김식 등 신진사류가 남곤·심정·홍경주 등의 훈구 재상에 의해 화를 입은 사건이다. 

기효간 종가는 기효간을 비롯하여 기정익, 기정진, 기삼연 등 호남을 대표하는 학자, 관료, 의병,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집안이다.

기효간(奇孝諫, 1530∼1593)은 김인후(金麟厚)·이항(李恒)의 문인이며, 기대승(奇大升)의 문하에도 출입하였다.

일생동안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에만 전념하였으며 후진양성에 주력하여 호남의 은덕군자(隱德君子)로 불리었다.

임진왜란에는 아들 다섯을 이끌고 의병을 일으켜 6부자가 모두 선무원종공신에 봉해지기도 하였다.

해당 종가에는 조선 세종대 청백리였던 기건(奇虔)의 고신부터 시작하여 대한제국기까지 5백여 년에 걸친 문중의 역사가 담겨져 있는 공신녹권, 호적, 분재기, 명문 등 다양한 고문서가 전해져 오고 있다.

고신(告身)이란 조선시대에 관원에게 품계와 관직을 수여할 때 발급하던 임명장을 말한다. 

공신녹권(功臣錄券)은 고려·조선시대에 공신을 책봉하고 이들의 공훈을 등재하여 공신 수봉자에게 분급한 문권이다. 

분재기(分財記)는 조선시대 재산의 주인이 자녀를 비롯한 가족에게 재산을 상속하거나 분배하여 준 문서다. 

6.25 전쟁 때 종가가 전소되면서 전래된 많은 문헌이 소실되었으나 종손의 노력으로 3천여점을 보존할 수 있었다.

보존된 자료는 2018년 한국학호남진흥원이 개원하면서 종가에서 1호로 기탁하여 현재까지 보존 관리되고 있다.

이번에 지정된 1천여점은 3천여점 중에서도 자료적 가치를 인정받은 고문서들로 상태가 양호하고 조선시대 제도사·사회사와 고문서학·지역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세종 연간에 발급된 15세기 임명문서 사례, 관직 활동 과정에서 생산된 조보 사례 등과 강세황(姜世晃, 1713~1791), 이삼만(李三晩, 1770~1847)의 친필첩이 주목된다.

조보(朝報)는 조선시대에 승정원의 발표사항을 필사해서 배포하던 전근대적인 관보 겸 신문형태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지금까지 기탁받은 자료를 목록화하고, 학술대회 개최, 자료집 간행, DB구축 등 심층 연구와 활용을 추진해 왔으며 문화재 지정을 위해서도 노력해 왔다.

현재 지정문화재 20건 2,015점를 비롯해 7만여점 이상의 자료를 보유 및 관리하고 있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은 멸실·훼손 위기에 처한 민간기록유산의 보존 및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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