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위기의 자립준비 청년들, 지역 언론은 끝까지 손 잡아야

광주 자립준비청년 잇따라 극단적 선택...지역언론 피상적 보도 그쳐
지역문제해결·심층보도·공론장 형성 역할 중앙언론으로 전가
광주전남민언련 “지역언론 역할 무엇보다 중요...누구보다 앞장서야”

 

지난달 광주 지역에서 불과 엿새 사이로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 2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보호시설에서 나와 사회에 적응해나가야 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으로, 지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8월18일부터 9월13일까지 11개 광주전남 지역언론을 모니터링한 결과, 지역언론의 해당 사건 관련 보도는 58건 중 39건(67%)이 22~25일에 집중돼있다.

사건이 발생한 19일과 24일 전후와 강기정 광주시장의 긴급브리핑이 있던 25일 보도가 집중된 것이다.

이는 지역 언론보도가 사건 보도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피상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사건의 배경을 심도 있게 보도하며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사회적인 문제로 공론화 하기 위한 종합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광주시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책을 발표한 이후 관련 보도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건보도 이후 일주일 여만에 발표된 시의 대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요술방망이가 될 순 없다.

언론들이 광주시 대책의 실효성 검증, 전문가의 평가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줬어야 함에도 대부분의 지역언론이 사건 전달 중심으로 보도하고 광주시의 보도자료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이번 사건은 광주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해 큰 파장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국매체의 심층보도에 비해, 자립준비 청년들에게 닥친 위기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등 지역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일부 지역언론의 경우, 이번 사안에서 잘못된 보도관행을 보여주고 있다.

극단적 선택의 시간, 방법, 이동경로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성별을 특정하는 등 사건의 핵심과는 무관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의 정보들을 보도했다.

그동안 지역사회 곳곳에선 자립준비청년들의 문제해결을 위한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학계, 아동복지협회, 시민사회 등이 간담회를 가지며 문제해결을 위한 거버넌스를 형성하고 있고, 민간영역에선 사회적기업 동네줌인의 주관으로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함께 하는 모임’을 결성하는 준비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의 문제는 금전지원이나 주거지원과 같은 단순한 접근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종합적인 문제이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온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참여해야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역 내 건전한 공론장을 형성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역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 A씨는 “삶이 힘들고 고달프다. 살아온 삶이 너무 가혹하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더 이상은 안타까운 생명이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문제를 개선하는 일에 지역언론이 누구보다 앞장서 주기를 촉구한다.

2022년 9월 15일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