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늦은 오후 광주 서구 농성광장 옆 한 예식장. 이른바 ‘노무현의 사람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후보의 핵심 선거참모이자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었던 양길승 호남대교수의 ‘출판기념회’ 및 5년 전 노 후보의 승리의 발판이 된 ‘광주노풍’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

행사장은 자칭 ‘핵심참모’에서부터 양 교수의 지인, 일부 정치인, 지역인사.청와대 인사 등이 축하객으로 자리를 잡았다. 행사장 정면에는 2002년 3월16일 당시 민주당 광주경선에서 노 후보의 1위를 차지했던 ‘감격의 노풍’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비쳐지고 있었다. 그야 말로 ‘노무현 사람들’의 잔칫날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그러나 출판기념회 행사 초기부터 이른바 ‘노무현의 사람들’이 ‘놈현의 사람들’이라는 비아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빗거리’가 하나 둘 드러나 씁쓸함을 못내 지울 수 없었다.

이른바 행사 진행발언에서 일부 인사의 축사에 이르기 까지 ‘자책골’이 터져 나온 것. 이는 곧 국민들로부터 ‘아집과 독선’, 그리고 ‘영웅주의’로 비쳐 질 만한 대목이었다. 5~6년전 ‘조직도 돈도 없는 바보 노무현’을 ‘광주노풍’을 통해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이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부심이 곧 '몽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자는 “현재 노무현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과 애정을 과시했다. 축사들도 아무리 출판기념회 이지만 ‘띄워주기’ 칭송 일색이었다. 과거를 비추어 오늘을 겸허히 되돌아보는 발언은 어디에도 들을 수 없었다.

급기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축사에서 끄집어낸 서갑성 조선대 무역학과 교수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빨리 끝내야 한다. 에프티에이는 이른바 짝짓기이다. 그래야 알을 까든 새끼를 낳든 할 것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찬성입장을 보였다.

물론 학자적 양심과 개인으로서 얼마든지 입장을 피력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기나긴 축사시간을 할애하면서 밝힌 에프티에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정부의 입장을 추종하는 단순한 표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최소한의 논리적 설명도 없었던 것.

5년 전 광주에서 ‘노풍’을 일으켜 대통령을 탄생시켰다고 자부하는 자칭 ‘핵심참모’들이 올해 대선정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폭풍의 변수’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 교수는 확고한 입장이었다.

5년전 광주. 전남의 서민 대다수가 노무현을 지지했다가 이제는 폭력투쟁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대규모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민들의 현실을 찬찬히 되짚어 봐야 할 ‘노무현의 사람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소신에 따른 돌격과 원칙 사수’의 트렌드로 대표되는 노무현 대통령. 그러나 그가 보여준 굵직한 정책들은 항상 관료들의 편이었다. 한-미 자우무역협정에 이어 새만금, 평택 대추리, 자이툰 파병, 경제정책 등... 하나같이 그를 대통령으로 찍어준 서민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정책들이었다. 물론 청와대는 온갖 통계와 국가정책을 이유로 정당화하거나 이를 반박해왔다.

이제라도 자칭 타칭 ‘대통령의 일등공신, 참모’라는 이른바 ‘노무현의 사람들’부터 참여정부의 공과를 엄격하게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5년 전 광주 그리고 12월 선거에서 진짜 노무현의 사람들이었던 국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질 것이다. 축하해야 할 출판기념회에서 짧게 지켜본 쓰디쓴 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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