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여유로운 일상을 계속, 영위할 수 있느냐 없느냐 결정"

새벽 6시에 맞춰서 친구집인 동탄 아파트촌을 나섰다. 
새벽바람이 차다. 
아직 주변이 깜깜하다. 

인근 다원중학교에서는 조기축구회 멤버들이 조명등을 환하게 밝히고 축구를 하고 있었다.

ⓒ광주인
ⓒ광주인

요란하게 볼 차는 소리와 골대 부근에서 패스를 연신 외치는 샤우팅을 들으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전투표장소를 물으니 손가락으로 반대방향을 가리킨다. 

사람들이 어둠속을 떼를 지어 몰려가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투표하는 사람들이라니. 
모두 우국지사로 보인다. 

티브이화면을 가득채운 우크라이나 전쟁상황을 보다 나온 탓인지 피난민들 행렬로 순간 착각한다. 

30년 마다 전쟁을 치룬다는 한반도에서 6.25전쟁직후 피난민의 첫 아들로 태어난 탓에 전쟁의 공포를 몸에 새기고 살았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전쟁의 참화를 겪게 하지 않겠다고 두번씩이나 파라과이 이민을 계획했었다. 

투표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있다.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가족에게 투표장 분위기를 소근소근 낮은 목소리로 전한다. 

말은 안해도 이번 투표의 의미를 대단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여유로운 일상을 계속, 영위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 짓는 행위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무말 대잔치로 횡설수설같은 공약을 늘어놓는 모 후보의 기행백태도 가관이지만 유독 선제타격이란 군사용어에 가위눌린 상태에서 치르는 선거다.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온다. 

주여. 이 땅에 평화를 계속 허락하소서.

전쟁없는 70년이 이 땅을 이토록 풍요롭고 찬란하게 자부심 넘치는 나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마을마다 온갖 뛰어난  인물들로 가득 채워진 이땅을 계속 축복하소서.

알고보면 다들 괜찮은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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