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MBC 드라마 '하얀 거탑'으로 호평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MBC 의학 드라마 '하얀 거탑'(극본 이기원, 연출 안판석)이 전문 드라마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으며 11일 막을 내렸지만 주인공 장준혁 외과과장의 성공을 향한 야망과 현실감 있는 처세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장준혁 과장을 속 깊이 소화해내면서 20회 내내 극의 고삐를 당겼던 탤런트 김명민을 14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하고 시청자에게 보내는 고백 형식으로 정리했다.

"장준혁 편을 들어주시는 건 옹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공감하기 때문이겠죠. 무모하고 악당 같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자화상을 보신 것 같아요. 본인의 모습을, 공통점을 보신 거죠.

처음에 MBC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 장준혁이라는 인물이 복합적이고 치밀하게 계산하는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지난해 초에 이미 일본 원작 드라마를 봤고 욕심이 많이 났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인물이었고 어중간하게 했다가는 배우의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고민도 심했습니다.

촬영을 하면서는 잠시라도 긴장을 풀 수가 없었어요. 장준혁은 타격을 입어도 '멍'하게 있는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행동에 주저함이 없죠. 농담하고 있다가 촬영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어요. 그런 걸 따라가려고 하다못해 밥 먹을 때도 메뉴 선택하느라 시간 보내지 않고 '저거 먹자' 했어요.

장준혁은 윗사람들을 잡고 가는 사람이지만 친구와 후배만큼은 끝까지 데려가는 인물입니다. 외과 과장인데도 레지던트까지 신경 쓰고 약속한 대로 어머니 수술도 해줍니다. 인간적이면서 의리가 있죠. 부하는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결말에는 정말 만족합니다. 원작에도 그렇게 돼 있고요. 죽기 전에 쓴 상고 이유서는 장준혁의 자존심입니다. 사람이 죽을 때 되면 변한다지만 저는 장준혁이 변하지 않기를 바랐고 자신의 수술 실력에 대한 확신과 자존심을 끝까지 갖고 가기를 원했어요.

그 자존심이 꺾이면 초라해질 것 같아서. 장준혁이 죽지 않았다면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모든 걸 동원해 승소했을 겁니다. 죽어가면서도 상고 이유서를 쓸 수밖에 없는 거죠.

시신을 기증한 것도 장준혁이 착한 사람으로 돌아갔기 때문이 아닙니다. 의사로서의 장준혁의 열정을 보여주는 거죠. 간담체 분야에는 전문가였지만 자기에게 찾아온 예외적인 증상을 밝히고 싶었던 거예요.

이런 장준혁의 입장에서 최도영을 보면 너무 올곧은 친구입니다. '왜 나처럼 야망이 없을까, 야망이 조금만 있다면 나와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싶게 만들죠. 장준혁은 최도영에게 섭섭한 것도 많아요. 위로의 한 마디가 필요해서 찾아가면 너무 이성적인 충고를 해줘서 정이 뚝 떨어지죠. 사고 치고 온 친구에게 빨리 머리 굴려서 어떻게든 잘 넘기게 해주는 친구가 장준혁이라면 최도영은 자수하자고 할 친굽니다(웃음).

'하얀 거탑'을 하면서 느낀 건데 남녀 사이의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의 여운은 길지 않은 것 같아요. 남자들 사이의 우정은 피보다 진한 것 같고 깊은 감동이 있어서 쉽게 희석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희열을 느껴서 자꾸 그런 캐릭터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틀에 박힌 멜로는 연기하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물론 저도 백만장자도 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굉장히 복합적이고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해보고 싶습니다. 다음 작품이요? 영화에서 형사 역할인데 거기도 멜로 없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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