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음악칼럼] 슬프지만 ‘희망가’
[,정수영의 음악칼럼] 슬프지만 ‘희망가’
  • 정수영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문학박사)
  • 승인 2021.02.11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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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벌써 일 년이 넘었다. 새로운 감염병이라는 존재 앞에서 우리의 일상은 위기와 대혼란 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가 멈춤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열심히 방어해 나가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곁에 숨어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회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쓸어간다. 이렇게 길게 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마음이 기나긴 방역에 서로를 경계하며 삭막하게 변하는 감정을 느낀다.

ⓒ광주아트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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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시작된 후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희망’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 종식’이라는 염원을 담아 밝은 미래를 향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희망이라는 마음이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쉬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다.

사람은 음악이나 미술, 문학, 건축 등 예술을 통하여 감정을 승화시키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그 시대의 사회현상에 맞춰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예술을 표현하기도 한다. 오늘 이 시대, 희망을 잇는 의지의 음악, 음악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달랬던 이야기를 여기에 소개한다.

슬픈 멜로디이지만 희망가라고 한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제7회 방송에서 〈희망가〉가 소개되었다. 트로트 가수로 요새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가수 4명(고재근,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이 나와 슬프고 애달프게 구성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관중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께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제목이 희망가라고는 하지만 멜로디는 무척이나 슬프고 애달프며 가사도 벅찬 희망을 표현한 음악은 아니다. 더더군다나 이 노래는 굉장히 오래된 노래여서 젊은 세대는 거의 알지 못하는 노래이다.

그 노래 <희망가>를 요새 한창 뜨고 있는 트로트 가수가 슬프고 애달프게 부르니 많은 이들이 감탄하여 큰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이 노래는 제레미아 잉갈스(Jeremiah Ingalls,1764~1828)가 영가집 ‘크리스찬 하모니(Christian Harmony)’를 출간했는데 거기에 실린 ‘하나님의 사랑(Love Divine)’이라는 음악을 기원으로 하고 있다.

이 멜로디를 일본인 미스미 스즈코(三角錫子, みすみ すずこ.교육자.1872~1921)가 ‘새하얀 후지산의 뿌리(근원, 령, 기슭이라고도 함) 〈真白き富士の根(ましろきふじのね,마시로키 후지노네)〉’ 또는 ‘시치리가하마의 애가 〈七里ヶ浜の哀歌(しちりがはまのあいか,시치리가하마노 아이카)’라는 제목의 唱歌(창가)로 재탄생 시켰다.

원래 이 곡은 진혼곡이다. 1910년 1월 23일, 일본 가나가와현 즈시시(逗子市)에 있는 개성중학교(開成中学校)에 다니는 학생 12명을 태운 보트가 전복되어 모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인근 여학교의 교사로 재직했던 미스미 스즈코(三角錫子)가 이들을 추모하고자 가사만 직접 지어 1910년 2월 6일, 개성중학교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초연한 곡이다.

이 사망사건은 당시 사회적인 큰 이슈였기에 추모식에서 울려 퍼진 ‘마시로키 후지노네’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광주아트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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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레코드로 제작되어 엄청 비싸서 사기 힘들다고 했던 일반 시민들에게마저도 불티나게 팔렸고 그 영향으로 인해 영화까지 만들어지면서 ‘마시로키 후지노네’는 1910년대 최고의 唱歌(창가)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대중가요로 발전하며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 이 노래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로 불리게 된 것은 당시 일본에서 유학생으로 있었던 기독교인 임학천에 의해 개사가 되면서부터다.

이후 1923년, 가수 박채선과 이류색에 의해 대중가요로 음반에 수록되면서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게 된다.

이 노래는 당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식민통치의 억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 하나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그 고통을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가 아닌 ‘희망가’라는 음악으로 승화시켜 의사표현을 했다.

억압받던 비탄스러운 마음과 고통을 생각하는 가사와 멜로디로 다가가면 그저 슬프고 애달픔만을 느끼지만, 승화된 마음으로 음악을 감상하면 저 깊은 속에서부터 밀려와서 차오르는 슬픈 파도 속에 비치는 희망의 물결이 보이는 음악이다. 한 번 들으면 슬프지만 세 번 들으면 필자의 마지막 문장을 이해하지 싶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5호(2021년 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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