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전남대 총장임용 절차, 즉각 중단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 11월 11일 차기 전남대 총장 2순위 후보가 연구윤리위반을 저지른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전남대 총장추천위원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1차 투표에서 3위의 득표를 한 후보자를 2순위자로 교체했다.

전남대 총장후보 추천 방식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순위 후보자들을 두고 결선투표를 실시해 1순위자와 2순위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교육부에 추천하는 2명의 후보에게 ‘대학의 합의된 의견’이라는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후보교체는 비록 규정에 의한 것이었으나 그 정당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전남대학교 옛 대학본부 전경.
전남대학교 옛 대학본부 앞 용봉탑 전경.

11월 17일 이번에는 1순위 후보자에 대한 연구윤리위반 의혹이 제기되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저자로 참여하지 않은 논문이 해당 후보자의 연구업적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표절검증 프로그램에서 기준을 훨씬 웃도는 결과를 보이는 논문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전남대 총장임용후보자 윤리검증위원회는 연구윤리 위반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대학은 연구와 학문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곳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분야나 기관에서보다 연구윤리에 철저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대학은 학벌주의에 편승한 졸업장 판매기관으로 전락해 정작 연구윤리위반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또한 교육부는 연구윤리 판정이 각 대학 소관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이러한 대학들의 행태를 용인해왔다.

총장후보자의 연구윤리위반 사례 및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8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연구윤리위원회에서 논문표절 판정을 받았음에도 총장임용이 강행된 광주교대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 한 바 있다. ([보도자료] 논문표절한 최도성 광주교대 총장 임명 취소해야 한다. https://antihakbul.jinbo.net/3104) 또한 올해 6월 인천대학교 총장임용 또한 1,2순위 후보자들의 연구윤리위반 사례가 적발되어 선출절차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번 사건은 교수집단이 학생, 강사, 조교 등 다른 대학구성원들의 권리를 배제하고 대학운영을 독점하는 현행 대학지배구조의 폐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은 모든 대학구성원들의 자율이 아니라 오직 제왕적 총장 1인과 그 패권을 확보한 교수집단의 자율로 실현되고 있어 도리어 강사, 학생, 조교, 직원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도 전남대 구성원들이 목소리조차 내지 않는 데에는 이러한 교수들의 구조적 기득권을 바꿀 수 없다는 뿌리 깊은 절망이 대학에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전남대는 총장추천을 철회하고 즉각 관련 규정과 검증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어떤 사소한 연구윤리위반일지라도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되며 특히 총장후보의 경우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만약 이번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 전남대는 회의록과 관련근거를 모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전남대는 제대로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 후보자 또한 상세한 설명 없이 그저 연구윤리위반이 아니라는 입장만 발표했다.

정말로 이번 건이 연구윤리위반이 아니라면 학자의 양심과 전문성을 걸고 공개적으로 해당의 논문의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표절대상으로 지목된 논문과의 차이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번에도 대학의 자체적인 결정이라는 이유를 들며 대학의 연구윤리은폐를 용인해선 안된다. 절차적 정당성만을 이유로 전남대의 자체결정을 수용할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 실제 연구윤리위반이 있는지 살펴보고 다시는 연구윤리위반을 저지른 사람이 총장으로 임용되는 사태가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왕적 총장제도와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채 교수들 간의 세력다툼으로 전락한 교수중심 대학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대학의 지배구조는 모든 대학구성원들의 대표자들이 모인 의사결정기구로 개혁되어야 하며 더 이상 교수집단이나 사학재단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으로 기능해서는 안된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와 같은 내용으로 전남대와 교육부에 민원을 제출했으며 이후로도 대학 연구윤리 확립과 대학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이어갈 것이다.

2020년 11월 19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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