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광주 학생들이 전해 온 미담 2제
명진고 학생들, 정신대시민모임에 수익금 50만원 전달
신가초교 4학년 학생들 매실청 양금덕 할머니에 선물

“아직도 근로정신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좀 더 알려지고 할머니들 싸움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광주 명진고등학교 학생회가 근로정신대 투쟁을 알리는 배지를 제작해 판매한 수익금 50만원을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에 기부했다. 명진고 학생회는 지난해 7월에도 배지 200개를 판매해 기부금을 전달한 바 있다.

지난 6월 명진고학생회 간부들이 배지 판매를 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지난 6월 명진고학생회 간부들이 배지 판매를 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학생회는 지난해 선배들의 취지를 이어 올해도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 보자는 계획을 세우고 배지 300개를 제작했다.

올해 초 겨울방학을 이용해 광주 금남로 아시아문화전당 등지에서 홍보캠페인을 겸해 배지를 일부 판매했다. 학생들이 구매해 주기도 했지만, 좋은 일 한다며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시민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학생회는 3월에 개학하면 교내 학생들에게 배지 판매 취지를 알리고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개학이 5월로 늦춰지고 중간고사까지 겹치면서 배지 판매는 6월로 다시 연기됐다.

배지 판매는 학생회가 미리 취지를 알려 희망하는 학생들만 자발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정신대 홍보 전시물을 만들어 알리는 한편, 학생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민소정(3학년) 학생은 지난해 배지 제작 과정에 디자인 공모에 참여한 뒤, 올해는 학생회 축제부 임원을 맡아 동료들과 함께 이 활동을 펼쳤다.

배지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날개 짓을 하는 나비 문양으로 저고리가 디자인 돼 있다.

민소정 학생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2층 중앙계단에서 이틀간 판매했는데 깜박하고 돈이 없었던 친구들이 다음날 구매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학생들이 좋아했다”며 “선생님들도 좋은 취지라며 기부하는 마음으로 참여해 주셔 더 뿌듯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 힘내세요. 역사를 잊지 않을게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광주 신가초교 4학년 1반 어린이들이 양금덕 할머니에게 전달한 매실청.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광주 신가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이 손수 담은 매실청, 학교 텃밭에서 직접 기른 오이와 풋고추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에 기부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월 4학년 1반 임광철 담임교사는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 중 등교하는 날에 매실청을 직접 담아보는 체험을 학생들과 계획했다. 체험에 앞서 임광철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근로정신대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근로정신대 초청특강 기회가 있었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특강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4학년 아이들 수준에 맞춰 일제에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의 사연과 아픔을 소개했다.

“학생들한테 영상을 보여주며, 나중에 더 깊이 배우더라도 이런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것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아이들한테도 할머니들 아픔이 와 닿았나 봐요. 애들 일기장을 보니 할머니들께 힘내시라고 써 있더군요”

지난 6월 중순 아이들 각자가 가져갈 매실청을 담는 참에, 특별히 하나는 학생들의 마음을 담아 근로정신대 할머니한테 전달해 드리기로 했다.

1달여가 지나 매실은 노랗게 잘 숙성됐고, 며칠 전 등교한 날 아이들은 예쁜 스티커에 할머니한테 마음을 담은 응원 글을 보탰다. 온라인 수업 채팅 창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또 다른 의견이 오고갔다.

이왕 매실청을 전달할 때 학교 텃밭에 자기들이 직접 물 줘가며 기른 오이와 풋고추 몇 개도 따서 전해 드리면 좋겠다는 것.

“제가 아이들한테 ‘너무 작아 좀 부끄럽지 않을까’ 했더니, 아이들이 ‘우리 마음이 가득 담겨 있으니 작아도 이해해 주실 거에요’ 그래요.”

임광철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린 것 같지만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는 것은 아이들도 같다. 할머니들의 삶을 아이들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코로나 때문에 3일 걸러 한 번씩 등교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할머니를 직접 뵙고 전달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뤘다.

대신 지금 학생들이 키우고 있는 국화가 다 자란 가을쯤 예쁘게 꽃망울이 한껏 머금은 화분을 직접 할머니들께 들고 찾아가 뵐 날을 기다려 볼 참이다. 학생들의 온기가 가득 담긴 매실청은 28일 양금덕할머니께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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