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롯데갤러리는 신춘기획으로 섬유예술가 한선주 조선대 교수(디자인학부 섬유패션디자인전공)의 작품전을 오는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진행한다.

정년을 앞둔 시점, 광주에서 16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 한선주의 이번 작품전의 주제는 <# 직 ․ 물 ․ 구 ․ 조>이다.

한선주- 봄날은 온다1.
한선주- 봄날은 온다1.

한선주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그 흐름을 관통하는 주제와 주제성은 자연 그리고 동양적인 사유방식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성장기를 보낸 작가는 자연의 다채로운 미감과 감성들을 작품에 반영했다.

종이실 혹은 한지와 같이 자연의 색과 성질을 닮은 재료를 자주 다뤘으며, 깃털과 부목(浮木), 대나무, 동선, 철재, 커피필터, 기성 오브제를 활용해 아상블라주(Assemblage, 집합 ․ 집적) 형태의 독특한 섬유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이는 섬유미술의 평면성과 공예적 특질에서 벗어나 작품 속에 삼차원의 공간성을 구축하고자 한 작가적 노력으로, 한선주는 형태와 텍스처, 색상 등의 직물의 기본 요소에서 더 나아가 공간성을 표현요소로 적극 끌어들여, 일종의 연성조각(soft sculpture) 형식의 작품세계를 형성해왔다.

한선주- 봄날은 온다2.
한선주- 봄날은 온다2.

직물의 감촉을 비롯해 자연만물의 텍스처에 집중해온 작가는 직조 형태가 담아내는 다채로운 물성에 천착한다.


“일상 주변의 것에 지속적인 관심을 둡니다. 개인적인 성향은 채집이 맞아요. 대상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를 그대로 작품에 반영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으며, 이번 전시에도 선보일 커피필터 작업과 6년 여 전부터 다룬 <변형> 시리즈 또한 재료확장의 일환이다.

생활이라는 우연의 효과에 의해 물들여진 커피필터는 그 자체로 일상의 흔적이다. <변형>시리즈에는 커피필터와 한지, 직물과 색실을 이용해 일상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축했다.

기존 설치미술 형식의 대규모 작업에서 이러한 아기자기한 형식으로의 변화는 그가 개인적으로 겪은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무리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시선은 좀 더 삶의 지근거리로 옮겨졌고,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삶의 흔적들을 작품 안에 촘촘히 나열하게 되었다.

열여섯 번 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한선주는 직조의 순수성과 다양성을 두루 다룬다.

평면 형식의 고전적인 직조와 자연 재료로 직조한 직물작업, 그리고 커피필터를 비롯한 변형 시리즈, 검은색과 분홍색 실을 이용해 봄날의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해석한 설치작업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시간이 맞물리는 금번 전시는 작가에게 있어선 새로운 시작을 점검하는 가늠자이다. 동일한 발음으로 읽히는 <saw·sow·sew> 직조 작품의 타이틀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작가적 다짐을 엿볼 수 있다.

한선주- 봄날은 간다.
한선주- 봄날은 간다.

직조는 문명이 시작된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의 삶에 자리했다. 직물작업이 상징하는 것은 넓게 보면 나와 너, 나와 시간, 나와 공간 등의 관계의 기억이기도 하다.


한 올 한 올의 날실과 씨실이 어우러지며 형성되는 수평, 혹은 공존의 작품세계에서 일상의 위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