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활동가, 광주지법 항소심 재판부에 탄원서 제출

전남 순천의 불법 여성촬영과 관련해 여성단체와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이 법원에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여성단체에 따르면 (사)광주여성민우회 대표와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은 10일 순천 ‘불법촬영’ 사건 항소심 광주지법 재판부에 처벌을 요청하며 753명이 참여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래 탄원서 전문 참조) 

여성단체가 전남 순천 여성 불법촬영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 10일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광주지법에 접수하고 있다.
여성단체가 전남 순천 여성 불법촬영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 10일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광주지법에 접수하고 있다. ⓒ광주여성민우회 제공

순천 ‘불법촬영’ 사건은 가해자가 다른 장소에서 여성을 불법촬영을 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수사과정에서 종합병원에서도 불법촬영이 드러난 사건이다. 

특히 이 사건은 피해자 중 한 명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언론에 보도되며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움과 분노가 드러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13일 1심 재판에서 종합병원에서 불법촬영(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가해자에게 징역 10개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월 22일 광주지방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되면서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이 피해자의 가족과 함께 재판모니터링을 진행해오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오는 12일 광주지법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여성에 대한 불법촬영이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반영하는 판결을 바라며 지난 10일 광주지법 민원실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

여성단체들은 "광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정당한 판결로 고인이 된 피해자의 억울함에, 불법촬영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고통에 응답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탄 원 서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올립니다.

“저 또한 이전까지 불법촬영 범죄를 가볍게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딸에게도 ‘이겨낼 수 있다, 잘 이겨내라’고만 얘기한 게 후회됩니다.”

순천 종합병원에서 일어난 불법촬영 피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된 피해자의 아버님이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던 20대 여성이 억울하게 사망에 이르게 된 이 사건의 가해자는 지난 해 11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지난 해 7월 순천의 한 마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을 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조사 결과, 2년 동안 병원 탈의실과 승강기, 할인점, 어린이집, 면세점 등에서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31차례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속적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행위를 해 온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2018년 혜화역에 모인 만 명이 넘는 여성들은 불법촬영 범죄가 여성들에게 어떠한 공포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불안에 잠식되어 일상을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불법촬영 범죄가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불법촬영의 공포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 공중화장실 구석에 뚫려있는 작은 구멍에서, 지하철과 버스에서..여성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든 공간에 존재하며 한국사회에서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최근 아이돌 출신의 한 20대 여성은 불법촬영 유포 협박 피해를 입고 가해자가 불법촬영 무죄 판결을 받자 목숨을 끊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죽음을 지켜볼 수 만은 없습니다.

이 탄원서를 제출하는 우리는 무조건 강력한 처벌만이 성폭력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정서와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판결을 요구하는 현 시대의 흐름에 맞춰 판결을 해주시길 요청드리는 것입니다.

한 번의 진전된 판결이 많은 불법 촬영 피해자들과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한국사회의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2020년 2월 10일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