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없는사회, 16일 성명 발표

성명 [전문]

광주영재학교(과학고)의 혁신을 촉구한다.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등학교와 협의하여 신입생 선발제도 개선 방안 및 영재 학생의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 방안을 발표하여 시행한 것과 관련.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광주광역시교육청에 광주과학고등학교의 보다 더 혁신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였다.

이번 서울과학고의 개선안의 핵심은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공계 진학지도를 강화하고, 의학계열 진학을 적극 억제하기 위해 진로진학교육 강화·교육비 환수·장학금 환수·교내대회 시상 제한을 시행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영재학교 신입생의 지역편중 현상과 입시 사교육 과열 현상이 발생하였고, 영재학교 졸업생의 일부가 의학계열 대학에 진학한다는 문제점들이 반성의 계기가 된 것이다.

영재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리 학업성취능력이 우수한 중학교 졸업예정자를 선점하는 학생 우선선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경기지역 중학교 출신 입학자가 상다수를 차지하는 등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으며, 광주과학고 역시 2019학년도 신입생 절반을 지역인재로 뽑음에도 나머지 32.3%가 서울·경기지역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영재학교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운영상 문제점도 있다. 전국적으로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조직처럼 늘어나고 있으며, 광주과학고의 경우 2016~2018학년도 졸업생(대학 진학자) 265명 중 19명(7.2%)은 이공계열이 아닌 의예·치의예·수의예 등 의학 계열 전공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광주과학고는 전원 서울지역 대학 및 과학기술원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소위 SKY대학(서울·연세·고려대)에 진학하는 비율이 2016년 27.7%, 2017년 36%, 2018년 46%로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영재학교 출신자가 학벌 명망이 높은 대학에서 성골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현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대학입시 환경이 영재학교 출신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조성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자, 특정 계층에게만 학벌이 되물림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이미 서울대 등 소위 명문대학이 영재학교 등 특권학교의 졸업자 확보에 용이 하도록 전형 요건을 운영해오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최근 교육부는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특권교육 수단으로 기능해 온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를 2025년에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특수목적고인 영재고·과학고·예술고 등은 이번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빠진 상태이다.

영재학교의 부도덕한 특권을 그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다. 특히 영재학교는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다른 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금기시 되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참고로 교육부와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내부 지침을 근거, 입학생 모집 요강에 “의·치·약학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본교 지원이 적합하지 않으며, 의·치·약학계열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우 본교 교원의 진학지도 및 추천서를 받을 수 없고 각종 혜택으로부터 제외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영재학교 학생의 부모가 대부분 소득수준이 높은 것을 감안했을 때 경제적 비용을 포기하고서라도 의학 계열 진학을 강행하는 것으로 보이며,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는 의학계열의 대학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을 보았을 때 추천서 작성 거부 등 지침도 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10여 년 전부터 의학계열 진학 시 고등학교 졸업 자체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2014년 이후부터 의학계열 진학자가 한 명도 없는 등 전국 7개 영재학교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학교다.

한국과학영재고는 입학전형 요강이나 입학 설명회를 통해서 의학계열 진학이 학교 설립취지에 부적합함을 설명했고, 합격생과 학부모에게는 의학계열 진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받았으며, 해마다 수차례 이루어지는 재학생 학부모 교육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왔다.

물론 학교가 조용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16학년도의 경우 의대 진학생이 발생했지만,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즉시 교육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회수하고 졸업자격을 박탈하여 의대 진학이 취소되었고, 해당 학생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어두며 영재학교의 존립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규제에도 영재학교의 의학계열 진학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선발주체인 의학계열 대학에서 영재학교 출신 지원자를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을 통해 영재학교 출신을 선발하는 입학정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재학교만의 의학계열 규제 강화로는 이 문제의 근본을 결코 해결이 없다.

국가는 경제적 배경이라는 특권이 대물림되는 귀족 교육으로 전락한 영재학교 입시를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돌려놓아 한다. 그리고 교육부는 입시경쟁 밖에서 별도로 영재학교를 운영하여 진짜 영재를 발굴하고, 개인의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도록 돕는 등 적극적인 정책 개선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국가적인 영재 양성에 차질을 빚지 않고 국민의 세금이 의대 진학 등 개인의 이익에 쓰이지 않도록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만약 광주과학고의 의대 진학 사례가 재발되거나 소위 명문대 진학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철저한 평가를 통해 영재학교 지정을 자진 취소해야 할 것이다.

2019. 12. 16.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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