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홍 작가, 5일 광주서 기자회견 열고 전시 의미 강조
6일부터 20일까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기획 전시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의 사진 전시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한일만의 문제가 아닌 아시아의 전쟁과 역사 문제로 인식될 때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것이다."

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겹겹 ~ 지울 수 없는 흔적'이라는 주제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전시되는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사진전을 앞두고 하루 전 광주를 찾은 안새홍 사진작가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아시아 전체의 역사문제라고 강조했다.  

안세홍 작가는 12년 동안 중국에 거주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아시아 할머니들을 찾아 나섰다. 안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생긴 지 74년, 전쟁으로 인해 20만 명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일본군의 성노예로 희생되었다"며 "할머니들과 나눈 짧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70여 년 세월의 아픔과 한을 느끼며, 할머니들의 내면에 담긴 고통을 사진에 담았다"고 역사의 고통 앞에서 마주했던 상황들을 담담하게 말했다.

ⓒ예제하
12년 동안 중국에 거주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촬영해온 안세홍 사진작가가 5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에서 사진에 담긴 역사적 이미를 말하고 있다. ⓒ예제하

안 작가는 "이번 사진전에는, 조선말도 잊은 채 고향 가족들이 보낸 사진 한 장에 의지해 평생을 살았던 이수단 할머니, 전쟁 후 소련군을 피해 달아났지만 감히 더 멀리 도망치지 못해 근처에 살았던 김순옥 할머니, 오래 전 사망신고가 되어있어 국적회복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록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배삼엽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안 작가는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인권유린과 성폭력'이라는 겹겹이 쌓인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다"며 "이번 전시회에는 아시아의 140여 피해 여성과 각 나라에 남아 있는 위안소 등 180여점의 사진작품과 피해자 8명의 증언 영상을 상영한다. 특히, 일본에서 중지 되었던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사진작품 20여점도 함께 전시한다"고 밝혔다.

안 작가는 "전쟁이 끝난 지 74년이 흘렀지만 아시아 각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생생히 기억하며 지워지지않는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생존한 피해 여성들은 지금도 그 당시 기억들을 하고 있으며,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안세홍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한일만의 문제가 아닌 아시아의 전쟁과 역사 문제로 인식될 때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것"이라며 "기억, 기록하는것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택한 이유는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문화적(그림이나 영상)으로 접근해서 하는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반응들이 처음에는 분위기가 서늘했지만 점차적으로 그분들의 눈빛이 달라지는것을 보고 옳은 선택이었다는것을 알았다"고 피해자 할머니와 함께한 삶을 되돌아 봤다.   

안 작가는 "가장 생각나는 피해자 할머니는 박둘이 할머님이다. 그 분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박 할머니가)'너희가 창피하지 우리는 창피하지 않다'. 즉 일본군의 행태를 보고 따끔하게 말씀해 주셔서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또 안 작가는 "생각나는 한분은 동티모르에서 만난 이수단 할머님이다. 안타까운것은 할머니의 여동생도 함께 일본군 성노예였다"며 "그 분이 치매에 걸리셔서 대화가 안돼서 여동생분과 대화 중에 '일본군'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깜짝깜짝 놀라시는것을 보고, 트라우마는 자신의 병도 이겨내고 기억을 하시는것 같아 마음이 더 아파서 기억이 난다"고 현재진행 중인 역사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안세홍 제공
고 배삼엽할머니(조선) 13세에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 되어 아픔을 겪었다. ⓒ안세홍 작가 제공
ⓒ안세홍 제공
리메이진 할머니(중국)16세의 나이로 강제 동원 되어 3개월 동안 일본군에 의해 아픔을 겪었다. ⓒ안세홍 작가 제공

안세홍 작가는 "나에게 이 일을 할수 있었던 힘은 '피해자분들과 함께(나눔의 집) 있었던 3년이라는 시간이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까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큰 힘이 되어 준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홍 작가는 지난 1996년 2월 나눔의 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난 뒤 24년 동안 아시아 각국의 일본군 피해자분들을 꾸준하게 기록 해 오고 있다. 안 작가는 중학생 때부터 탈춤 사진을 찍기 시작해 장애인, 일본군 ‘위안부’, 인권 운동 등 사회 소외계층을 찍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해왔다.  

또한 사진의 정신적 바탕을 찾기 위해 무속, 불교, 민속 등 전통문화를 찾아다녔다. 지금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샤머니즘을 다룬 사진 작업을 심도 깊게 진행하고 있다. 

안 작가는 일본 12개 도시를 비롯해 뉴욕, 파리, 베를린,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일본군 ‘위안부’ 사진전, 강연회, 역사기록을 위한 ‘겹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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