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기명 칼럼]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19.07.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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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할 대상은 오직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세상에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또한 이 말의 저작권자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자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린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윤석열 지명자가 이 대답을 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검찰조직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국민의 인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윤석열의 실물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가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내부 갈등의 중심에 있을 때다. 냉면집에서 혼자 냉면을 먹고 있는 그를 보았다.

많이 알려진 얼굴인데도 누구 하나 인사하는 사람도 없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는 그를 보면서 내가 계산을 몰래 할 걸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했다.

■검찰의 신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팩트TV 갈무리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팩트TV 갈무리

국민에게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 아니 친구들과 얘기해도 좋다. 공무원들에 대한 신뢰가 어떤가를. 공무원들은 섭섭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야 이미 버린 자식이라고 하는 국민이 많지만, 사법부는 어떤가. 그들도 몹시 서운해할 것이다. 누구 탓인가. 이럴 때 지금 재판을 받는 전직 대법원장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언론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약방에 감초처럼 도마 위에 오르는 사법 공무원들도 열심히 제 할 일을 다 하는 공직자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국민의 입 초사에 오르고 있는 것인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물을 다 흐려놓는다는 말이 있다. 바로 그것이다.

어느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언론은 대학 시절 소년등과(少年登科)해서 저 자리에 올랐다고 입에 침이 마른다. 별처럼 뜬다. 그는 적폐의 중심이었다. 또 언론 탓이냐고 하겠지만 국민이야 뭘 알겠는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고 이렇다면 이런 줄 안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조사 관련 고위 여성 경찰관으로 수사를 맡아 언론을 누볐던 분은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의 손을 잡고 격려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지금은 어떤가. 참으로 기억하기도 싫다.

정갑윤(새누리당 의원): 윤석열 지청장, 자리에서 일어서 보세요.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윤석열(여주지청장):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정갑윤: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
윤석열: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정갑윤: 앉으세요.

2013년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 발언은 '검사 윤석열'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사람에 충성하느냐'는 질문을 되받아 '그렇지 않다'고 답변하면서 권력자에게 맹목적 충성을 거부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윤석열의 상징처럼 되었고 또한 국민은 이러한 검찰의 모습을 그리워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평가되는가

자신의 과거를 지워버리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렇다. 박정희 독재 시절 그토록 독재를 찬양하던 많은 나의 글들. 그 생각을 하면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도 화끈거리는 얼굴은 도리가 없다.

후회는 죽어야 사라질 것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신독재’라는 말을 썼다. 똑똑한 나경원은 독재를 겪었다. 독재가 무엇인지 안다. 자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자에 대해 국민의 기대가 뜨겁다. 그 기대는 그를 남김없이 발가벗길 것이다. 당연하다. 과거는 한 인간의 평가 잣대이며 그 인간이 살아 온 발자취로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청문회가 철저하게 이루어져 그가 검찰개혁을 하는 데 한 점 부담도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윤석열이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당시인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에 대한 모의재판이 열렸다. 검사역의 윤석열은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모두 놀랐다. 그때가 어느 때인데 전두환에게 사형이라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한동안 도망자의 신세가 됐고 사시 1차 합격 후 9차례나 미역국을 먹은 것도 그 때문이 아니냐는 사람도 있다.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런 의심이 생기는 것은 독재정권이 저지른 못된 짓을 국민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한 인간을 평가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열 번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니 저 사람이 저렇게 변했나.’ 이런 말을 우리는 많이 듣는다. 그러나 아무리 변했다 해도 위선만은 끝까지 통하지 않는다. 반드시 들통나기 마련이다. 정직만이 불변이다.

윤석열 청문회는 국민의 대단한 관심사다. 한국당은 도끼날 벼르듯 하고 있다. 시시콜콜 얼마나 뒤졌겠는가. 문제는 정직이다. 정직하게 질문하고 정직하게 대답하면 국민은 믿는다. 바보 같은 질문을 하면 바보가 되고 똑똑한 질문을 하면 똑똑한 인간이 된다. 한국당의 고민이 거기 있다.

■왜 윤석열인가

천국에도 부정부패가 있다고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 휘몰아치고 있는 ‘적폐청산’이란 회오리바람은 누구도 막지 못할 태풍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적폐를 청산하는 결연한 의지의 인간이 있어야 한다.

어떤가. 적폐 청산을 약속하지 않은 정권이 어디 있었던가. 심지어 부패의 온상이든 이명박 정권도 적폐 청산을 약속했다.

국민은 적폐 청산 약속을 별로 믿지 않는다. 국민이 믿지 않으면 실패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정권과 집권자들이 과거 청산을 소리 높이 외쳤는가. 과거는 어떻게 청산하는가.

반대 세력들만 정리하는 것이다. 미워하던 놈들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인간이 없다. 잘 보이지도 않는 먼지를 부풀려 두들겨 잡는다. 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죄를 지은 인간은 자신이 벌을 받았을 때 좋을 리는 없지만, 복수를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패가망신을 했을 때 어찌 복수를 생각지 않겠는가.

인혁당 사건이란 날조된 죄명으로 선고를 받은 다음 날 새벽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억울한 영혼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은 국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문재인 정부도 적폐청산의 칼을 뽑았지만, 제대로 되고 있는가. 과거사 위원회는 왜 항상 비난을 받는가. 검찰총장은 왜 사과를 하는가. 사과하다가 해가 뜨고 저문다.

한국당과 일부 재벌, 수구 세력들은 문재인 정부가 반대 세력만 때려잡는다고 아우성친다. 과연 그런가. 국민에게 물어보라. 적폐가 청산됐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가.

적폐 청산은 기적소리도 높게 출발하지만, 결말은 늘 구렁이 담 넘어가기다. 작은 꼬리 몇 개 자르고 큰 꼬리는 항상 남는다. 다음 정권 역시 부패 척결과 과거사 청산을 읊조리다가 날이 새고 날이 저문다. 청산만 하다가 말 것인가.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자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적폐 청산이다. 과거 정권의 적폐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권 아래서 저질러진 새로운 적폐 청산도 철저하게 척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윤석열만은 어떠한 압력이나 장애에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스스로 말했듯이 어느 개인에 대한 충성이 아닌 오로지 국민에 대한 충성이라는 대의명분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해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 특히 서울 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

이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선택한 이유다. 윤석열 청문회는 온 국민이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는 관심사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누구도 가볍게 처리할 수 없다. 역사에 남는 훌륭한 청문회가 되기를 모든 국민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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