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 광주, '우리 엄마의 그림 에세이- 엄마의 뜰' 전시
가정의달 기획, 구례 하사마을 어머니들의 그림일기 선보여
5울3일 ~ 6월 3일까지... 오프닝 5월 9일 오전 11시

“선생님덜, 다음에는 또 언제 그림 그리요?”

마디마디가 굵어 고목나무처럼 투박해진 손, 그 흙빛 닮은 손등 너머로 곱게 차려 입은 어머니가 서 있다. “30오년 도라다였다. 내 손”이라는 서투르지만 짤막한 문구에서 그 손의 내막을 얼핏 느낄 수 있다.

9년여 더덕을 캐고, 17년을 전봇대 공장에서 일하고, 공사장에서 10년을 또 보낸 근동댁 할머니, 아니 조봉엽 어머니의 그림이다.

지겨울 법도 할 텐데, 그 분은 더덕꽃이 예쁘단다. “더덕꽃이 예삐제. 영 예뻐.”

임봉덕-파스텔화.
임봉덕-파스텔화.
정경숙-대가족.
정경숙-대가족.

롯데갤러리는 가족의 안부를 묻는 오월을 맞아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을 조명한다.

5월 3일부터 6월 3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엄마의 뜰>전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많게는 여든 여덟, 적게는 예순 살 드신 어머니들의 그림일기이다.

그림책 작가이자 화가인 오치근, 박나리 부부는 지리산씨협동조합, 그리고 구례 하사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지난 3년간 그림책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진행된 본 프로젝트는 윗 세대 어르신들의 생애사 아카이브 구축 작업의 일환이며, 그림 그리기, 그림일기 쓰기, 그림책 체험 등을 통해 주로 나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김귀순-손녀.
김귀순-손녀.
김순복-공기놀이.
김순복-공기놀이.

회기별로 약 스무 명의 어머니들이 농번기를 피해 주에 한 번씩 수업에 참여했고, 올해도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그동안의 그림과 글, 구술 채록을 엮어 그림책으로 출간할 예정이어서 한 분 한 분의 삶이 기록매체의 형식으로 아로새겨질 계획이다.

어머니들의 그림에는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섬진강 건너 배를 타고 시집 온 월전댁, 신랑이 월급 받아 사온 마마밥솥, 우리 아이 다섯과 함께 조카 셋까지 도합 여덟 개의 도시락을 쌌던 그 때, 꽃무릇 앞에 선 어릴 때 우리 딸.

오리에 먹이를 주는 예쁜 손녀, 공기놀이와 소꿉놀이 하던 유년시절, 교복 입고 소풍을 갔던 중학교 여학생,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좋아했던 우리 애인.

힘들었던 전봇대 공장, 많이도 울었던 큰 아들 졸업식까지, 그저 일상이었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지난날들이 한 장 한 장의 그림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박복임-닭서리.
박복임-닭서리.

어머니들이 수필처럼 그려낸 그림 속에는 특별한 어떤 이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어머니,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너무나 소소해 보여 그 가치를 가늠하지 못했던 그분들의 생의 면면 하나하나가 모두 귀한 순간이었음을 하얀 도화지 위의 서투른 그림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올해 첫 수업을 진행한 지난 사월 둘째 주께,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어머니들의 시선이었다.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머니들의 해사한 표정, 힘들기도 할 터인데 막 들일을 마치고 달려온 그을린 얼굴, 그림책 구연을 하는 선생님을 향한 꼿꼿한 자세, 그리고 그림과 연관된 시대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여놓는 어르신들의 눈빛 그것에서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과 존중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박복임-닭서리.
박복임-닭서리.

이번 전시가 우리의 삶, 우리의 삶이 있게 해준 그분들의 삶까지 더불어 아우를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가정의 달, 어르신 세대에 새삼 존경의 마음을 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편, 이번 전시의 이벤트 중 하나로 어머니들의 원화를 소재로 한 아트상품과 프린트화를 한정수량 판매하며, 화엄사, 사성암, 수락폭포, 쌍산재, 운조루 등 제시된 구례명소에서 셀피를 인증한 관람객에게 아트상품 파우치를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참여 어르신(18명)
김귀순(유동댁) 김동순(한동댁) 김복순(강실댁) 김숙자(마산댁) 김순복(대동댁) 김점례(월국댁)

김종례(오봉댁) 문승영(월전댁) 박복임(서울댁) 유정순(바들댁) 이정님(사동댁) 임봉덕(회전댁) 정경숙(순천댁) 정도님(봉동댁) 정쌍이(날몰댁) 조봉엽(근동댁) 故 조순복(학동댁) 주길자(여수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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