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한국당, 집권 포기했는가?
[이기명 칼럼] 한국당, 집권 포기했는가?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19.01.0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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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고 죽어 자빠져 있어도 못 믿는다는 말이 있다.

바로 신뢰와 불신이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세월이 필요한가. 반대로 불신도 역시 세월이 지나 쌓이게 마련이다.

■한국당의 신뢰 점수

‘저기 돼지처럼 멱따는 소리 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국회의원’

‘국회에서는 저렇게 소리를 질러도 되는 거예요?’

‘미쳤다는 소리 들으려면 무슨 짓은 못 해’

국회 운영위원회 중계 TV에 매달려 있는 나를 보고 딱한지 아내가 하는 소리다. 할 말이 없다.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 아닌가. 재주라고는 소리 지르는 것뿐인가. 저 잘난 맛에 산다지만 한심하다. 애들에게 부끄럽다.

■그렇게 머리가 안 도는가?

국회가 권투경기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정당이 서로 정책과 토론을 펼치며 국민에게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언론은 이를 싸움으로 비유하며 판정패니 완패니 선방이니 완승이니 하면서 평가한다. 좋다. 평가해 보자. 이번 김태우란 6급 공무원의 폭로를 두고 여야가 한 판 붙었다.

김태우는 한국당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인물이다. 한 달 내내 노루 꼬리 우려먹듯 한가지씩 폭로하면서 국정감사, 국정조사 등 온갖 공세를 취해 마침내 얻어낸 것이 운영위원회다.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도끼날 벼르듯 한 한국당은 운영위원 대부분을 교체했다. 이른바 말 빨 꽤나 있다는 율사와 경찰 출신 의원들이다.

긴 얘기가 필요한가. 한 가지는 말해야 할 것이다. 여야가 치열하게 붙었느니 결과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다시 말해서 승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가. 누가 판정을 하는가. 나름대로 조사를 했다.

대구에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지만 한국당 지지자다. 무슨 판정까지 하느냐는 대답이다. 대답할 건덕지도 없다는 것이다. 전국 몇 곳에 물어봤지만 처참했다. 한마디로 한국당의 완패였다. 아니 버려졌다.

ⓒ팩트TV 갈무리
ⓒ팩트TV 갈무리

한국당은 김태우에게 목을 맸을 것이다. 한 달 동안 김태우에게 매달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뜨렸고 이번 김태우를 이용해 확실하게 정치적 주도권을 잡겠다고 자신했을 것이다. 어떤가. 김병준이 대답해 보라. 나경원이 대답해 보라. 유구무언이란 말이 참 고맙다고 생각할 것이다.

꼭 이 말 한마디는 해야 한다. 이만희란 의원이 있다. 뭐 하던 사람인가 찾아봤더니 경찰 출신이다. 경북 영천 출신이다. 지역유권자들도 봤을 테니 더 언급하는 것이 그에게는 과분하다.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라.

■김병준·나경원, 왜 헛발질만

운영위원회가 열렸을 때 한국당은 무척 고무됐을 것이다. 당연하다. 김태우의 말대로라면 문재인 정권의 비서실은 불법비리의 온상이다.

특히 민정수석실이 그렇다. 한국당은 임종석과 조국을 앉혀놓고 박살을 내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자신도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등산하기 전에 배는 든든히 채워야 한다. 그래야 잘 올라간다. 국회의원은 어떤가. 머리를 채워야 한다. 제대로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머리를 채운 것은 증오뿐이다. 김병준과 나경원의 얼굴을 보라. TV에 나온 그들의 얼굴은 증오로 일그러졌다. 소름이 끼친다.

한국당은 준비를 했는가? 했을 것이다. 조국 수석이 ‘한비자’의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를 인용할 정도로 한국당은 자신을 했겠지. 그러나 꽝이다. 한국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가슴을 쳤다. 밥상 거하게 차려줬는데 숟가락질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다.

율사며 경찰 출신이며 운영위 앞두고 모두 갈아치웠다는 한가락 한다는 의원들은 뭘 했는가. 등걸잠뱅이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출발부터 잘못됐다. 길을 잘못 들면 절벽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소리만 지른다고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이만희는 목 좀 아팠을 것이다. 나경원은 어떤가. 김병준은 어떤가. 나경원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명언을 남겼고 김병준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라는 낙인을 재확인시켰다. 한마디 더 하자. 신재민에 대한 평가다.

"잘나가던 공직과 안위, 영달을 포기하고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번민 속에 있다가 감행한 양심선언”

이상 언급할 가치가 있는가.

이만희의 작심 발언인 ‘김정주(전 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 블랙리스트’는 말짱 꽝이었다. 블랙리스트 때문에 억울하게 목이 잘렸다고? 임기 잘 채우고 1년 연임까지 했다. 2016년 새누리당(현 한국당) 비례 23번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만희가 경찰대 출신이라는 거 맞는가.

나경원·김병준은 땅을 칠 것이다. 이런 운영위원회를 왜 열었는가. 차라리 단식이라도 할걸. 공부들 많이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공부 많이 했다고 장땡이 아니다. 가슴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가 소중하다. 양심은 접어두고 사리사욕에 집착한다면 공부한 것이 독약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음독이 최선인가

신재민이 음독을 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왜 김태우와 신재민은 폭로했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김태우는 더 이상 갈 곳이 없기에 이판사판 물고 늘어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국당이 자신을 지원(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신재민은 뭔가. 김태우를 보고 헛다리를 짚었다. 잘만하면 한국당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다고 숟가락 먼저 들었나. 목숨을 버릴 생각에까지 이르렀으니 실패다. 김병준이 말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한 양심선언’이라는 말에 위로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축구에서 헛발질하면 힘은 몇 배가 든다.

김태우·신재민의 폭로와 한국당의 대처를 보면서 정말 한국당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 정도의 머리로 무슨 집권 욕심을 낸단 말인가. 극우보수와 지역정서에 매달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면 심한 평가인가.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한국당은 치명상을 입었다. 이렇게 무능한 정당과 정치인도 있다는 사실에 국민은 다시 한번 절망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반성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김태우는 그저 된 소리 안 된 소리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 댈 것이다.

그럼 한국당은 상임위 소집, 특검, 국정조사를 들고나와 국회를 마비시킬 것이다. 막판 정치에 전형적인 모습이다. 제발 이제 그런 짓 좀 그만하자. 진저리가 난다.

국민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잠 잘 곳 걱정 없이 사는 것이다. 이걸 옛날부터 의·식·주만 제대로 해결해 주는 정치가 잘하는 정치라고 생각했다.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이다. 조국 수석이 ‘삼인성호’를 인용했듯, 이 나라 일부 언론은 심하게 말해서 나라가 망하기만 바라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고약하게 왜곡시킬 수가 있는가.

유시민에게 한 방 맞은 경총 부회장에게 다시 묻고 싶다. 30년 동안 최저임금 주면서 부려먹은 직원을 최저임금 인상됐다고 잘라야 하는가. 경총은 이제 사람 좀 되라. 말을 해도 씨가 먹히는 말을 해야 한다.

국민의 입맛은 까다롭다. 김치 깍두기는 한국인에게 밥과 같은 존재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데 국민들은 인사개편을 바라는 모양이다. 왜일까. 1년 반이면 물릴 때도 됐고 잡음도 많다. 그럼 바꿔야 한다. 이럴 때 국민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것도 정치가 담당할 몫이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참모들의 조언을 듣고 여론을 수렴하고 후보로 오르는 사람들에 대한 인품도 살펴야 한다.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 이상이다. 모든 책임은 혼자서 져야 한다. 청와대 직원 하나가 잘못을 해도 화살은 대통령에게 꽂힌다. 그러니 더욱 신중해야 한다.

경험처럼 좋은 스승은 없다. 한국당도 이번에 똥 볼 찬 것을 좋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람은 열 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국당도 잘만 한다면 지지하지 않을 국민이 없다. 이순자가 ‘전두환이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할 때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면 바보 천치다.

새해에는 한국당 칭찬하는 글 좀 쓰고 살자. 국회의원 욕도 그만하고 언론을 칭찬하는 글도 쓰고 싶다. 쓴소리 좀 하라는 사람들도 있다. 걸릴 거 없으니 늙은이가 총대 메라는 것이겠지.

정치를 그렇게 욕하면서도 정치를 중시하는 것은 정치가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정말 잘 좀 해보자. 남북관계의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해결은 그렇게 어렵다는 우리의 경제가 탈출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한국당이 아무리 기를 쓰고 방해를 해도 남·북 간에 막혔던 길은 뚫리고 있지 않은가. 남북화해와 공존만이 우리 민족의 살길이라는 것은 정당의 이해를 떠나 민족 모두가 공유해야 할 염원이다.

새해에는 ‘너무나 잘난 한국당’이란 제목을 달고 한국당이 집권할 날을 기다린다는 글을 쓰고 싶다. 한국당도 잘하면 집권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바란다. 증오로는 결코 집권 못 한다. 똥볼은 이제 그만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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