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샘마을 전경
낡고 좁은 골목길에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한 켠에서는 모닥불을 때고 한 쪽에서는 전을 부치는 등 모처럼 왁자지껄한 골목길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골목을 비추는 그 불빛은 흔히 보았던 가로등이 아니다. 어느 집 창틀에 걸린 텔레비전과 어느 집 옥상에 놓인 장독에서 발산하는 은은한 불빛이 골목을 미술 전시장으로 바꿔 놓았다.

14일 오후 5시 광주시 서구 양동 통샘마을, 소망의 빛 프로젝트가 지난 60일간의 작업결과를 펼쳐놓은 골목길의 모습이다.

‘소망의 빛’ 프로젝트는 전남대 문화대학원과 아시아문화예술아카데미, 광주지역 광산업체가 함께 만드는 ‘문화복지 프로젝트’로 일상적 삶의 미학화, 예술의 일상적 삶화를 시도한 실험적 작업이다. 즉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 아름다워지고 예술이 일상생활과 공간에 투영되는  생활 속 문화를 보여준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9명, 이들은 자신의 미적 역량을 골목 곳곳에 풀어놓았다. 이이남 작가는 통샘마을 골목길을 갤러리로 만들었다. 골목에 접한 집의 창틀에 설치한 TV에는 황금 돼지가 날아다니고 흔 들리는 대나무에 눈이 쌓인다. 작가는 골목을 오가는 주민들에게 마음의 안식과 풍요로움을 주고 싶었다. 

정선휘 작가는 집집마다 흔한 장독과 LED를 이용해 어두운 골목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으로 만들었다. 꽃이 핀 항아리, 보름달이 뜬 항아리는 그 잔잔한 불빛만으로도 포근함을 준다.

   
▲ 노래부르며 흥겨워 하는 통샘마을 어르신들
박유복 작가는 마을사람들이 간직한 골목길에 대한 추억을 지도로 그렸다. 현재 거주하는 주민들조차 모르는 예전의 통샘마을이 굴다리 아래에 형형색색의 타일로 복원됐다.

어렵게 찾아간 통샘마을 골목길에 들어서며 만난 어린 남매는 “우리 동네가 예뻐졌어요”라며 마냥 즐거워했다. 69세의 양점순 할머니도 “일단 동네가 깨끗해져서 좋다”며 웃음지었다.

빛 하나가 골목길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는 희망의 빛으로, 어르신들에게는 즐거움과 정겨움으로 다가섰다.

소망의 빛 프로젝트는 광주 서구청과 한전, 광산업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광주 광산업의 한 축인 LED와 예술의 만남으로 지역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소망단지 - 작가 정선휘씨

“전체적으로 15개 조명을 골목길 따라 제작했다. 이 골목의 특징이 있는데 집집마다 장독이 많았다. 마을에 오래 동안 있어왔던 것처럼 다가와도 거부감이 없는 대상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장독이었다.

또 프로젝트 자체가 ‘소망의 빛’이어서 가로등 역할과 작품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만들게 되었다. 가로등으로 사용된 조명은 모두 여기 어머니들이 사용하시던 장독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 박유복 작가의 통샘마을 지도
◇ 길따라 소망따라 - 작가 박유복씨

“문화복지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동네 아이들하고 같이 진행했다. 주민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가 먼저 고민했고, 이내 어두운 골목길에 빛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안됐다.

그럼 그냥 훤하게만 할 것이냐. 기능과 예술적인 면을 끄집어 낼 수 있겠는가를 생각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소통이 되는 것을 중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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