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 많은 학비와 생활비가 드는 유학생이라도 통념상 생활비 조달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부모가 학비(생활비 포함) 성격의 자금을 주는 것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물릴 수 있다는 국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부유층 부모가 자신 명의의 재산이 있거나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자녀에게 거액의 유학비를 줄 경우 증여세를 물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세심판원은 4일 의사인 최 모씨가 해외 유학기간 부모로부터 받은 학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 국세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청구한 사건에서 지난달 31일 청구를 기각하고 증여세 처분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씨는 해외유학 중이던 2004년 9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아버지로부터 학비와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2억1천870만원을 송금받은 것을 국세청이 증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자신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등 다른 재산과 함께 지난해 5월 모두 7억4천여만원의 증여세 부과를 결정하자 부당하다며 국세심판원에 취소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심판원은 최씨가 유학 전 3년간 계약직 공무원 신분인 공중 보건의사로 근무한데다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12억8천여만원 상당의 보유 부동산에서 연 8천만원 정도의 임대 수입이 나오고 있어 최씨가 유학경비와 생활비를 충분히 조달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교육비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은 친족간 부양 의무자 사이에 부양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지급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수증자가 자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청구인은 생활비와 유학경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여 과세에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심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통상 교육비는 증여로 보지 않았고 실제 청구인이 부모로부터 받은 돈을 학비와 생활비로 쓴 것으로 확인된다"면서도 "이 사건은 여러 정황과 여건으로 봤을 때 충분히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거액의 비용을 받은 것은 증여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으며 유사한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심판원은 최씨가 청구한 증여세 취소청구심판에서 친척 명의로 돼있던 부동산을 증여받은 건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역시 증여세 과세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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