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황광모 차대운 기자 = 논문 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고려대 이필상 총장이 2일 오후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교수의회에 "총장 취임 전 사퇴 압력을 받았고 이들이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을 서면으로 제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총장은 이날 표절문제에 대한 교수들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열린 교수의회에서 의회 의원들에게 서면소명서와 별도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1장짜리 편지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장은 편지에서 "취임식 직전 연락을 받고 시내모처에서 경영대 교수 3인을 만났는데 이들이 `(이 총장의)논문을 조사해 K일보 기자에게 제보하겠으니 취임식 전에 사퇴하고 머리를 다쳐 의식이 없는 것처럼 중환자실에 입원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어 "3인이 당시 도와준 후배가 있다고 밝혔는데 그 후배가 그들(3인)과 학맥으로 연결된 관계인 재무 전공의 A대학 모교수인 것 같다"며 "(진상조사위원회의) 이번 조사보고서의 내용이 그가 언론매체를 통해 비난하는 것과 같은 논리인 것으로 보아 그 교수가 진상 조사위원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며 조사위 보고서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진상조사위는 위원장을 제외하고 모두 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4명은 고려대 인문사회계열 교수가, 2명은 타대학 경영학 전공 교수가 각각 참여하고 있지만 교수의회는 "위원들이 원치 않기 때문에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교수의회는 이날 의원회의에서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제출했던 1차 보고서와 1일 이 총장이 전달한 소명서 등을 바탕으로 논의를 거친 뒤 총장 표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총장의 소명서를 옹호하는 주장과 조사보고서의 타당성을 옹호하는 주장이 대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의회 배종대 의장은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이필상 총장과 재단에 보내 직접 판단하게 하기로 했다"며 "이는 교수의회가 해임건의안을 진행시키지 않는 이상 총장의 거취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 의장은 "1차보고서에 있는 표절 논문은 모두 8편이지만 이들 논문이 표절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교수의회 차원에서는 판단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저자 표기가 잘못된 것이 2편이고 나머지 6편은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이 교수의회에 소명서와 별도로 제출한 편지에 대해 배 의장은 "조사위원회 조사가 공정하다고 확신한다"며 "조사위에 교외의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조사위를 꾸리기로 할때부터 결정을 했던 것이기 때문에 조사위의 구성을 가지고 공정성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장측은 교수의회 결정에 대해 "교수의회가 입장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총장 측에서 의견을 표명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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