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 기간 동안 이용섭 시장의 구호는 “1자리 2용섭”이었다. 이는 그가 일자리를 자신의 정책 아젠다 가운데 으뜸에 두고 있음을 강조하는 문구였다.

실제로 그가 지나온 길 역시 그런 쪽에 강점이 있이 드러난다. 그런 그이기에 그의 당선과 함께 그는 ‘문화 수도’ 광주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가려고 하는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문화 관련 공약은 “문화가 일상이 되고 예술과 난장이 어울려 생동하는 문화도시”를 모티브로 한다고 한다. 그는 ‘문화가 살아 숨쉬는 광주’를 꿈꿔 왔다면서 광주 전체가 문화(적 가치)를 통해 디자인 되고, 구성 운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지난 2일 시장 선서하는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광주시청 제공


이를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로서 다양한 문화시설들과 함께 소프트웨어로서 광주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콘텐츠를 개발하여 도시 곳곳에서 문화행사가 연중 개최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가 그리는 문화 수도 광주의 모습은 광주만의 모습, 느낌, 분위기들이 물씬 배어 있는 도시 공간에서 시민들이 긍지를 갖고 문화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광경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시장으로서 그는 약속한 것들을 이렇게 실천하겠다고 한다. 첫째, 그가 언급한 것처럼 역사박물관, 국악당, 문학관 등을 건립하여 광주만의 특별한 문화 상품을 ‘만들고’(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많은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겠다.).

둘째, 신창동의 선사 농경문화, 음식문화, 5월 광주 등의 원천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 작품을 ‘만들고’(역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가 말하는 인문학자와 문화콘텐츠창작자 등이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또한 많은 ‘일자리’들을 만들어지겠다).

셋째, 송암동의 오래된 산단을 개조하여 첨단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실감 기술이 접목된 AR, VR, MR 등 가상 미래 오감 콘텐츠개발 중심지로 육성하고(이는 정말 ‘1자리 2용섭’다운 발상이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이 또한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일이겠다) 이는 그의 문화정책 가운데 정말 압권이다.

넷째, 군공항 이전 부지에 스마트 시티와 함께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건설하여 국제관광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해 ‘광주전남 관광공사’를 새로 설립하겠다(이는 정말 어머어마한 ‘일자리’ 뉴딜정책이다).

마지막으로 문화행정의 전문성과 창의성·지속성을 살리기 위해 ‘문화부시장’ 직제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과 약속대로라면 이제 광주에는 문화부문과 관련하여 실로 엄청난 일자리들이 그의 재임기간동안 ‘만들어질’ 것 같다. 과연 그의 문화 공약은 일자리와 연계 된 것이 많다.

대개의 경우 지방정부가 지역민을 대상으로 문화(향유)를 제고하여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자 할 때 정책적 고려에 넣는 것들은 흔히 ① 문화유산(문화재, 박물관) 이용 및 관람 기회의 확대, ② 전시 및 예술행사 관람 기회의 확대, ③ 체육 및 수련시설 이용 기회 확대, ④ 여가 활용 기회의 확대, ⑤대중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 ⑥ 도서관 이용 기회의 확대 등이다.

이는 누구나 금방 눈치 챌 수 있는 것이지만, 지방정부의 문화정책 입안에서 고려 지점이 주로 ‘수요’의 측면에서 정책들이 입안되고 시행되도록 하는 데 그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이용섭 시장의 공약사항들은 대개가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양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연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행정력의 집중이 어떤 쪽에 맞춰져 있는지를 고려하면 앞으로 전개될 그림들이 쉽게 연상될 수 있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늘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 선거에서 후보자와 정치적 비전을 함께 하면서 후보자에게 힘을 보탠 이들이 어떤 자리들을 갖게 될 것인가의 문제가 그것이다. 이 시장이 광주 시장 자리에 도전을 시작한 기간이 길었던 것만큼 그 수도 많다.

이 지면을 통하여 문화와 관련된 시정에 대해 두 가지만 제안한다. 먼저 공공재로서 문화의 가치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이 가치는 결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구적 이성’을 비판한 호르크 하이머의 말처럼 공익적 가치를 우선에 두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사적인 이해관계에 집중하는 인간들만이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미래적 가치를 찾을 수 없다. 문화는 인간이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키의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시장이 새롭게 만들고, 혹은 기왕에 있던 어떤 자리에 사람을 세울 때 이른바 코드인사가 필요하다면 제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적인 위치에만, 그것도 시민들의 눈치를 봐가며 정도껏만 하시라.”는 것이다.

이는 전임자들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광주시립미술관장을 둘러싼 이런저런 소식들을 전해 들으며 “동시대 삶의 다양성을 반영한 미술품들을 잘 선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미술관 본연의 역할을 다시금 떠올리는 이유이다.


** 윗 글은 <광주 아트가이드> 105호(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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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민 조선대 교수(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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