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검찰총장의 권위
[이기명 칼럼] 검찰총장의 권위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18.05.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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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잃으면 남는 건

재벌과 도둑이 강에 빠졌는데 누굴 먼저 건져 낼까. 당연히 재벌을 건져낼 것이다. 헌데 건져 낸 이유가 좀 그렇다. 강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고약한 농담이다. 요즘 드러나는 재벌들의 적폐를 보면 도둑이 따로 없다. 어디 재벌뿐이랴.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보면서도 국민들은 한숨을 쉰다.

요새 문무일 검찰총장의 이름이 요란하다. 그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안미현 검사다. 왜 이들이 언론을 꽉 채우고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지 설명을 하면 바보다. 모르는 국민보다 아는 국민이 더 많을 것이다. 좋은 일이 아니다.
 

문무일 검찰총장. ⓒ대검찰청 누리집 갈무리


서지현 검사가 TV 생방송에 나와 자신이 당한 성추행 사실을 그림 그리듯 폭로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나도 떨리는 손으로 칼럼을 썼다.

임은정 검사가 해당 검사가 법정에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을 한 대단한 사건이었다. 오죽 열을 받았으면 검사가 이런 행동을 했을까.

서지현 검사도 8년을 참은 고백을 했다. 폭로가 아닌 고백이었다. 서지현 검사의 고백 이후 대한민국은 ‘미투’란 태풍이 휩쓸었다. 제대로 걸린 인간도 있고 억울한 인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초상집에서 옆에 앉은 여검사의 허리를 손으로 감는 고위 검사는 없을 것이다.

권성동이 검찰을 쑥대밭으로 만든다고 검찰 출신 원로변호사가 한탄했다. 국민들이 뭘 알겠냐고 할지 모르나 하도 많이 겪어봐서 대충은 짐작한다. 잘 한 거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강원랜드에 한두 명도 아니고 압력인지 청탁인지를 해서 무더기로 부정합격을 시켰다. 실력은 아랑곳없이 합격자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들러리 역할을 한 응시자는 땅을 칠 일이다.

이같이 벼락을 맞아도 시원찮을 짓거리를 한 인물이 바로 두 명의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들통났으니 검찰이 나서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이를 못 하도록 방해한 세력이 검찰의 최고위층이라는 의혹 역시 만만치 않게 펴져 있다.

이건 해도 정말 너무 했다. 당연히 검찰이 조사해야 할 엄중한 사건이 부당한 압력에 의해 그냥 덮어진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는 고사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땅으로 추락할 것이다.

■쩍 하면 입맛이다

검찰 전문자문단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이 ‘안미현 검사의 수사를 방해했다’며 기소하겠다고 한 김우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무일 총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검찰자문단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으니 이제 더 이상 이 말 저 말 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생각마저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사실 검찰총장이 검찰자문단을 구성할 때도 말이 많았다. 공평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 역시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자신이 결정하면 될 것을 굳이 전문 자문단에게 맡긴 것도 그렇고 전문자문단 구성 과정에서 대검 쪽 추천 인사가 많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럴 줄 알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렇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할 때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다. 뭘 기대했는지는 다 알 것이다. 검찰개혁이다. 개혁하려면 당당하게 해야 한다. 어물거리면 안 된다. 이제 검찰총장의 신뢰가 추락했다고 하는데 글쎄다. 갈 길이 무척이나 험하고 고단할 것이다. 두고 볼 일이다.

■멍 때리고 싶다

‘멍 때린다’고 한다. 무념무상. 그냥 바보처럼 멍하니 허공이나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멍 때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오죽이나 세상이 복잡하면 멍 때리는 게 기분을 좋게 하는 방법이 됐느냐고 할지 모르나 사실 이것저것 다 잊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검찰총장도 한 번 멍 때려 보는 것이 어떨까.

그 어려운 고등고시에 합격해서 판·검사가 되면 선서라는 것을 한다. 판검사 출신들이 하나둘이 아니고 지금도 일선 검사들은 선서를 하던 감격을 되살릴 때가 많을 것이다. 검사 선서가 어떤 것인지 국민들은 잘 모를 것이다. 한 번 읽어보라. 검사가 된 기분으로 말이다.

검사선서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는 믿음직한 검사,
스스로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믿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4명의 대통령이 수갑을 찼다. 그들 자신의 불행이야 이루 말할 것도 없지만 국민들은 얼마나 불쌍한가.

법은 국민이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이다. 그 언덕이 사라진다면 국민은 너무나 가엾다. 법을 모르는 국민들이 저지르는 죄도 나쁘지만, 법을 안다는 법관들의 범죄행위는 정말 용서가 안 된다.

이럴 때 역시 기댈 언덕은 검찰 수뇌다. 문무일 총장의 처신이 어렵게 됐다고 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해야 될 일이 있다.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만드는 것이다.

완벽한 제도란 없다. 최선을 지향하는 것이다. 공수처를 반드시 만들어라. 문무일이 남기고 떠날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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