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의 '전라도천년사' 톺아보기(11)] "조선총독부의 내부 지침 그대로 수용"

고려 현종 이후 전라도 정명 1천년을 맞아 2018년 광주ㆍ전남ㆍ북도가 24억원을 들여 편찬한 '전라도천년사'(전 34권)가 친일식민사관이 짙게 배어 있다는 비판과 폐기여론이 거센 가운데 평소 한국고대사 분야에 깊은 연구를 해온 김상윤 선생이 최근 자신의 SNS에 연재한 '<전라도천년사> 무엇이 문제일까요?'를 본지에 18회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들은 <일본서기>를 비판적으로 활용한 것이 식민사관이냐고 강하게 항변했습니다.

지금 필자는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들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증거를 들어 논박하고 있습니다.

조선총독부가 1925년에 조선사편수회에 하달한 내부지침이 아직도 주류강단사학계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전라도천년사>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시민단체가 <전라도천년사>가 식민사관으로 도배되어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일본 식민사학자들이 임나일본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일본서기>에 나오는 지명을 모조리 한반도 남부에 비정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집필 내용이 대부분 조선총독부의 내부 지침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조선총독부의 내부지침을 거칠게 요약하면, '조선사 시작은 늦게, 조선사 영역은 한반도 안으로, 한반도 북쪽은 한사군의 지배를 받고 남쪽은 임나일본부의 지배를 받은 것으로 하라' 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조선사의 시작 시기와 영역 그리고 한사군 특히 낙랑군 문제를 살피면서, 이병도를 비롯하여 이기백이나 송호정으로 이어지는 주류강단사학자들이 얼마나 충실히 조선총독부의 내부지침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임나일본부 지배'라는 문제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임나일본부 지배'라는 문제에 들어가기 전에 주류강단사학계의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주류강단사학계는 일본 식민사학자들이 없애버린 고조선을 마지못해 살려놓았지만, 고조선은 서기전 2세기 무렵 위만조선에 의해 겨우 국가 수준이 되었으나 그나마 바로 패망해버렸고, 이후 한사군이 한반도 내부에 설치되어 400년간이나 지배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사군 특히 낙랑 유물 유적이라는 것이 쓸모없게 되자 1980년대 주류 고대사학계는 위기에 빠졌고, 그들은 결국 중국 고고학으로 도망을 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로 돌아가 김상태의 설명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김상태는 역사학자가 아닙니다.

그는 비록 역사학자가 아니더라도 여러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비교함으로써 얼마든지 어느 것이 옳은 이론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역사학자가 아닌 시민들이 '역사 주권'을 주장하면서 <전라도천년사> 문제에 개입하는 것도 김상태의 자세와 다를 바 없을 것을 것입니다.

”1988년 서영수의 '고조선의 위치와 강역' 그리고 1990년 노태돈의 '고조선 중심지의 변천에 대한 연구'라는 2개의 논문이 제출되었는데, 이들 논문은 이병도를 제치고 주류 고대사학계의 가장 유력한 이론을 대표라는 논문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병도가 고조선은 한반도 내부에만 있었다고 주장했던 반면, 서영수와 노태돈은 한때 고조선이 강성할 때는 만주에까지 진출했다가 나중에 중국 연나라와 진나라의 침략을 받아 한반도 내부로 이동해왔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이른바 '중심지이동설'이다.

이 논문 이후로 주류 고대사학계의 젊은 고대사학자들은 모든 논점을 '고조선 중심지이동설'에 맞추게 되었다.

윤내현의 이론이 등장하고 낙랑 유물 유적이 쓰레기로 전락한 이후 그들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고조선을 만주까지 확장시킴으로써 잠시 위기를 넘기고 공격을 피하려 했다.

고조선사를 중국 만주로 확대시킴으로써 이제 이들은 중국 고고학의 이론들을 무한정 가져다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만주는 현재 중국 땅이고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만주지역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따라서 할 수 있는 한 고조선을 부정하려 할 것이다.

주류 고대사학자들은 이 중국학자들의 이론을 활용해 북한과 윤내현 등의 이론들에 맞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제 한국 주류 고대사학자들은 자진하여 '중국 이론의 식민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김상태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절로 한심한 생각이 드는군요.

"본문을 고증하는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주로 중국 학계의 고고학 발굴보고서를 중심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 학계의 시각을 따라가게 되었던 점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필자가 너무 중국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여러 번 받았으며, 일부에서는 이병도 등 식민사학 연구 경향의 아류라는 비판도 있었다. "(송호정, <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 478쪽)

조선총독부가 내린 내부 지침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이제 중국 동북공정의 동반인이 되어 있는 주류강단사학계의 현재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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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천년사> 누리집: http://www.jeolladoh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