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찬위, 책은 계획대로 출판하되, '공람의견서는 별책 부록으로 출판' 방침 세워"
"식민사관으로 도배된 책을 '일단 출판하고 보자'고 한다면 수긍할 수 있을까요?"

고려 현종 이후 전라도 정명 1천년을 맞아 2018년 광주ㆍ전남ㆍ북도가 24억원을 들여 편찬한 '전라도천년사'(전 34권)가 친일식민사관이 짙게 배어 있다는 비판과 폐기여론이 거센 가운데 평소 한국고대사 분야에 깊은 연구를 해온 김상윤 선생이 최근 자신의 SNS에 연재한 '<전라도천년사> 무엇이 문제일까요?'를 본지에 18회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전라도천년사>가 식민사관의 영향 아래 기술되었다는 거센 비판이 일어나자, 편찬위원회는 2주간의 공람기간을 정하고 공람의견서를 접수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30권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2주 동안에 e-book으로 읽고, 거기에 뚜렷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여 의견을 제출하라는 편찬위원회의 자세는 지나치게 오만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짧은 2주 동안 무려 70여 건의 공람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김상윤
ⓒ김상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과 지역 의원들까지 나서서 편찬위원회를 거세게 비판하자, 편찬위원회는 공람 기간을 다시 7월 6일까지 연장했고, 그 동안 공람의견서는 모두 157건이나 제출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편찬위원회가 시민들이 자료적 근거를 토대로 제시한 공람의견서 내용을 현재까지 전혀 공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라도천년사>는 전라도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편찬위원회는 시민들이 제기한 여러 의견에 성실히 답변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견들이 제출되었는지 시민들에게 알려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학원생들까지 동원하여 시민단체들을 비난하는 성명서전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편찬위원회가 성명서 등을 통해 주장한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시민단체들이 '사이비역사학자'의 선동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일본서기를 비판적으로 인용한 것이 식민사관이냐'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마치 시민들이 '일본서기를 인용했다고 아무 잘못도 없는 학자들을 식민사학자로 매도하고 있는 것'처럼 오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민단체들이 특정한 '사이비사학자'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시민들을 우습게 보는 망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공람의견서에는 임나일본부와 연관된 일본서기 문제 뿐만 아니라 고조선이나 고려시대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어 있고, 공람의견서는 특정한 사이비사학자가 아니라 매우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합니다.

편찬위원회는 '일본서기를 인용한 것이 식민사관이란 말이냐'는 주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어떤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소상하게 밝히고, 그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학자답게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이 먼저 해야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상윤
ⓒ김상윤

여기서 우선 들려오는 소식 하나를 먼저 알려야 하겠습니다.

편찬위원회는 '내용에 아무 문제도 없으니 책은 계획대로 출판하되, 공람의견서는 별책 부록으로 함께 출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라도천년사>가 무엇 때문에 필요하겠습니까?

<전라도천년사>는 전라도민들에게 스스로 긍지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인데, 식민사관으로 도배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책을 '일단 출판하고 보자'고 한다면 시민단체나 도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까요?

자, 그러면 왜 시민단체들은 <전라도천년사>를 '일부' 식민사학에 물든 역사학자들의 책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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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천년사> 누리집: http://www.jeolladoh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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