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어렵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산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선율에 작품 속에 담긴 내용도 알지 못한 채 듣는 음악이 얼마나 크게 뇌에 인식이 될까하는 마음이 들어 심심찮게 그렇게 말하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때때로 마음속에 이는 아쉬운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기분 좋은 선율을 들으면 그나마 어렵지 않고 무게감 있는 훌륭한 음악, 아름다운 음악이었다는 소감을 듣지만, 전혀 귀에 익숙하지 않은 선율의 흐름이 난무하면 역시나 클래식 음악은 ‘어려워서 이해를 못하겠다’는 말을 하기 일쑤다.

청중은 듣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음악과 그렇지 않는 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기에 이해하기 쉬운 음악

차이코프스키 (Tchaikovsky 1840~1893).
차이코프스키 (Tchaikovsky 1840~1893).

서양음악사에서 음악양식(표현과 기법)으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며, 부드러운 선율로 화려함을 자랑하며 청중이 듣기 쉽게 감정을 유도하는 시대가 낭만주의 음악이다.

즉 사람들의 귀와 마음에 가장 적합하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화성의 울림과 선율을 토대로 아름답고 부드럽게, 때로는 격렬하고 화려하게 그 소재를 토대로 표현하며 서정성 있는 감성을 호소하는 음악이 낭만주의 음악이다.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고전주의 작곡가들이 순수한 음 자체에서 뿜어내는 울림과 배경을 추구한 것과는 달리 음악 속의 주제나 가치관, 이념을 문학이나 미술, 자연, 사람 등, 음악 외적인 요소에서 추구하는 표제음악을 추구했다.

그래서 낭만주의의 많은 작곡가들은 음악 외적인 것에 많은 관심을 두며 지식을 탐구했고 그들이 느끼고 아는 모든 것 - 자연, 인간, 사랑, 꿈, 달빛, 환상, 전설 등의 모든 재료를 음악 자료로 설정하며 표현의 자유를 요구했고, 작품 속에 상상력의 힘을 불어넣으며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배경과 선율을 추구했다.

이러한 주제와 배경을 가지고 낭만주의 시대에 눈에 띄게 발전하며 청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분야가 피아노 작품이다.

고전파 시대(1750~1810년경)에 5옥타브에 불과했던 피아노가 1800년경에는 6옥타브, 쇼팽(1810~1849, 폴란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과 리스트(1811~1886, 헝가리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는 7옥타브로 음역이 확장되어 발달하면서 낭만주의 시대는 피아노 음악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 피아노의 왕으로 평가받는 리스트를 필두로 하여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등에 의해 한층 더 성숙되고 화려한 작품으로 갑옷을 입듯 무장되어 창작되면서 거기에 맞는 고도의 연주 실력을 보여주며 뽐내는 명연주자(비르투오소)의 탄생이 끊이지 않았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다.
 

화려함과 예술성을 더한 피아노 음악. 피아노 협주곡의 시작과 끝

화려한 기술과 예술성을 뽐내고 피아노의 우아함과 폭발력을 자랑하는 ‘피아노 협주곡’이 차이코프스키에 의해 최고의 정점을 찍게 된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Op. 23〉은 ‘피아니스트라면 응당 연주할 수 있어야만 피아니스트로서 인정을 받는다.’고 하는 곡으로 피아노 협주곡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정도로 피아노의 서정적인 울림부터 화려한 폭발력의 예술성을 완벽하게 자랑한다.

이 작품은 자신의 스승이자 당대 러시아의 명성있는 피아니스트였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1835~1881)에게 헌정할 계획이었으나, 악보를 본 루빈스타인이 “피아노 협주곡으로서는 연주를 할 수 없을 정도의 빈약한 곡에 상식을 벗어난 곡”이라는 혹평을 한다.

이에 화가 난 차이코프스키는 당시 독일의 최고 피아니스트이자 명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에게 악보를 넘겼고, 이 협주곡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며 인정했던 그는 차이코프스키에게 경의를 표하며 1875년 10월 25일 미국 보스턴에서 초연한다.

그의 초연으로 인해 차이코프스키는 대성공을 거두며 자신의 대표작의 하나로 기록을 남기고 있으며 한스 폰 뷜로는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의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한 훌륭한 안목을 지닌 음악가로서 재평가를 얻는다.

상부상조로 얻은 절대적인 가치의 열매가 된 셈이다.

2018년에 개봉된 한국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증후군이지만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오진태(배우 박정민)가 영화 끝날 때 즈음 무대에서 당당하게 연주하며 무한 갈채를 받았던 곡으로 소개되었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 박정민이 연주 기법을 철저하게 마스터해서 찍었다고 알려진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으로 손꼽힌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51호(2022년 6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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