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아 칼럼] 5월 광주가 미얀마 친구들에게
[황정아 칼럼] 5월 광주가 미얀마 친구들에게
  • 황정아 아시아여성네트워크
  • 승인 2021.03.10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화 시위 중인 미얀마 친구들을 지지하고 응원"
"살아서 돌아오라. 민주주의 쟁취의 날을 누리시라"

2월 초, 우리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미얀마 친구 A에게 문자가 왔다.

A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한걸 아느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미얀마의 88항쟁, 2007년의 자스민 혁명때 많은 시민들이 총에 맞아 사망한 일이 있었던지라 나도 걱정이 되었지만 A에게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온 국세사회가 지켜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나도 도울 수 있는 일을 할게’ 라며 위로했다.

아시아여성네크워크. 오월민주여성회,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등이 지난 6일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주화투쟁을 지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광주인
아시아여성네크워크. 오월민주여성회,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등이 지난 6일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주화투쟁을 지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광주인

이때는 걱정도 되지만 설마 옛날처럼 백주에 시민들을 죽이기야 하겠느냐는 생각이 있었다.

2016년 미얀마 바간에서 1년간 광주로 돌아온 이후 미얀마 국내 난민 여성들을 지원하는 일을 몇 년간 해왔던 터라 나에게 미얀마는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얀마 바간의 현지 생활은 늘 반가이 맞아주는 친구들이 있는 두 번째 고향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알게된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과도 친구가 된터라 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민주화 투쟁 초기, 창의적이고 재치 발랄한 시위를 이어가던 Z세대를 간접적으로 지켜보며, '오 미얀마 젊은이들, 멋지다~'라고 박수를 쳤다.

하지만 평화적인 시위를 이어가는 미얀마 국민들에게 고무탄과 새총, 최루탄, 실탄으로 진압하고 학살하는 군경을 보며 날마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미얀마 친구들에 대한 걱정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 6일 광주전남에 거주하는 미얀마공동체 회원들과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구 광천동 버스터미널 광장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와 민주인사 석방, 국제연대를 호소하는 손팻말 시위를 펼치고 있다. ⓒ광주인
지난 6일 광주전남에 거주하는 미얀마공동체 회원들과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구 광천동 버스터미널 광장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와 민주인사 석방, 국제연대를 호소하는 손팻말 시위를 펼치고 있다. ⓒ광주인

특히,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의 젊은 청년들은 날마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시위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것을 페이스북으로 보고 있던 터라 더 걱정이 됐다.

바간에 사는 나잉의 딸과 조카도 날마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었다. 나잉의 딸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나잉의 조카는 예전보다 훌쩍 커버린 모습으로 최루탄과 총알이 날아다니는 양곤 시위의 한 복판에 있었다.

88세대인 B, 룰루랄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C, D, E, F.... 내가 아는 대부분의 미얀마 친구들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나잉의 딸은 가끔 메신저로 시위 영상과 사진을 보내며 자신의 딸에게 군사 독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미얀마 유학생이 지난 6일 광주 서구 광천동 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손팻말 시위를 펼치고 있다. ⓒ광주인
미얀마 유학생이 지난 6일 광주 서구 광천동 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손팻말 시위를 펼치고 있다. ⓒ광주인

나는 미얀마 군부독재 지배를 끝장내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현지 친구들에게 ‘부디 조심해, 너를 위해 기도할게’ 라는 말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3월 3일 밤, 88세대인 B와 메신저로 미얀마 상황에 대해 얘기하던 중 페이스북이 다급해졌다. '양곤 북부의 어느 지역에서 군경이 기관총을 쏘고 있고 사람들이 많이 다쳤다. 키보더들은 언론과 부상자 치료가 필요하니 이를 알려달라'는 긴급한 소식이 페이스북에 오가고 있었다.

이어 최루탄 자욱한 시위 현장의 여러 영상이 올라왔고 그 모습은 너무 참혹했다.

구급차를 세워 구급대원들을 총개머리판으로 구타하는 영상, 총에 맞아 머리가 반쯤 깨진 시신이 길 한 가운데 뒹굴고, 축 늘어진 누군가를 질질 끌어 트럭에 내던지는 영상들을 보며 나는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B와 함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광주인
ⓒ광주인

1980년 5월의 광주가 미얀마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었고 1988년과 2007년, 2021년 세 번의 저항과 유혈진압을 경험하고 있는 B는 오히려 나에게 울지 말라고 위로했다. 울지 말고 한국 정부를 설득해 미얀마 시민들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었다.

이날 양곤과 만달레이를 비롯한 전국에서 52명이 사망했고(언론 보도는 38명이다) 페이스북은 죽은 자들을 위한 애도로 가득했다. 52명이 사망한 다음날도 시민들은 더 결연한 모습으로 시위를 계속했고 오늘도 군경의 총구에 맨 몸으로 맞서고 있다.

나는 날마다 페이스북을 쳐다보며 젊은 친구들의 글이 올라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아, 무사하구나...'

B는 ‘교육 받은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나라, 가장 큰 고통이자 상실’ 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었다.

황정아 아시아여성내트워크 대표.
황정아 아시아여성내트워크 대표.

미얀마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XYZ세대, 그중 Y와 Z세대 들은 부모 세대가 못 이뤄낸 민주주의를 자신들의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날마다 시위 현장에 나가고 있다.

52명의 젊은 목숨이 스러진 다음날, 비가 내리는 광주의 아침은 몹시 침울하게 가라앉았고 아마 많은 광주시민들은 41년전 그 날의 고통을 기억을 기억해내는 것 같았다.

41년전, 5월의 그 날과 똑 닮아 있는 미얀마의 모습을 보며 미얀마인들의 깊은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는 민주주의를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더 참혹해질지 모르는 싸움을 이어가는 미얀마의 시민들을 응원하고 함께 한다.

그러니, 미얀마의 친구들이여, 오늘도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라. 그리고 민주주의 쟁취의 그날을 누리시라.

#save Myanmar
#Gwangju stand with Myanmar peoples
#protact for protesters
#democracy for Myanmar

/후원: 광주은행 1107-021-099192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010-4078-1192(황정아).
https://gjasiasisters.org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