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얀마의 여성 지도자의 다른 길

간만에 한국에 있는 선배와 통화했더니 대뜸 하는 말.

‘여기 지금 난리 났어야, 뭐 하냐, 빨리 와서 광화문 집회하러 가야 한디~~~’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미얀마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

온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발칵 뒤집어져 있는 지금, 미얀마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뒤숭숭하다. 어디 미얀마의 한국인들뿐이랴 본국의 시민들을 비롯해 지구상에 퍼져 살고 있는 온 한국인들이 같은 심정, 같은 마음으로 고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참담하게 지켜보고 있는 중일게다. 어쩌다가 나라꼴이 지경까지 되었는지....ㅜ ㅜ ㅜ ㅜ

미얀마인들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동양권 나라에 비해 좋은 편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뜸 서툰 한국말로 ‘안녕하시요’, 라고 반가움을 표현하며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곤 할뿐 아니라 한국에 가면 돈 많이 벌어 올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에 대한 선망이 높다.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은근 자랑스러운 것도 사실. 그런데 이 자랑스런 한국인의 이미지에 똥칠을 하게한 장본인이 대통령이라니.... ‘너네 나라 민주화되고 부자 나라이지 않았어? 근데 지금 일어난 이 일은 뭐야? 니 생각은 어때? ’라고 물어보는 미얀마인들에게 할 말이 없음.... ㅜ ㅜ

ⓒ황정아

미얀마의 현대사를 살짝 들여다보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긴 투쟁의 역사가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으로는, 외세에 의한 식민지 시절과 오랜 군부 독재통치를 경험했고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적 저항이 지속적으로 계속 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같이 군부독재의 철권통치를 경험했지만 한국은 그 와중에도 경제성장을 이루었고(박정희의 공로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님) 미얀마는 극도의 폐쇄정책의 영향으로 경제를 말아먹으면서 세계 최빈국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 일게다.

특히 5.18을 경험한 광주는, 1988년 학생, 승려, 시민들이 독재 정부에 저항했던 미얀마의 88항쟁이 낯설지 않을뿐 아니라 2004년 가택연금중인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5.18 인권상을 수여하면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지지를 보냈던 터라 더 친숙하고 가깝게 여겨진다.

ⓒ황정아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며, 한국과 미얀마의 두 여성 지도자들을 자연스레 비교해보게 하는데....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국가최고자문역은 어찌 보면 비슷한 과거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지도자들이기도 하다.

두 여성 모두 국가를 통치하고 있고, 아버지들의 뒤를 이어 2대가 정치를 하고 있는 점이 그렇고 암살당한 아버지들의 막강한 후광이 작용했다는 점이 비슷한 점이라 할 수 있을게다. 하지만, 미얀마 독립 영웅의 딸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독재자의 딸인 우리의 막장 대통령의 삶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큰 강이 흐르고 있었으니....

희대의 막장드라마를 역사 속에 기록 하게될 ‘우리 조국’의 여성대통령은 얼음공주, 수첩공주, 유신공주라는 조롱 속에서도 굳건히 정치활동을 계속하다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좌에까지 올랐지만 결국 이 지경이 되었고...(아~~ 쪽팔림!!)

ⓒ황정아

반면, 수치 여사는, 영국에서 살다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입국하던 해에, 88항쟁에 참여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지만 군부 독재 정권에 의해 총 17년간을 가택연금 당하는 탄압을 겪었었다.

독재 정권에 의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살았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야당의 지도자로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지도자로서 역할을 해왔고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지와 보호를 역시 받을 수 있었다.

2015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가 승리했지만 수키 여사는 독재 정부가 만들어 놓은 법 때문에 대통령은 되지 못 했다. 그러나 외교장관 겸 국가최고자문역이라는 직책을 맡아 실질적으로 미얀마를 통치하고 있는 중이다.

ⓒ황정아

높디높은 언어 장벽을 부여안고 수박 겉 핧듯 미얀마 사회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내가 목격한 것은, 지금 미얀마 사회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제도,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고 ‘민주화의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시민운동이 시작되어 소수민족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한 노력, 민주주의의 가치를 미얀마 사회에 정착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활력을 띠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우리의 막장 대통령은 국민들이 20년 동안 쌓아온, 지금 미얀마 국민과 시민사회가 뿌리 내리려고 노력하는 민주적 가치와 절차들을 4년 동안 다 말아 드셨고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20년 전 우리 사회가 해왔던 일들을 국민들의 중심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니 참 대비되는 된다는....

ⓒ황정아

물론, 권력을 지니고 행사하는 이도 인간인지라 권력의 정점에서 그 힘에 취해 도중에 방향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한국 대통령 같은 막장은 아닐 듯싶다. ‘시민사회’를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권력자와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시민사회를 활용 할줄 아는 권력자는 기본이 다를 것이므로.

‘이러려고 한국 국민 한거 아닌데 자괴감이 드는’ 요즘이지만 광화문에 모인 20만의 촛불 시민들을 보며 같은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고릿적부터 그래왔듯 내외의 국가적 환난에 적극 대응하고 행동한건 민초들이었고 그 힘이 한국사회를, 한국인들을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 나라가 무너지게 생긴 작금의 사태도 시민들의 힘으로 극복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이역만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시민의 일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ㄹ혜 탄핵~~~

** 황정아 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올해 3월부터 세계3대 불교유적지 중 한 곳인 미얀마 만달레이주 바간 타운십에 1년 기한의 한국엔지오 소속 봉사단원으로 파견돼 현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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