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노동자 탄압 일삼은 한국기업의 민낯

미얀마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참 좋아한다. 한류의 영향, 특히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문화가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개방 이후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다국적 사업가들 중 한국의 사업가들도 많은 수가 미얀마에 진출해 교민 수가 5천여명에 이른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회의 땅 미얀마’를 찾아 오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사람들의 진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황정아

그러나 모든 미얀마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한국기업들의 노동탄압(?) 때문에 생긴 헤이트 코리안, 어글리 코리안들이 미얀마에도 있더라는....ㅜ ㅜ

처음으로 미얀마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만나러 갔던 날, 현지 활동가는 미얀마에 진출해 있던 한국기업들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었다.

2012년, 양곤 인근의 공장지대인 흘라잉 따야 지방에서 한국의 모 기업은 노사 분규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미얀마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먹을 수 없는 식사, 유해한 가스 노출등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한국 관리자들이 여성노동자들을 구타하거나 성희롱하면서 11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여성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경찰이나 여성 단체등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체, 여성 노동자들만 ‘행실이 나쁜 여자들’이라는 나쁜 소문이 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황정아
ⓒ황정아

또 다른 헤이트 코리안 사례로, 먹튀한 한국 기업의 얘기를 해주었다. 이 회사 역시 분규가 일어나자 한국인 사업주가 공장을 폐쇄해 버린 것. 노동자들이 한국대사관 앞에서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한국인 관리자들은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시끄럽게 굴면 외국 기업들이 미얀마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단다. 

결국, 정부가 나서고 나서야 노동자들의 체불임금과 퇴직금등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탄압으로 유명했던 모 섬유회사가 미얀마에 진출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 공장에서 해고되었다는 노동자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한국기업을 상대로 복직투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씁쓸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써 참 미안하게 되었다’라는 사과를 했다. 어쩐지 이런 식의 공허한 사과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월드투게더 누리집 갈무리

미얀마에 진출해 현지 노동자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일부 한국기업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던 외국계 기업들의 ‘먹튀(자본철수)’와 노동탄압을 그대로 떠올리게 했다.

1970~80년대, 마산자유무역수출공단에 입주해 있던 외국계 회사들의 먹튀에 대항해,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요구하며 일본으로, 미국으로 원정투쟁을 떠났던 한국의 노동자들부터 가깝게는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모습에서 현재의 미얀마 노동자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유로운 자본이동과 노동자들의 억압경로가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적 영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흘라잉따야의 공장지대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한 달 임금이 우리 돈으로 7만원~15만원정도라고 하니 이 역시 우리나라 70~80년대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다. 

ⓒⓒ월드투게더 누리집 갈무리

그러나 미얀마는 지금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서 노동운동의 발전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미얀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더 나아질 여지가 커 보인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좀 더 싼 인건비, 좀 더 싼 원자재를 찾아 온 미얀마이지만 미얀마 사회의 변화발전에 따라 그저 싸게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바라는 바는, 이윤을 찾아 세계를 떠도는 기업들의 속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국기업들이 더 이상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방식’으로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황당한 바람이 아주 황당하지만은 않은 것이 서구에서, 자국 내의 깨어있는 시민들에 의해 기업들이 규제를 받는 일이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만들어진 축구공 이야기,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옷은 사 입지 말자는 ‘깨끗한 옷 입기 운동 Clean Clothes Campaign’이 그런 운동의 일환이다. 

ⓒ황정아

캐나다 시민들은 자국의 석유 기업이 아프리카의 인권탄압에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캐나다기업의 석유개발 사업을 중단시켰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저개발국 시민들의 현실을 인식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에 공감하고 참여하는가가 핵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광주'라는 도시가 인권도시임을 표방한지도 꽤 되었고 ‘인권’을 화두로 한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세계 저 편에서 일어나는 동료 지구시민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에 참여할 수 있는 날도 곧 오지 않을까 싶다.

10~20여 년 전 서구 시민사회의 활동이 우리에게 소개되고 그 가치가 공유, 전파되었듯, 우리의 시민사회가 20년 전 우리의 얼굴을 하고 있는 미얀마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참여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 황정아 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올해 3월부터 세계3대 불교유적지 중 한 곳인 미얀마 만달레이주 바간 타운십에서 1년 기한으로 한국엔지오 소속으로 현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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