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광주시민 촛불집회'에서 낭송된 시
갈등
- 양기창 시인
나를 얽매이고 있는 갈등이라는 사슬이 있다
아, 끊어내려고 발버둥 치지만
더욱 나의 심장 속까지 조여오는 사슬이여
그것은 동지애가 철철 묻어나오는
한여름을 이겨낸 나팔꽃 사슬이었으면 했었다
군부 쿠데타가 만들어 낸
탱크와 헬리콥터 기총소사까지
한꺼번에 쏟아지는 학살의 사슬이었다면
지금, 이 순간 오죽 좋으련만
당당하게 맞서 싸우다 부서진다면
지금, 이 순간 오죽 좋으련만
조여오는 사슬에 살갗이 좀먹어 터지고 있는
이 사슬에 솔직히 나는
그대는,
두려워 떨고 있는가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린다
둥 둥 둥 둥
분명 진군과 항쟁의 북소리가 아니다
둥 둥 둥 둥
소가죽을 벗겨내고 죽은 소를 일으켜 세우는
무술의 북소리, 신천지를 부르는 북소리,
검찰독재, 왕을 부르는 북소리
그렇게 해는 져서 어둠이 깔리고
사슬의 무게는 더없이 무겁고 고통스러워지는데
나팔꽃도 꽃잎을 오므리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사슬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하나
잠 못 이루는 그대여
적과 아를 구분하고 동지를 믿어야 하는데
번민과 갈등만 증폭되는 외로운 밤에
책임질 문제는 책임지자는 원칙의 칼만 갈고 있을 것인가
잠 못 이루는 그대여
갈등의 갈은 칡넝쿨을
갈등의 등은 등나무를
그렇게 칡넝쿨은 왼쪽으로, 왼쪽으로 휘감아 돌고
그렇게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휘감아 돌고
절대 끊어지지 않는 갈등이라는 사슬을 두고
잠 못 이루는 그대여
무엇을 할 것인가
더욱 단호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잠 못 이루는 밤에
나, 그대, 그리고 우리
갈등을 잘라내고 촛불을 들자
검찰독재가 도래하지 못하도록
갈등이라는 사슬을 썰어내야 할 것이다
무술, 신천지, 검찰독재 반대
광주 시민이여, 촛불행동에 나서자


광주가 내세운정권 광주가 무너뜨린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