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도 사 [전문] 

정성택(전남대학교 총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홍길 교수님!
 

2024년 혼돈과 난맥의 한국사회에서 교수님의 혜안과 통찰이 필요한 절대절명의 시기에 이렇게 홀연히 떠나시다니요!

언제나 명쾌하고 호방하게 우주 만물의 이치를 가름하여 설파하시던 선생님의 열정적인 모습이 선연하온대, 이제 어디에서 선생님을 만나 뵈어야 하는지 황망할 따름입니다.

‘민주화의 성지, 전남대학교’의 전통과 명성을 설명하는 데에 어찌 선생님의 삶의 궤적을 빠트릴 수 있겠습니까?

고 이홍길 교수 생전 모습.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 이홍길 교수 생전 모습.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출발점인 4·19혁명에서부터 한일국교정상화와 월남파병반대 투쟁,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 5·18항쟁과 촛불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현대사와 전남대 민주화 운동의 고비마다 길목마다 선생님의 분노와 외침, 선언과 실천은 큰 족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전남대학교 재직 시절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셨고, 총장직선제를 관철하는 데에 앞장서셨으며 전대신문사 주간과 인문대 학장, 본부 학생처장직을 수행하시면서 대학 발전에 크게 공헌하셨습니다.

연구자로서 이홍길 교수님께서는 중국의 개혁 실패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중국의 미래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통해 후학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저서 '큰 분노 작은 몸짓'에서는 역사적 전환기에 지식인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과 깊은 성찰을 담아내셨으며, 그 울림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이홍길 교수님께서는 평소 “공동체의 자부심에 토대한 심리적 에너지는 민족운동의 에너지가 되고, 그 에너지가 한말 의병활동, 동학혁명, 광주학생운동, 광주 4·19학생운동, 5·18민주화운동, 광주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과거를 알아야 오늘을 알 수 있으므로, ‘나’ 혹은 ‘우리’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인식하여 바람직한 미래로 향해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뜻과 정신 오롯이 잘 간직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시대의 지성이셨던 이홍길 교수님!

선생님께서 비록 저희 곁을 떠나시지만, 선생님의 호연지기와 의연함은 저희들 앞 날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완성되고 통일이 되는 그날 선생님의 위대한 삶은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스승, 이홍길 선생님!

선생님과 이 시대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2004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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