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에 집단학살 희생자 추모탑 제막
1951년 3월 17일 국군11사단, 도장리 주민 20여명 집단학살
유족. 마을주민, 지난 2011년부터 해마다 '합동위령제' 개최

전남 화순군 도암면에서 1951년 한국전쟁 중에 국군에 의해 집단학살을 당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탑이 건립됐다. 

지난 1일 ‘6.25 한국전쟁 전후 도암면 민간인희생자 추모탑건립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성인)와 ‘한국전쟁 민간인피학살자 도암면유족회’(회장 형창섭) 공동주최로 열린 ‘6.25 한국전쟁 전후 도암면 민간인희생자 추모탑 제막식 및 2023’합동위령제’가 도암면 도장리에서 개최됐다.

이날 6.25 제막식은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도장리 주민들이 집단학살을 당한 날인 음력 2월 10일에 맞춰 열렸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11사단에 의해 집단학살을 당한 전남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 주민 20여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탑이 유족과 마을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일 제막식을 갖고 있다. ⓒ김성인
한국전쟁 당시 국군11사단에 의해 집단학살을 당한 전남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 주민 20여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탑이 유족과 마을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일 제막식을 갖고 있다. ⓒ김성인

식전행사는 억울하게 희생된 망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지전무가 공연됐다.

제1부 제막식 행사에서는 6.25한국전쟁 당시 도암면 일원에서 희생된 민간인들을 추모하는 추모탑과, 1951년 3월 17일(음 2월 10일) 도장리 학살현장에서 학살을 중단시킨 고 나순례여사 공덕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어 추모탑을 기획 ,디자인을 맡았던 홍성담 화백의 작품 설명이 이어졌다.

제2부 추모식은 이 마을 출신인 목포과학대 형광석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성인 추모탑건립 추진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부끄럽고 안타까운 역사도 엄정하게 기록하여 후대들에게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며 “당시 무참하게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희생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되새겨보고 평화의 소중함과 인권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추모했다.

이어 "다시는 이 땅에서 이와 같은 참극이 없기를 다짐하고, 나아가 통일조국의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자리가 된다면 그나마 구천을 떠도시는 원혼들도 조금은 위로를 받으실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창섭 도암면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장은 “72년 전 영문도 모르고 끌려나온 주민들이 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현장에 도암면 추모탑이 건립되도록 예산을 지원해준 화순군과 화순군의회에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정부는 이제라도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통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추모사업에 적극 나서야한다"며 "그동안 통비분자로 여겨지며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배상과 예우에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정훈 국회의원은 "진실이 일부나마 밝혀지고,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진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민간인학살 희생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추모탑은 단순한 상징이 아닌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를 다짐할 수 있는 역사의 장소이자 교육의 현장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51년 3월 17일 화순 도암면 도장리 주민 20여명의 국군으로부터 집단학살 당하자 이를 중단시킨 '의인 나순례 공덕비' 제막식이 희생자 추모탑 제막식과 함께 열리고 있다. ⓒ김성인
1951년 3월 17일 화순 도암면 도장리 주민 20여명의 국군으로부터 집단학살 당하자 이를 중단시킨 '의인 나순례 공덕비' 제막식이 희생자 추모탑 제막식과 함께 열리고 있다. ⓒ김성인

하성동 화순군의회 의장은“오늘 위령제를 통하여 역사 속에서 빚어진 비극적인 사건들을 잊지 않고 후대에 교훈으로 남기며 우리 모두가 희생된 영령 앞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후손의 모습으로 국가와 화순발전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희생자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에서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3월 17일(음력 2월10일) 새벽, 마을 앞 논(일명 도포배미)에서 국군 11사단 20연대 3대대 병력(일명 삐아루부대)에 의해 당시 11살이던 형김식과 김민동 등 마을주민 20여 명이 학살되고 다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특히 6.25전쟁 당시 지리적인 여건으로 수복이 늦어졌던 도암면 일대에서는 무장한 군인들이나 경찰, 혹은 지방좌익들에 의해 많은 수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반공을 앞세운 역대 정권들에 의해 철저히 금기시되면서 묻혀 있었다.

1998년에 도장마을 학살사건, 남면 다산리 학살사건 등이 당시 지역신문에 보도되면서 1998년 8월 1일 화순군의회가 ‘화순군 양민학살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방의회가 민간인 학살사건들을 조사하기도 하였다.

그 후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된 특별법에 의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위원장 안병욱)가 설치되어 전국적으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조사가 정부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후 도암면 일대에서 6.25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무고한 민간인들이 군경에 의해 다수 학살되었음이 규명되었고, 비로소 그동안 통비분자나 좌익으로 매도당해 온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진 것.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에서는 집단학살 이후 60주년이 되던 지난 2011년부터 마을 차원에서 매년 합동위령제를 지내왔다.

2017년부터는 도암면 유족회와 함께 한국전쟁 전후에 도암면 지역에서 군경이나 지방좌익에 의해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넋을 함께 추모하고, 화해와 상생의 의미와 더불어 전쟁의 참상과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제막된 추모탑은 그동안 유족들이 조성해온 기금으로 도장리 학살현장의 토지를 매입하고 화순군이 61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여 건립되었다.

지난 1일 제막한 화순 도암면 도장리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탑. ⓒ김성인
지난 1일 제막한 화순 도암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탑. ⓒ김성인

이날 추모비와 함께 제막된 ‘의인 고 나순례 여사 공덕비’는 도장리 주민들과 출향인사 및 유족들의 성금으로 건립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희생자 유족과 화순 도암면 도장리 주민, 신정훈 국회의원, 구복규 화순군수, 하성동 화순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김석봉 부의장, 조명순 운영위원장과 김지숙, 정연지, 오형렬, 류영길 의원 등 화순군의원들이 참석했다.

또 안병욱 제1기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 김용진 화순군유족회장, 홍성담 화백, 전정호 화백, 민윤기 능주향교 전교, 오병근 도암면장, 서병연 도곡농협조합장, 박용문 도암면 번영회장, 김환문 도암면 이장단장 등 지역 내 기관, 사회단체장 등 100여명이 참석하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