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재인 후보 지지 뜻 받아주실 것 믿는다”

‘백의종군’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이순신과 권율의 대면장면이다. <칼의 노래>에 소개된 장면에서 3도 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에게 도원수 권율이 말한다. “이순신 자네를 자네라 불러도 좋겠는가?”이에 이순신은 답한다. “백의의 몸이오니…”. 바로 직전까지 상호존대를 하던 최고의 무장이었지만 흰옷을 입은 이순신은 자네로 불리며 권율의 휘하에서 명(命)을 받는 상황이 됐다. 이순신의 백의종군은, 이렇게 묘사됐다.

안철수가 돌아왔다. 본인의 캠프 해단식에서 선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짧은 입장표명이 끝난 후 양 캠프의 표정이 사뭇 달랐다. 한 평론가는 생방송에서 ‘저린 식의 모호한 발언은 국민들의 피로감만 높일 뿐’이라며 발언 자체를 혹평하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그의 웃음 속에서 보수세력들이 얼마나 안철수의 발언에 노심초사했는지 전해졌다. 진보 언론에서조차 ‘안, 문재인 지지하긴 했으나…’는 식으로 아쉬움을 제목에 표현하기도 했다.

▲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달 5일 전남대학교 체육관에서 강연에 앞서 청중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안철수는 정말 모호하게 표현했나? 그래서 박은 기뻤고, 문은 실망했나? 안철수의 발언전문을 십여 차례,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는 박, 문 두 캠프 모두 틀렸음을 확인하게 됐다. 오히려 박이 두려움을, 문이 든든한 우군을 만난 듯이 좋아했어야 했다. 짧은 문장에서는 더할 수 없는 안철수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말의 성찬만 늘어놓으며, 현정부가 아닌 전정부를 심판하자는 소리나 하는 토론 도피녀처럼 ‘빤스 벗고 화끈하게 돕겠다’고 하지 않으면 돕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새누리당,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했던 말 리바이벌한 안철수, 安 언론을 모르나? 언론이 安을 모르나?

안철수는 해단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1월 23일 제 사퇴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이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 여러분들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눈과 귀를 의심했다. 온 국민이 안철수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그 시점, 뜬금없이 안철수는 ‘제가 일전에 말씀드린 말을 다시 올리겠습니다’하면서 지난 후보사퇴 당시에 했던 말을 ‘재탕’했다. 11월 23일 당시 안철수의 문재인 지지발언이 약했다고 생각한 언론에서는 ‘했던 말 리바이벌’이 가진 무게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진보언론에서조차도 ‘이미 했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한번 ‘했던 말’은 더 이상 News가 아닌 언론풍토에서 안철수는 우직하게 직구를 던진 셈이다. 언론에서는 그 말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 다음에 안철수가 한 ‘대선 전반에 대한 우려’를 두 캠프에 전하는 양비론으로 보도했다. 양비론까지 아니라고 해도 생각했던 것보다 문재인에 대한 지원의사가 약했다고 판단한 박근혜 캠프는 웃었고, 문재인 캠프 역시 다소 의기소침해 하는 분위기였다.

백의종군이란 모든 벼슬과 영예를 벗어 던지는 정도가 아니다. 자신이 명령하고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부하로부터 반대로 명령을 받고 때에 따라서 생사여탈도 당하게 되는 기가막힌 상황역전이 바로 백의종군인 것이다. 백의종군은 죄가 많아 죽여야 하나 뚜렷한 목적 달성을 위해 살려두는 경우에 내리는 형벌 중 하나다.

안철수에게 있어 백의종군하는, 살아야 하는 뚜렷한 목적은 ‘정권교체’에 있다. 그는 이와 같은 말을 이미 11월 23일 국민들 앞에서 했다. 그는 진심을 담아서 이미 말했지만 '문재인을 돕겠다는 말인지'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다른 정치인이라면 더 섹시하게 어필할 다른 방법을 생각했겠지만 안철수는 12월 3일에도 ‘11월 23일의 발언’을 다시 한번 했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진정성을 전하는 표현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12월 3일 하루에만 ‘백의종군’4차례, 새누리당 웃다 울다!

캠프 해단식이 열린 12월 3일. 안철수는 총 4차례 백의종군을 언급했다. 먼저 해단식 자리에서 11월 23일에 했던 말이라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직접 말했다. 이 말에 오히려 박근혜 캠프가 웃고, 문재인 캠프에서 목마른 시간이 흐르던 시간. 진심캠프에서 1개의 트윗을 올리고 대변인이 또 한차례 설명했다. 그리고 안철수의 트윗이 올라오게 된다.

하나는 ‘안철수 진심캠프’에서 올린 것인데 ‘정권교체 위해 백의종군, 단일후보 문재인’ 그 내용을 그대로 올렸다. 안철수 발언의 요약에 해당하나 다른 발언이 요약, 압축된 것과 비교할 때 그대로 인용된 점을 고려하면 중요발언으로 소개했다.

이 뿐 아니라 진심캠프의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서 안철수의 발언에 대해 정권교체 위한 백의종군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지원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지원방안 곧 밝힐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발언의 진위를 파악못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급박해지던 저녁 8시경 안철수가 직접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것으로 모든 논란은 종식되었다. 트위터에 올린 내용은 또 다시 지난 11월 23일에 했던 말 그대로였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며,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는. 12월 3일 하루에만 안철수는 본인이 2차례, 진심캠프를 통해 2차례 총 4회 ‘백의종군’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안철수란 정치인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어느 정도 무게를 갖고 하는 지 이제 충분히 이해되었을 것이다.

10% 차 이상 지고 있던 박원순에게 편지 한장 들고 갔던 안철수

보수언론에서는 12월 3일 하루동안 ‘백의종군’을 4차례 언급한 안철수에 대해 외면할 것이다. 그들은 ‘安, 박-문 모두 비판’ 등의 양비론적 시각을 보도할 것이다. 그리고 애매모호한 말투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진다는 투의 기사로 안철수의 진정성을 무력화하려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트위터 등을 통해 거듭 진심을 알리고 있는 안철수의 진정성까지 막지는 못할 듯 싶다. 그리고 투표까지는 아직 보름 이상 남아 있다.

안철수는 SNS를 통한 지지 및 투표참여 호소 외 또 다른 방법으로 지원을 고려할까. 처음에는 유세단을 이끌고 직접, 적극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예상해 보았지만 지금은 지켜봐야 할 듯 싶다. 어떤 방식으로든 안철수는 본격적이고, 공세적으로 문재인을 지원할 것이다. 단일후보 문재인을 지원하여, 반드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탤 것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새정치에 대한 고민을 담아서 하게 될 것이다.

‘11년 10월 24일 안철수는 당시 10.26 재보선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 캠프를 방문했다. 여론조사 상 10% 차이로 나경원에게 밀리던 그 순간, 안철수는 30분 정도 방문하고 간단히 지지 인사말을 한 뒤에 2장짜리 지지편지를 전달하고는 캠프를 빠져 나갔다.

안철수는 편지로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인데, 편지를 받은 박원순은 ‘나중에 읽겠다’면서 대신 ‘응원의 메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투표가 코 앞에 다가왔는데 안철수가 와서는 편지만을 전하니 박원순 입장에서는 얼마나 안타까웠겠는가.

안철수는 이번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문재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그러나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까. 이번에는 분명 지지편지 이상의 파괴력이 있는 뭔가를 고민하고 있을 듯 싶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12월 3일 하루에만도 ‘백의종군’을 4차례 언급한 안철수와 캠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의종군한 이순신이 임진왜란의 전란 속에서 나라를 구했다. 지금이 전란이라고 생각한 안철수는 정권교체의 열망을 ‘백의종군’이라는 자신의 단어로 설명했다. 정치권과 언론이 이해하지 못하자 그는 수 차례 반복해서 소개할 정도로 자신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자네를 자네라 불러도 되겠나?””백의의 몸이오니….” <칼의 노래>에서 본 인상적인 대목, 안철수는 그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 하고 있다. 투표는 이제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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