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창] 집들이는 했지만
[삶의 창] 집들이는 했지만
  • 홍광석 기자
  • 승인 2012.08.3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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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지원에 집짓는 이야기19


8월 17일, 25년을 살았던 광주 봉선동을 떠나 새 집으로 이사했다.
이삿짐 전문 업체에 맡겼다고 하지만 며칠 전부터 신경 쓸 일은 많았다.

주로 버리는 일이었다.
낡아 버리는 경우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구입하여 몇 번 사용하지 않고 구석에 처박아 둔 채 잊었던 물건들도 많았다.
처음 구입했을 때는 애지중지 했건만 .

책도 많이 버렸다. 일부는 광주시청 자료실에서 가져갔지만 대부분의 책은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없어 폐기처분하고 말았다. 그렇게 없앤 책이 줄잡아 천권은 훌쩍 넘을 것이다. 그래도 남은 책과 자료는 한 트럭이었다.

어렵게 이사를 끝내고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연결하려 하니 찾아온 KT 직원은 현재 우리 지역에서는 중개소의 포트 부족 때문에 우리에게 배정해줄 회로가 없어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 하다는 말이었다.

방법을 물었더니 용량을 늘리거나 지역 내에서 누군가 인터넷 사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렵다는 말이었다.

▲ 밤을 맞은 숙지원. ⓒ홍광석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인터넷을 포기할 사람은 없으니 언제 쯤 개통이 될지는 기약할 수 없다면서 회사로 돌아가 이곳 형편을 서면으로 본부에 보고 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되면 쿡 서비스를 통해 텔레비전도 볼 수 없는 우리에게 직원은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하면서 겨우 전화만 연결해주고 가버렸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고 들었는데 황당한 일이었다.

할 수 없이 그동안 연락을 끊었던 제자에게 전화하여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빠른 시일내에 인터넷이 되는 방향으로 조치하겠다는 대답이 위안이었다.

17일 이후 25일까지 인터넷 소통은 물론 텔레비전 시청조차 못했는데 완벽하게 6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만약 전기조차 없다면 문자 그대로 원시상태의 전원생활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8월 25일 낮에 인터넷이 개통되었다. 이 지역 누군가는 6개월을 기다리다 포기했다는데 우리는 제자의 덕을 본 셈이다. 고맙고 미안한 일이다.

8월 25일 밤에는 마을 주민들을 주변의 식당으로 초대하여 집들이를 마쳤다.
마을 주민 총 40명중 35명이 참석하여 집들이를 환영해주었는데 지금까지 어떤 모임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는 이장님의 말이 듣기 좋았다.

거기에 전에 없는 일이라면서 20만원의 축의금까지 건네주었는데 그저 고맙기만 했다.

(밤에 잡은 숙지원의 집)

집들이.
5년을 준비하고 기다렸던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4월 16일 첫 삽을 뜬 이후 4개월간 힘겨운 작업을 거친 끝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아직 집은 손볼 곳이 남았지만 그래도 집들이를 하고 보니 감회가 없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사하자마자 들이닥친 태풍 [볼라벤].
차고 겸 보일러실로 지은 부속건물을 쓰러뜨리고 만 것이다.

지을 때부터 기초가 부실하여 문제를 제기했으나 괜찮다는 시공사와 업자의 말을 믿은 것이 문제였다.
책임은 시공사에 있겠지만 다시 철거하고 짓는다는 것이 번거롭기만 하다.

더구나 태풍에 쓰러진 나무만 10여 그루요 베어 말리던 참깨도 털기 전에 수해를 입고 말았다. 지금은 차분하게 전원주택의 느낌이나 생활의 이모저모를 쓸 경황이 없으니 우선 이사했다는 기록만 남기고자 한다.

201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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