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지원에 집짓는 이야기18

내부 바닥에 보일러 배관이 마감되고 내벽 시공과 주방의 타일공사가 끝나면 다음부터는 쉬울 줄만 알았다.

그래서 그런대로 꼴을 갖춘 집의 내 외부를 둘러보고 이사할 날을 꼽으면서 느긋하게 한숨 돌렸는데 그러나 그건 끝이 아니었다.

주방가구 설치, 붙박이장 만들기에서 시작하여 데크 공사, 주차장 공사에 벽지와 조명등을 고르고 내부 바닥에 깔 강화마루의 색을 선택하는 일 등 장차 생활하는데 직접 영향을 줄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시간이 가면 이루어지는 일로만 알았다.
경험 없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 며칠 전 숙지원의 솔밭에서 잡은 집의 모습. 집의 외형은 마음에 든다. ⓒ홍광석

마지막 남은 일들이야말로 우리의 실생활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라 선택과 결정이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런 마무리 과정에서 건축주와 시공사의 이해가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다.
붙박이장만 해도 그랬다.

좀 더 실용적인 내부구조를 원하며 꼼꼼하게 설계한 아내와 계약상 자재와 인건비를 초과하지 않으려는 시공사간에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견적서에 붙박이장의 내부 구조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히 금액만 명시되었던 점이 문제였다.

아내는 자신의 설계대로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었고, 시공사로서는 아내의 요구대로라면 작업량이 늘고 인건비 지출이 증가하여 견적서의 예산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는 바람에 쌍방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던 것이다.

그뿐 아니다. 견적서에는 주방 가구의 비용이 350만원으로 잡혀있었는데 실제 시장 조사를 해보니 그 비용으로는 아내가 원하는 주방가구를 설치하기란 턱 없이 부족했다.

“새 집을 짓는 마당에 기왕이면….” 하는 생각에 둘러본 주방 가구의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그 정도면 괜찮을 것이라는 시공사의 말만 믿었던 아내는 불만을 터뜨렸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에 결국 아내는 추가 부담을 무릅쓰고 최고급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밖에도 벽지와 조명등과 내부 바닥재를 선택하고 외부 데크를 추가로 확장하는 일에도 자잘한 갈등은 그치지 않았다.

그런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떻게든 더 나은 것을 찾는 수요자와 조금이라도 더 이윤을 남기겠다는 사업자간에 돈이 개입된 이해관계의 충돌이 원인이었다고 본다.

봄부터 시작한 집짓기는 여름을 넘기고 있다.
벽난로와 주방가구 설치와 내부 바닥공사는 끝났다.
전깃불은 밝혀지고 수돗물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데크 공사도 끝나고, CCTV설치도 마쳤다.

현관 중문과 보조주방으로 가는 문에 유리도 끼웠고 견적에서 빠진 방충망 설치도 끝냈다.
어제(13일), 비오는 날임에도 보일러공사도 마쳤다.

이미 입주 예정일을 열흘을 훨씬 넘기고 있는데 그럼에도 아직 대문과 담장 공사, 차고의 지붕 작업, 데크에 오일스텐을 바르는 일 등 몇 가지 할 일이 더 남아있다.

머리가 무겁기만 하다.
경험자들이 남긴 말에 의하면 집짓기는 아는 사람에게 공사를 맡기지 않는다고 했다.
형제 사이에도 건축 수요자와 시공자관계라면 끝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말도 들었다.
그만큼 건축주와 시공사축주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일이 집짓기라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시공사를 골라 일을 맡겼던 것인데 요즘 나는 그런 말을 실감나게 이해할 것 같다. 그러면서 아는 사람에게 맡기지 않은 점을 다행으로 여긴다.

아직도 시공사의 추가 부담을 요구에 아내는 왜 더 부담해야 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역지사지 하는 마음으로 조금 양보하라는 나의 말도 통하지 않는다.

우리 집을 구입한 사람에게 두 번이나 사정하여 이사 날짜를 연기했던 일도 아내의 불편한 감정을 부추기는 것 같다.

나 역시 일이 지연된 이유는 장마와 무더위 등 계절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이해하려 해도 불만은 줄어들지 않는다.

집짓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집짓기가 결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아직 준공 검사도 나오지 않은 집이다.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이삿날을 앞두고 있다.

원래 집짓기를 시작하면서 기술적인 공정을 소개하기 보다는 일의 진행 과정에서 느낀 점을 소개할 작정을 했지만 그마저 여의치 못했던 것 같다.

이사를 끝낸 후 건축주의 입장에서 집을 짓기 전 미리 준비할 점과 짓는 과정에서 알아야할 점을 몇 가지 정리하는 것으로 집짓는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201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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