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역사교사모임' 발간 『동아시아 맞수 열전』 나고야소송지원회 ‘금요행동’ 소개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 문제가 한일 간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최근 발간한 『동아시아 맞수 열전』(북멘토) 책에 일본 시민단체 '나고야소송지원회'가 매주 금요일 미쓰비시중공업 앞에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전개하고 있는 ‘금요행동’을 자세하게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역사의 세찬 물줄기에 맞선 뜨거운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동아시아 맞수 열전』은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시대에 ‘맞서’ 비슷한 길을 걷거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산 사람들이나 단체를 22개 테마로 서술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촉구해 온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약칭 나고야소송지원회)의 ‘금요행동’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에 대한 서술과 함께 <피해자의 투쟁과 가해국 시민의 양심>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테마로 소개했다.

일본군에 의한 전시 성폭력 문제를 고발해 온 ‘수요시위’는 많이 알려져 있는 반면,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이 자국의 강제동원 가해 책임을 고발하며 일본기업에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는 ‘금요행동’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고등학교 역사교사였던 다카하시 마코토(髙橋信)가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를 조사하던 중 미쓰비시중공업에 동원된 조선여자근로정신대원 6명이 지진에 숨졌는데도 회사 측에서 의도적으로 숨긴 사실을 알게 됐다.

『동아시아 맞수 열전』은 다카하시 마코토가 이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고야소송지원회>를 결성한 뒤, 1999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과정을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특히 ‘금요행동’(항의시위)에 나선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나고야소송지원회>는 2007년 5월 31일 나고야고등재판소가 소송을 기각하면서도 피고 측의 강제동원 및 강제노동, 임금 미지급 등 불법 행위를 모두 인정했던 것을 근거로 그해 7월 20일 첫 ‘금요행동’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항의 시위와 선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아시아 맞수 열전』은 “다섯 명이 함께한 조촐한 시위가 금요행동의 시작이었다”며 “금요일은 미쓰비시중공업 주요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지원회는 나고야에서 도쿄까지 360km의 거리를 매주 오가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책에서는 “2021년 제1500차를 맞은 수요시위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장기 지속 집회다. 금요행동은 2020년 제500차를 맞았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과 일본 시민사회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기록이지만, 한편으로 피해자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2008년 도쿄 최고 재판소에서 원고의 청구가 최종 기각되었지만, 이후 한국 법원을 통해서 손해배상 청구에 진전이 있었다”며, “2018년 11월 피해자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고, 2019년에는 한국 내 미쓰비시 자산을 압류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며, 일본 지원단체의 양심적인 목소리와 활동이 한국에서 승소를 거둔 한 동인이 됐음을 소개했다.

책에서는 역사 부정주의자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로 인해 역사 해석의 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언급하며, ‘금요행동’의 핵심 인물이었던 야마카와 슈헤이(山川修平)의 에세이 『인간의 보루』의 한 대목을 소개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가해자가 배상하지 않으면 누가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인가? 이것이 회피주의와 인도주의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 참가하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보루(양심)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인도주의에 의해 지탱되었다.” 『인간의 보루』

이 책은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인도주의’라는 ‘인간의 보루’ 말고는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은 또 다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 선다”며 “인도주의에 기반한 공동체가 일본정부의 정치논리와 전범 기업의 배상 거부 그리고 역사 부정주의에 맞서 승리하는 날이 언제쯤 올까요?”

한편, 『동아시아 맞수 열전』에서 소개한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소송지원회>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 상황에 따라 ‘금요행동’을 진행하기 어려울 때는 미쓰비시중공업 사장한테 보내는 ‘편지쓰기’를 병행해 오고 있다.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지금까지 미쓰비시중공업 사장한테 발송한 편지는 95회(통)에 이르며, 오는 10월 14일에는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제516회 금요행동을 가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