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montage). 무엇과 무엇을 ‘연결’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이 외래어는 영화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방식이자 원리이다. 영화는 몽타주의 기법을 통해 서로 다른 시공간을 결합하기도 하고, 하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양한 시점으로 분열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몽타주 기법을 수단으로 삼아 영화는 수많은 관객을 스크린위의 세계로 몰입하게 만드는 장대한 서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며, 때로는 상반된 이미지들을 충돌시켜 초현실주의적 감각을 나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이하 다큐영화)는 진실의 이미지들을 차용한 한편의 몽타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크린 위에 등장하는 배경과 인물은 모두 실재하기에 다큐영화는 그 어떤 몽타주보다도 강한 설득력을 갖는 이미지들을 연결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몽타주 작업에 사용되는 이미지들이 역사적 사건과 연관된 이미지들이라면 다큐영화가 펼쳐놓은 몽타주 작업을 통해 구축한 서사는 관객에게 큰 호소력과 설득력을 갖는다. 역사적 사건의 이미지들은 시간을 매개로 하여 강력한 개연성을 자아내고, 역사적 이미지들은 크건 작건 모두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의 이미지를 몽타주한 다큐영화는 관객의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을 만큼 강력한 흡입력을 갖는 서사를 구축한다.  

김경자 감독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2017)은 5·18이란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5·18을 체험한 여성들을 인터뷰한 이 영화는 그녀들의 증언을 통해 1980년 5월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 다큐영화는 5·18의 기록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역사적 이미지들을 몽타주하기보다는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프레임 안으로 견인한다. 영화는 그녀들의 증언과 더불어 그녀들의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관조하고 일상의 이미지를 포착한다.  

식당주인, 꽃집 사장님, 문화연구소 간사로서 현실을 살아가는 그녀들은 5·18 당시 각자의 방식으로 투쟁했다. 시민군을 위해 밥을 지어 먹이고, 최루탄의 가스를 막아줄 마스크를 만들어 나누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확성기를 들었다.

그녀들은 여느 시민군 못지않게 위험을 무릅쓰고 계엄군에 맞서고자 거리로 나온 투쟁의 주체였다. 이러한 그녀들의 언어를 통해 표현되는 5·18의 이미지는 말이 발화되는 일상적 공간 속에서 현재성을 얻는다.  

 증언을 통해 전달되는 5·18의 역사적 이미지들은 여성들의 현재의 삶과 연결되어 생명을 부여받는다. 1980년 5월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이 여성들은 과거를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이들의 삶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도 않으며, 일상에만 속해있지도 않다. 이들의 시선과 행보는 현실과 사회를 향해 있다.

5월의 여성들은 성주군 사드(THAAD) 배치, 밀양 송전탑 사건, 제주 4·3 사건 등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5·18의 기억을 매개로 사건의 당사자들과 연대한다.

사건의 장소에서 그녀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세대에 대한 연대의 기대감을 내비친다. 현재 지향적인 그녀들의 삶이 5·18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5·18에 현재성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김경자 감독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5·18의 역사를 현실에 몽타주한 다큐영화이다. 그녀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사용한 5·18의 역사적 이미지들은 그러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던 여성들의 현재의 삶을 통해 현실과 결합한다.

따라서 김경자 감독은 이 여성들의 삶을 프레임 안에 담아냄으로써 과거에만 고립될 수 있었던 5·18에 현재성을 부여한 셈이다. 이렇게 5·18의 역사를 지금의 현실로 몽타주하는 일련의 과정이 김경자 감독의 다큐영화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서 그려진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