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이는가
[이기명 칼럼]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이는가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0.10.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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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눈으로 국민을 보라

■‘국정감사’ 절망의 시간

그렇게 열심히 TV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며칠 전 끝난 국정감사다. 그중에서 검찰총장을 상대로 한 국감은 난생처음으로 완벽하게 모두 시청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고시쯤은 단번에 합격했을 것이다. 위원장에게 한 손으로 증인선서문을 불쑥 내미는 윤석열의 방자한 행위는 시작부터 혀를 차게 만들었다.

‘패 죽인다’는 말을 했다가 핀잔을 들었지만 혼자 보기 아까운 행동이다. 왜 저럴까. 대통령 말고는 모두를 부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면접관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미역국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팩트TV 갈무리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팩트TV 갈무리

저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의원들을 바보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닌가. 아니면 말고.

오랜 시간을 의원들과 치고받았다.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속으로 웃었을 것이다. ‘쯧쯧 겨우 고거냐’

국감을 시청한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큰일 났구나. 무엇이 큰일인지는 국민들이 잘 생각해 주기 바란다. 저런 사람 밑에서 일그러진 오늘의 ‘검찰왕국’의 존재는 지극히 당연하다. 겨우 천만 원짜리 향응이냐. 국민이 불쌍하다.

윤석열의 국감 태도를 보면서 검찰개혁이 없이는 대한민국의 갈 길이 아득하다는 절망감이 치밀어 올랐다.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저것이 국감장에 나온 검찰 총수란 말인가.

특별히 애국자여서도 아니고 정의파여서도 아니고 보편적 양심의 소유자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공분이었다. 국감은 공직자가 국민 앞에서 발가벗는 날이다. 그렇다면 목욕이라도 깨끗이 해야 한다.

국민들의 의혹이 켜켜이 쌓여 있는 처와 장모의 불미스러운 의혹은 정리하고 나와야 한다. 조선일보 방 사장은 왜 만났는지도 해명해야 한다. 해명됐는가.

한 마디로 국감을 우습게 알았다. 아니 국민이 별거 아니었다. 그토록 자신만만했는가. 그 용기가 부럽다. 이제 공수처를 기대해야 하는가. 허 글쎄

국감을 시청한 다음 남은 것은 이 나라에 희망이 별로 안 보인다는 사실이다. 한숨과 증오다. 한숨은 국회의원이란 인간들에 대한 것이고 증오는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아 아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니. 세금을 내는 게 아깝다. 절망감이다.

■정직 이상의 설득력은 없다.

80 넘었다고 하면 인생 거의 다 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는 동안 후회도 많고 못된 짓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 철이 났는지 정직하게 인생을 마감하겠다고 작심을 한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가 아니었으면 내 인생은 거의 맹탕이나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처음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서 가슴에 꽉 채운 것은 정직이었다. 그것이 내 인생을 결정한 길잡이였다. 그도 믿어주었다.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한가.

■거짓말 안 하면 마음이 편하다.

이 말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늘 내게 했던 말이다. 거짓말하면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 없다. 선거 때가 되면 많은 사람이 누구 좀 지지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난감하다.

‘선생님이 지지해 주시면 당선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진위는 고사하고 대단한 영광이다. 이유는 내가 후원회장을 한 정치인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열심히 지지하며 응원하던 문재인 후보도 당선됐다. 다음은 어떨까.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좋은 정치를 펼치면 얼마나 좋은가.

대통령의 힘이 대단한 것이야 세상이 다 알지만,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으로 해서 속이 많이 끓인 국민도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훌륭한 대통령으로 또 당선되고 정치를 잘해서 국민이 행복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난 믿는다. 내 눈을.

거짓말 안 하고 살다가 죽고 그렇게 되라고 늘 기도한다.

■2년 후를 보라

내 나이 85세, 오래 살았다. 2년 후면 대통령 선거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보고 살지 모르지만 내 안목을 나는 믿고 있다.

이번에 국정감사를 보면서 새삼 절실하게 느낀 것이 정직이다. 그토록 많은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TV에서 국민 앞에 섰다. 어떤가. 얼마나 그들에게서 정직을 보았는가. 난 그저 슬프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윤석열에 대해서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정직하게 말을 하겠지. 그렇게 믿었는데 접었다. 정직은 눈 씻고 봐도 없다. 내 눈이 늙어서인가.

‘사람을 위해서 충성하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마이크는 바로 국민의 눈이다. 국감장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들 국민을 보고 말을 하는 것이다. 윤석열도 국민을 보고 말을 한다. 그의 눈을 보라. 얼마나 정직한지 국민이 보고 있다. 국민은 안다.

윤석열은 퇴임 후 정치를 할 것인가. 그가 지금 하는 행위의 모두가 정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그가 정치를 하건 말건 그의 선택이다. 다만 한 가지. 거짓말은 하지 말라. 거짓말의 종말은 참혹하다.

국민들은 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정직해라. 정직의 끝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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