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임은정 검사를 왜 주시하는가
[이기명 칼럼] 임은정 검사를 왜 주시하는가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0.11.12 2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도 상식 안에서 존재한다.

잠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손을 모았다. 일상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잘 되기를 기원하는 지도자를 두고 글을 쓸 때 하는 행동이다.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다. 이유를 설명해도 좋다.

“사람을 위해서 충성하지 않는다.” 너무나 유명한 발언이어서 누구의 말인지 알 것이다. 윤X열 검찰총장이 오래전에 한 말이다. 신선하기보다 감동으로 느꼈다. 이제 제대로 된 공직자 하나 만나는 모양이다. 그렇게 좋아했다.

종로구 다동 어느 식당에서 혼자 냉면 먹는 그를 보고 냉면값이라도 대신 내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모두 따뜻한 눈으로 보았다. 행복한 공직자라고 생각했다. 노무현 의원과 동행한 경험이 많은 나는 식당에서 계산하려고 할 때 누군가 벌써 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들 그렇게 욕먹는가

섭섭하다면 제대로 느끼는 것이다. 거리에서나 집회에서 만나는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시선을 알 것이다. 차갑다. 욕을 참 많이 먹는다. 잘 알 것이다.

그렇다고 별로 고칠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요즘 정치인들 말고 욕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검찰이다. 판사다. 기자들이다. 개검·개판·기레기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다들 잘 알 것이다. 모를 수도 있다. 쓴 약은 우선 안 먹으니까.

■여성은 당해도 되는가

임은정 검사. ⓒ임은정 검사 SNS  갈무리
임은정 검사. ⓒ임은정 검사 SNS 갈무리

‘여자가 잘나 봤자지’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내들이 있는가. 지금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어려운 고시에 합격한 여성들을 보라. 돌아가신 모친이 늘 하시던 말씀은 ‘못 난 사내자식들’이었다. 거기까지만 하자.

다들 아는 얘기니까 말해도 되겠지. 서X현 검사라고 있었다. 장례식장에 조문을 갔다가 상급자인 안X근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참고 견디다 이를 폭로했다.

이것이 ‘미투’ 운동의 효시라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당하면 그냥 조용히 지내야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 세상에서 이를 폭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었다.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들은 얘기로는 검찰에서 이런 말이 떠돌았다고 한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이것이 사내들의 세계에서 떠드는 소리다. ‘뭔가 틈을 보였기 때문에 건드렸을 것 아니냐.’ 무슨 틈인가. 여성으로 태어난 게 틈인가.

그때 서X현 검사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칼럼을 썼다. 견디기 힘들어서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사내놈들 몇이나 박수 쳤을까.

■임은정 검사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오랫동안 검찰 내부 비판을 계속해온 한 검사가 있다. 여검사다. 벌써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들이 있을 것이다. 임은정(43) 검사다.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쓴다. 불이익이 온다면 어쩌지. 그래도 써야지.

2012년 12월 28일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 문을 걸어 잠그고 윤길중에게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의 행동은 설명이 필요 없다. 정의다. 이 나라 검찰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사건이라 믿는다. 그 탓에 7년마다 실시되는 검사 적격심사에 회부돼 퇴직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인터뷰 참조) 설명이 더 필요한가.

검찰 안에서 그는 ‘미운 오리 새끼’, ‘불편한 내부 고발자’ 신세가 됐다. 그러나 검찰 밖에선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금도 그를 응원하는 뜨거운 국민의 소리가 들린다.

당시 문을 걸어 잠그고 윤길중에게 무죄 구형을 한 임은정 검사의 행동은 설명이 필요 없다. 정의다.

망망대해 조각배를 탄 기분이 저럴 것이라고 임은정 검사를 생각했다. 얼마나 고독한가. 그를 도와줘야 한다. 국민과 함께 검찰에서도 도와야 한다. 어떻게 돕는가. 감사들이 잘 알 것이다.

■상식과 원칙의 지도자

정치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나무라는 국민이 있다.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그렇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도저히 방관하고 있을 수 없을 때 국민은 나서야 한다. 국민의 의무다.

국민을 우민이라고 깎아내리는 잘난 사람도 있다. 그 잘난 사람 중에는 감옥에 간 대통령도 있고 개검, 개판, 기레기도 있다. 상식과 원칙을 믿고 사는 많은 사람이 국민이다.

손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국민들을 세계가 찬양했다. 잘못된 찬양인가. 검찰 내부의 잘못을 누가 아는가. 누가 시정을 해야 하는가. 검찰이 불신받으면 사회정의가 무너진다. 국민이 견디지 못한다.

임은정 검사는 2014년 8월 검찰 내부망에 ‘사표 수리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대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한 제주지검장이 사표를 내자 법무부가 재빨리 사표 수리로 처리해 버린 것을 문제 삼았다. “당당한 검찰입니까, 뻔뻔한 검찰입니까, 법무부(法務部)입니까, 법무부(法無部)입니까.”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윤 총장이 대선을 1년 앞두고 84억 원이란 돈을 영수증도 없이 현금으로 써버렸다고 한다. 특수활동비를 둘러싸고 논란이다. 이런 세상이 다 있구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도 아니고 이 돈도 국민이 낸 세금일 터. 반드시 누가 어떻게 썼는지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자판기 검사

말도 안 되는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검사들을 나는 ‘자판기 검사’라고 부른다. 위에서 주문하는 대로 만들어내는 사람을 검사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걸러지지 않고 요직으로 승진하는 시스템은 정상이 아니다.

‘괴물을 잡기 위해 검사가 됐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괴물이구나’ 싶었다. 간부들과 동료들에게 띄운 나의 글들은 검찰에 대한 연서(戀書)다. 사랑한다면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다면 몸부림쳐 봐야 하지 않겠나.

윗선의 질책은 물론 동료들의 비난도 푸짐하게 들을 걸 아니까, 글을 쓸 땐 트집 잡힐 내용이 있는지 꼼꼼히 살핀다. 욕을 덜 먹을 용어를 선택하고, 어순도 주의하며 계속 고친다. 말하지 않을 수 없어 말하기는 하는데 많이 고단했다.

검찰개혁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25일 검찰개혁을 ‘역사적 사명’으로 규정하며 “정치권 줄 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정치검찰’이 있다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떤가. 정치검찰에 대한 확실한 책임은 물었는가. 누가 대답을 해야 하는가. 지금 국민의 가슴속에는 무엇이 끓는가. 불신이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다. 검찰이 불신받으면 법이 죽는다.

검찰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날 때마다 임은정 검사는 내부 게시판에 50여 차례 비판 글을 썼고 우병우를 실명 거론해 ‘결재받고 글 쓰라’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검사답게 말하겠다’며 따르지 않았다.

말 안 한다고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고 시정도 안 된다.

임은정 검사는 최근 개봉 영화 ‘공범자들’을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영화에서 한 피디가 (아내의 이야기를 전하며) ‘당신(나) 혼자 이러면 그냥 또라이 되는 거잖아’라며 흐느낄 때 함께 울었다. 나도 검찰에서 또라이니까…. 그 피디 옆에서 따라 외치는 많은 동료를 보며 잠시 부러움을 느꼈다.”

■신뢰받는 검사

똑똑한 검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의 검찰을 보며 한숨 쉬는 검사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만 쓰자. 수많은 임은정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용기를 줘야 한다. 누가 주는가. 국민이다. 한겨레에 실린 임은정 검사 인터뷰를 보면서 가슴이 끓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내 주위에 존경받는 검사들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존경이다.

임은정 검사는 검찰개혁을 위해 몸부림치며 그 많은 질시와 질책을 견디어냈다. 국민은 그의 고통을 목격했고 그를 신뢰한다. 국민의 신뢰는 힘이다. 검사의 신뢰는 당연한 것이다. 존경의 대상이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법도 상식 안에서 존재한다. 검사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인터뷰(임은정 "괴물 잡겠다고 검사 됐는데 우리가 괴물이더라")를 많이 인용했다. 미안하고 고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