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광주정평, 전국 첫 ‘박근혜 퇴진 시국미사’

광주 5·18남동성당서 신부·수녀·신자 등 1500여명 참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성당 중앙에 설치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 옆에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이 나붙었다. 신부와 수녀, 신도들은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는 7일 오후 7시30분께 광주 동구 5·18남동성당에서 신부와 수녀, 신도 등 1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헌법유린 부패정권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미사’를 열었다.

7일 오후 7시30분께 광주 동구 5·18남동성당에서 열린 ‘헌법유린 부패정권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미사’를 위해 신부들이 '박근혜 처벌' '새누리당 해체'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광주인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가 7일 오후 7시30분께 광주 동구 천주교 5·18남동성당에서 신부와 수녀, 신도 등 1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헌법유린 부패정권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미사’를 열고 있다. ⓒ광주인

천주교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는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시국미사는 옥현진 시몬 주교의 주례 집전으로 복음과 봉헌성가, 강론, 묵상 등의 순서로 진행했다.

1000명이 앉을 수 있는 성당 안 좌석이 꽉 차 300여명의 신도들은 성당 밖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에 참여했다.

옥현진 주교는 강론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협정 등 그동안 추진된 정책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의해 결정된 것은 아닌지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이 권한을 준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거수기 역할만 한 새누리당과 편파적인 수사를 한 검찰, 권력의 눈치를 본 언론, 재벌 대기업 등에게도 책임을 물으며 “비민주적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불확실함의 연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 주교는 “사회의 잘못된 구조를 고치기 위해서는 정의와 민주화를 위해 자신이 나서야 한다”며 함께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7일 오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헌법유린 부패정권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미사’에 참례한 한 신자가 기도하고 있다. ⓒ광주인
7일 오후 광주 동구 천주교 5·18남동성당에서 ‘헌법유린 부패정권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미사’가 열린 가운데 예수 십자가 옆에 헌법 1조 문구가 적혀 있다. ⓒ광주인

정평위는 “이 땅의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부활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며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정평위는 시국성명에서 “2013년 국정원 개입 시국미사 성명을 통해 이미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며 “대통령 한 사람 물러난다고 무너진 탑을 다시 세울 수 없기 때문에 퇴진, 사퇴, 하야에 그치지 않고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국미사를 마친 정평위 신부와 수녀, 신자 1500여명은 이날 오후 8시40분께 광주 동구 남동성당에서 5·18민주광장까지 ‘박근혜 처벌’ ‘새누리당 해체’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행진을 했다.

5·18민주광장에 도착한 이들은 ‘내가 바라는 나라’를 주제로 미리 적은 메모를 분수대 앞 벽에 붙이고 이를 주제로 자유발언에 나섰다.

예비교사인 광주교육대 학생 김아무개씨는 “제가 바라는 나라는 어린이들이 꿈꿀 수 있는 세상”이라며 “우리 어린이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신부는 “다시 촛불을 들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였는데 세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고 이진영 수녀는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우리가 여기에 적은 많은 마음들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아무개씨는 “자주독립국가, 통일로 남북이 하나되는 나라,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면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든데 이런 나라만 돼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밝혔다.

한 신부는 “다시는 촛불을 들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또다른 수녀는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우리가 여기에 적은 많은 마음들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일 오후 7시30분께 광주 동구 5·18남동성당에서 열린 ‘헌법유린 부패정권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미사’에 1300여명의 신부, 수녀, 신자가 참여해 자리가 부족하자 일부 신자들이 성당 밖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인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소속 신부와 수녀, 신자 등이 7일 오후 ‘헌법유린 부패정권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미사’에 앞서 광주 충장로 일대에서 촛불행진을 하고 있다. ⓒ광주인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소속 신부와 수녀, 신자 등이 7일 오후 ‘헌법유린 부패정권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미사’에 앞서 광주 충장로 일대에서 촛불행진을 하고 있다. ⓒ광주인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소속 신부와 수녀, 신자들이 7일 오후 쪽지에 '내가 바라는 나라'를 주제로 메모를 적고 있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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