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외신기자·시민등 200여명 고인 애도
부인 “역사적인 장소에 남편 묻혀 기뻐”

1980년 5·18 당시 광주의 참상을 취재해 전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추모식이 16일 오후 5·18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묘역)에서 열렸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광주 북구 수곡동 5·18 구묘역에서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념정원 조성 및 추모식’을 개최했다.

▲ 1980년 5·18 당시 광주의 참상을 취재해 전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추모식이 16일 오후 5·18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묘역)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인
▲ ‘푸른 눈의 목격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기념비 제막식이 16일 오후 5·18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묘역)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인

추모식에는 고인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79)씨와 그녀의 여동생 로즈비에타 브람슈테트 미트(72)씨,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전 대통령, 5·18 당시 외신기자인 브래들리 마틴·노만 소프·팀 셔록·도날드 커크, 윤장현 광주시장, 5월 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해외 활동가들의 돌탑쌓기로 시작해 차명석 5·18 기념재단 이사장 인사말, 내빈소개 및 경과보고, 윤장현 광주시장 인사말, 유족 인사말, 기념석 제막식, 묵념,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가장 먼저 전 세계에 알린 고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차명석 기념재단 이사장은 “지난 2005년 힌츠페터 기자가 부인과 함께 광주를 찾아 5·18민주화운동의 중요성과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고인의 유품이 광주에 묻힐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유가족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월의 영령들과 함께 묻히기를 바랐던 고인의 뜻에 따라 망월동 구묘역에 기념정원을 조성해 유품을 안장하게 됐다”며 “힌츠페터 기자가 망월동에 머물면서 오월 정신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힘을 주실 거라 믿고 그 가치를 기념하고 계승·발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힌츠페터씨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여사는 “남편이 늘 소원했던 이 자리에 묻히게 된 것에 대해 광주시와 5·18관계자들께 매우 감사하다”며 “역사적인 장소에 남편이 묻히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사나 구스마오 전 동티모르 대통령은 조국에서 가져온 초록색 스카프를 에델트라우트 여사에게 직접 둘러주며 위로를 건넸다.

위문 공연으로 광주동초·충효초등학교 학생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고, 사사나 구스마오 대통령이 독일의 노래 ‘들장미’ 리코더 연주에 맞춰 직접 지휘를 해 눈길을 끌었다.

추모식에 참석한 고인의 유족들과 윤장현 시장과 사사나 구스마오 대통령, 광주 시민 등이 함께 고인의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다.

추모 행사에 참석한 5월 단체 대표들과 유족, 윤장현 광주시장, 광주시민 등은 이날 행사를 마치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렸다.

앞서 전날 오후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씨와 여동생 로즈비에타 브람슈테트 미트씨는 힌츠페터씨의 유품인 손톱과 머리카락을 망월묘역에 안치했다.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일본특파원이던 위르겐 힌츠페터씨는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참사 현장을 광주에서 직접 취재한 뒤 독일 본사로 보내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지난 2004년 심장마비로 쓰러져 생사를 오갈 때 ‘내가 죽게되면 5·18이 있었던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25일(현지시각) 독일 북부의 라체부르크에서 오랜 투병 끝에 향년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고인이 지난 2005년 광주를 방문해 5·18기념재단에 맡겼던 손톱과 머리카락 등은 도예 작가가 만든 무등산 분청사기에 담겨 표지석 아래 안치됐다.

한편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날 오후 시청 접견실에서 에델트라우트씨에게 명예 광주시민 메달을 전달했다.

이 메달은 지난 2월 힌츠페터의 장례식장에서 명예시민증, 명예시민패와 함께 헌정될 예정이었으나 제작 시간이 맞지 않아 이날 전달됐다.

순은 198g에 도금해 제작된 메달은 5·18 참상을 용기있게 보도해 광주시민의 의로움을 전세계에 알린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고 시는 설명했다.

윤 시장은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 가족들 또한 광주의 명예가족으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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