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21세기 지구촌에 묵직한 질문
광주비엔날레 주제 선정 위한 오픈포럼 개최…개방 공유

마리아 린드 총감독, 고은 시인, 김우창 문학평론가 발표


창설 20주년을 넘어 새롭게 도약하는 광주비엔날레가 내년 행사를 앞두고 주제 선정을 위해 인류 공동체의 발전적 방향과 새로운 시대정신을 모색하는 인문학적 대규모 포럼이 개최됐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배경인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탐색하고 시민사회와 소통하고자 마련된 오픈포럼은 광주비엔날레 기획 및 구현 과정에서 주제 선정을 위한 열린 채널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 오픈포럼에서는 예술의 주체성 확립과 사회 통합과 화합에 있어서의 예술의 역할이 재조명됐으며, 지속가능한 예술의 특질 등이 거론되면서 차기 행사 주제와 방향성이 제안됐다.

▲ ⓒ광주비엔날레 제공

(재)광주비엔날레 주최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선정을 위한 오픈포럼이 3일 오후 2시 홍익대학교 홍문관 가람홀에서 예술총감독, 작가, 큐레이터, 국내․외 철학자, 미술계 인사 및 학자, 일반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인류사적 고민을 담은 다양한 학술적 논의를 통해 2016년 전시 주제의 방향성을 확립코자 기획된 오픈포럼은 전윤철 이사장의 개회사, 박양우 대표이사의 광주비엔날레 및 발표자 소개에 이어 마리아 린드(Maria Lind) 예술총감독, 고은 시인(단국대학교 석좌교수), 김우창 문학평론가(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 발표 순으로 이어졌다.

전윤철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광주비엔날레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자 지혜를 모으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번 오픈포럼이 미술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집단지성 발휘의 전범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먼저 마리아 린드 2016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아네 요르트 구투(Ane Hjort Guttu) 작가와 대담을 진행했다.

마리아 린드 총감독은 세계적으로 예술이 도구화되고 상업화되는 시점에서 예술을 무대의 중앙에 놓고 예술이 지닌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투사와 상상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화두로 오랫동안 고민하고 논의해 온 마리아 린드 총감독은 “2016년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에 대한 신뢰 회복’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 ‘매개체로서의 예술’을 주요 키워드로 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지역성과 국제적 연결성을 강조하는 전시 방법을 모색할 것이며 동시대의 공동체적 이슈들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지역적 매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오픈포럼을 통해 광주와 한국이라는 특수한 지리적‧문화적 맥락에서 예술의 다양한 매개자인 작가 및 큐레이터들과 함께 이 논제가 심화‧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을 주제로 열린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주제시(主題詩) ‘먼지’를 창작했던 경험과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가 기획한 2010년 광주비엔날레 ‘만인보’(10,000 Lives)와의 인연을 재차 강조한 고은 시인은 이번 오픈포럼의 취지가 파리 테러 등 국제적으로 암울한 상황에서 ‘예술이 가는 길’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되리라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일회성 성격을 지닌 설치미술의 성행 등 세계 각처의 숱한 비엔날레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예술들이 장기 지속적으로 생명을 얼마나 담보하는가에 대해 일정한 회의를 지니고 있다”며 “예술은 생동성을 지녀야 하며, 이는 심오한 예술적 본능과 사유의 축적이 예술성을 획득해야 하는 예술의 덕망”이라고 예술의 본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예술의 주체성’과 ‘예술의 미래학’에 대해서도 힘주어말했다. 자본과 시장의 탐욕, 권력의 장기 계승, 사회의 비정화(非淨化) 상태에 대한 진실 또는 진리, 무한한 선(善)의 의지와 실천으로 이루어질 미(美)의 신천지야말로 ‘예술의 미래학’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름다움은 모든 세속사회를 정화시킬 궁극적인 인류의 행위로 진(眞)의 추구와 선(善)의 실천을 가장 바람직하게 합치시킬 때 그 총화로서의 미(美)에 도달한다”고 덧붙였다.

문학평론가 김우창 교수는 ‘예술과 화평의 이상’이라는 발표를 통해 예술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그것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심성을 순화하고,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사이에 화평과 평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평과 평화를 위한 예술’, ‘예술과 삶의 일체성’, ‘예술의 아름다움과 삶의 조화’ 등을 제언했다. 특히 그는 예술의 역할에 있어서 보다 나은 인간 사회의 실현을 위한 가능성과 사회적 호소력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심미성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며 “아름다움은 국내적‧국제적으로 평화로운 인간의 질서를 건설하는 데 기여하며, 사회 문화와 인간사의 모든 것을 용해하고 융합한다”고 예술의 궁극적인 의미와 역할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예술에 대한 밖으로부터의 개입은 용납되지 않으며, 예술은 그 자체로 위치를 분명히 해야한다며 ‘예술의 주체성’을 역설했다.

오픈포럼 좌장은 김영호 중앙대 교수가 맡아 진행했으며, 토론자로 마리아 린드 총감독, 고은 시인, 김우창 문학 평론가를 비롯해 송호근 서울대 교수, 이기중 전남대 교수, 베르너 사세 한양대 석좌 교수, 아네 요르트 구투(Ane Hjort Guttu) 작가가 참여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오픈포럼을 통해 도출된 예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논의, 광주비엔날레의 방향성, 국제 미술계를 선도할 수 있는 담론 등을 반영해 내년 초 2016광주비엔날레 전시 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